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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정] ‘북핵문제’는 청산해야 할 적폐다 사무국
조회 : 45, 등록일 : 2017/09/07 09:28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09950.html#csidx5cfac906bf7a49397abaa3fcc7aa95a
 

지난 10여년 쌓인 폐해 중 가장 심각한 것은 ‘북핵문제’다. 제재에 “역대 최강”의 제재를 더하고, 관계 단절에 압박을 가한 결과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증대였다. 북에 10년이라는 시간을 벌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핵·미사일 개발의 명분과 이유를 제공했다. 대화와 합의의 제약을 전혀 받지 않은 김정은 정부는 거리낌 없이 핵무기를 생산하고 미사일 능력을 높였다. 트럼프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서도 이 적폐를 청산하는 대신 더욱 강력한 제재를 하고 최강의 압박을 가한 결과는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수소폭탄으로 돌아왔다. 10년의 적폐가 핵·미사일 능력 확장을 가져왔다면, 그 적폐를 더 쌓아올린 결과 이제 ‘북핵문제’는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


많은 이들이 북은 핵미사일 완성을 향해 가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다고 말한다. 누가 뭐라고 하든 핵보유국 지위를 차지하려 한다고 말한다. 대화를 제안하고 유인책을 제시해도 소용없다는 것이다. 전략적 인내의 근거이다. 이러한 신념에 사로잡힌 이들은 김정은 정부가 2016년 7월 비핵화를 위한 회담을 제안했다는 사실은 지워버린다. 이 회담을 거부한 것이 오바마·박근혜 정부라는 사실도 편리하게 잊어버린다. 신념으로 과거를 재구성하고 현실을 재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라운 일이다. 한국과 미국에 과거와는 매우 다른 정부가 들어섰는데도 불구하고 똑같은 신념이 이들을 지배하는 것은 매우 놀랍다. 더구나 양국 정부는 공히 이전 정부가 남겨놓은 적폐의 청산을 공언하고 있지 않은가. 적폐를 청산할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트럼프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그 기회를 차버린 것은 놀라움을 넘어 가히 공포스럽다. 북의 협상 제안을 신속하고도 경박스럽게 거부한 두 정부의 모습에서는 기시감마저 느껴진다.


이제라도 재평가해보자. 북의 정부 대변인은 작년 7월 한반도 비핵화가 김일성과 김정일의 “유훈”이자 “당과 군대, 인민의 드팀없는 의지”라며 협상 의지를 천명했다. 박근혜 정부와 오바마 정부가 이 제안을 즉시 거부한 것이 합리적이었는가, ‘북핵문제’를 키운 적폐의 일환이었는가.


북은 올해 6월에는 계춘영 인도 주재 대사의 입을 통해 제안했다. “미국 측이 잠정적이든 항구적이든 대규모 군사훈련을 완전하게 중단한다면 우리 또한 (핵과 미사일 실험을) 잠정적으로 중단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정부는 이전 정부와 똑같이 이 제안을 즉각 거부했다. 한-미 군사연습을 실행하고 미국 전략자산을 투입하여 북의 핵·미사일 실험과 맞바꾼 것이 합리적 선택이었는가. 아니면 군사훈련과 전략자산 투입 비용의 절약과 북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맞바꾸는 것이 더 유리한 선택이었는가.


혹자는 묻는다. 북의 대화 제안을 어떻게 믿느냐고. 맞다. 북의 대화 제안이 위장 평화 공세였다고 의심할 수 있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대화 제안은 좋은 기회였다. 북의 기만성을 전세계에 의심할 여지 없이 까발릴 수 있는 기회였다. 군사훈련을 중단했는데도 북이 핵·미사일 실험을 계속한다면 군사훈련을 재개하면 된다. 게다가 중국과 러시아에, 그리고 국내의 협상파에 대화와 협상은 불가능하다는 확실한 물증을 제시할 수도 있지 않은가. (후략)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
(한겨레, 2017-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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