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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욱] 민주당, 야권연대 공약 안에 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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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2-04-30 13:59 조회29,61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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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패배 후의 민주당 태도가 한심하다. 진 게 아니라고 외치는 목소리는 그나마 애처롭다는 느낌으로 들어줄 수 있지만, 좌경화로 인해 패했으니 중도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에 이르러서는 분노까지 치민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건설이 시대정신이라더니 이젠 그게 아니라는 건가?


소위 ‘좌클릭 실패론’이 논리상이나마 타당하기 위해선 민주당이 선거 과정에서 제대로 진보화된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 3월10일 진보당과 야권연대 공약을 합의할 때만 해도 민주당은 그리 보였다. 그러나 그 후 민주당이 보인 것은 오만과 탐욕이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추진해갈 최적의 인물들을 계파 이익에 맞지 않는다고 공천과정에서 거의 다 무시하거나 곤경에 빠트린 것이 대표적 예였다. 그러니 민주당이 정말 진보적 각오를 단단히 했다고 믿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됐겠는가. 좌클릭이 패인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말로만 진보를 외친 민주당의 가식 혹은 무능이 패인이었다고 해야 더 설득력이 있다. 민주당에 실망한 많은 유권자들, 특히 ‘2040세대’가 등을 돌린 결과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제발 잊지 않길 바란다. 민심의 진보화는 이제 한국 사회의 메가트렌드다. 2010년 지방선거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 등이 그것을 웅변으로 증명하지 않았던가. 오죽하면 새누리당까지 나름대로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를 ‘국민과 약속’했겠는가. 그 대세를 읽은 까닭에 민주당도 강령을 대폭 수정하여 만천하에 좌경화를 선언했고, 진보당과 연대하여 공동공약까지 내놓은 게 아니었던가. 이제부터라도 다시는 흔들리지 말고, 강령대로 일할 사람들을 지도부로 선출하여 진보당과의 공동공약 실천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대선에 희망을 걸 수 있다.


야권연대 공약은 크게 세 덩어리로 구성돼 있다.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그리고 독일식 비례대표제 도입 등을 포함한 선거제도의 혁신이다. 앞의 둘에 대해서는 그간 민주당도 여러 정책들을 마련해왔다. 이제 남은 일은 그것들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으로 발전시키는 일과 그 방안을 추진해갈 개혁 주체를 현장에 앞장세우는 일이다. 그러나 마지막 사안에 대해서는 아무런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새삼 강조하거니와 민주당은 이 비례대표제 개혁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비례대표제가 획기적으로 강화돼야 강령에 내세운 보편적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를 달성할 수도 있고, 그래야 비로소 진보화된 민심도 얻을 수 있다.


사실 민주당이 단독다수당이 되기는 구조적으로 매우 어렵다. 그것은 지난 18대에 이어 이번 총선에서도 확인됐다. 17대 때에도 그 지위를 누렸던 기간은 탄핵국면 직후인 초기 1년뿐이었다. 반면 새누리당의 그 능력은 여러 번 입증됐다. 결국 민주당 홀로는 자기 강령의 현실화도 어렵다는 것이다. 진보당과의 연대는 필수다. 그렇다면 그 두 당은 앞으로도 총선 때마다 수많은 지역구를 대상으로 아슬아슬한 후보단일화 과정을 거쳐야 하는가? 매번 그렇게 어마어마한 물적·심적 비용을 지불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이젠 연합정치의 제도화를 모색할 때이다. 그것은 비례대표제의 강화로 가능하다. 이번 총선이 정당득표율에 비례하여 의석을 정하는 독일식 또는 전면 비례대표제로 치러졌다면 민주당과 진보당은 각각 118석과 33석 정도를 얻었다. 그 경우 139석 정도의 새누리당을 압도하는 151석짜리 야권연대가 (선거 전의 그 험난한 단일화 과정 없이) 선거 후에 부드럽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제 대선이 남아 있다. 민주당은 진보당과 함께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에 대한 비전이 확실하고 비례대표제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의지가 충만한 공동 후보를 엄선해야 한다. 그래서 야권연대의 뜻을 살려내야 한다. 안철수 교수 등의 외부 인사와 후보 단일화 과정을 다시 치를지라도 그 조건 중의 하나는 반드시 비례대표제 개혁 의지의 공유여야 한다. 차기 대통령은 ‘정치개혁 대통령’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 개혁 없인 경제민주화도 보편적 복지국가도 불가능하다.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
(경향신문. 2012.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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