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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 패배는 나의 힘 - 황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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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2-04-16 12:29 조회37,286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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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내가 졌다
그러나 언제쯤 굴욕을 버릴 것인가
지고 난 다음 허름해진 어깨 위로
바람이 불고, 더 깊은 곳
언어가 닿지 않는 심연을 보았다
오늘도 나는 졌다
패배에 속옷까지 젖었다
적은 내게 모두를 대가로 요구했지만
나는 아직 그걸 못하고 있다
사실은 이게 더 큰 굴욕이다
이기는 게 희망이나 선(善)이라고
누가 뿌리 깊게 유혹하였나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다시 싸움을 맞는 일
이게 승리나 패배보다 먼저 아닌가
거기서 끝까지 싸워야
눈빛이 텅 빈 침묵이 되어야
어떤 싸움도 치를 수 있는 것
끝내 패배한 자여,
패배가 웃음이다
그치지 않고 부는 바람이다


이틀이 지났습니다. 제가 스무 살 때부터 한 번도 빠짐없이 지지해왔던 그 정당은 선거에서 또 패배했어요. 어머니가 옆에서 한 말씀 하십니다. 넌 왜 맨날 지는 쪽에만 손을 얹냐? 뾰족하게 할 말이 없으니 예술가는 원래 그런 거야, 하면서 어머니께 노동자 시인 황규관의 시를 큰 소리로 읽어드립니다. 승리했다면 정말 좋았겠지만, 시인은 패배하더라도 그치지 않고 부는 바람으로 꿈을 이루겠다고 합니다. 그 바람에 손을 얹은 가수의 노래를 전해 드려요. 문진오의 '패배는 나의 힘'(http://www.youtube.com/watch?v=u0hA6uok-a8&feature=related). 이틀이 지나고도 달래지지 않는 이 마음. 노래를 들으며, 며칠 전의 씩씩했던 저를 불러다 다시 위로합니다.


진은영 시인
(한국일보. 2012. 4. 12)

댓글목록

백낙청님의 댓글

백낙청 작성일

노래도 좋지만 역시 시가 더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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