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은영] 구름의 탄생 - 진수미 > 회원칼럼·언론보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회원로그인

회원칼럼·언론보도

[진은영] 구름의 탄생 - 진수미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2-05-09 13:16 조회23,391회 댓글0건

본문

배가 부를수록 몸이 가벼워졌다 자꾸만 천장에 붙으려고 한다. 아버지는 화분의 흙 속에 머리칼을 꾹꾹 눌러 담으셨다 머리카락이 흙 알갱이를 단단히 거머쥐고 팔다리는 제멋대로 솟아올랐다 머리털이 자라고 자라 발바닥이 천장에 닿았을 때 두 다리에 힘을 주었다 탯줄은 자를 필요가 없었다.


시인님 가르쳐주시겠어요? 아흐, 그리도 가볍고 부드러운 것을 어떻게 낳을 수 있는지. 싯달타는 출가하기 전 아들을 얻고서 라훌라라는 이름을 지었다지요. 라훌라는 속박, 걸림돌이라는 뜻입니다. 배가 부를수록 몸이 무거워지는 것. 낳아놓으니 점점 더 무거워지는 것. 분명 탯줄을 끊었는데도 다리 사이로 질질 끌고만 가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 이 수수께끼 같은 것. 지인들이 아이 걱정에 등이 굽고 눈빛이 어두워집니다. 어머니, 제가 그리도 무거우셨나요? 저는 가볍고 자유롭게 흐르는 것들의 어버이가 되고 싶었어요.

 

진은영 시인
(한국일보. 2012. 5. 7)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 Segyo Institute.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

TEL. 02-3143-2902 FAX. 02-3143-2903 E-Mail. segyo@segyo.org
04004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로12길 7 (서교동 475-34) 창비서교빌딩 2층 (사)세교연구소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