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호] 19대 국회에 바란다 - 서로의 의견 경청하고 토론하는 모습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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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2-06-13 11:11 조회22,93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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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에 바란다
서로의 의견 경청하고 토론하는 모습 볼 수 있기를
19대 국회의원들의 임기가 시작되고 6월 5일에는 첫 국회가 열린다. 대선을 앞두고 치러진 19대 총선은 여야 모두 간판부터 바꾸어 출발했다. 야당은 ‘통합’이 선거의 전략과 상징이 되어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으로 재구성됐고 여당은 현 정권과의 차별화를 위해 대선도 아닌 총선에서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여야 모두 새로운 메뉴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야 할 ‘진보’ 진영은 당권파의 선거 부정과 이어진 종북 논쟁으로 공안정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게다가 19대 국회는 대선정국에 휘둘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불확실한 현실을 예측 가능하도록 공약과 정책 그리고 인물로 승부를 걸어야 할 정치권은 그 자체가 종잡을 수 없을 만큼 불확실하다. 아마도 19대 국회에 거는 새로운 기대는 ‘용감한 녀석들’이나 감히 전할 수 있는 메시지가 되어버린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19대 국회를 포기할 수 없다. 더욱이 2012년은 6자회담 당사국 모두가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는 선거의 해를 맞고 있다. 국내 과제만 산적한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새로운 과제를 구상해야 하고 그 핵심인 한반도 문제에 대한 비전과 실천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도 요구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적어도 남북문제 그리고 동아시아에 대한 새로운 관계 맺음과 장기적인 지역 구상에 대해서는 초당적 협력이 가능하도록 여야 간 소통과 신뢰의 틀이 마련돼야 한다.
장기적인 비전이 책임감 있게 그려지고 희망과 감동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보폭이 작고 느리더라도 꾸준히 함께 걸어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당의 입장을 밀어붙이고 다수결로 결정하는 힘의 정치가 아니라 각 정당이 스스로의 대안을 제시하고 토론하는 정치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여야가 당론을 관철시키기 위해 표로 싸우고 몸으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고 합의점을 만들 때까지 밤새 토론하는 모습을 19대 국회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300명의 국회의원들 가운데 절반이 초선 의원이다. 경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신인들에게 표를 던진 이유는 이들이 만들 새로운 미래에 아직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희망을 가시적으로 그려내는 일을 국회의원들에게만 맡긴다면 19대 국회 또한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꼼수’를 풍자하는 것도 좋지만 유권자들 스스로가 ‘묘수’를 만들어 전달하는 것도 필요하다.
‘나는 가수다’가 최대의 히트 상품이 된 이유는 이미 최고의 가수들이 청중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이 최선을 다하게 되는 동기 부여는 그러한 장인정신에 감동하는 관객들의 눈빛과 몸짓이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19대 국회는 스스로가 ‘나는 국회의원이다’를 보여줄 수 있도록 국회의원과 국민 모두가 교감할 수 있는 정치의 싹을 틔울 수 있으면 좋겠다.
여성들은 이제 더 이상 몸싸움과 폭력이 난무하는 국회를 보고 싶지 않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귀감이 되는 국회의원을 보고 싶다.
이기호 한신대교수 평화와공공성센터소장
여성신문 1188호 [오피니언] (2012-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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