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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식] 요괴의 출현, 중국의 인터넷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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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12-09 12:01 조회21,74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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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목장의 결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총총히 ‘아시아 회군’을 서두는 미국과 애써 그 봉쇄를 에두르는 중국의 대결이 긴장되는 시절이다. 정말 중국공부가 절실하다. 인하대 BK사업단에서 주최한 해외석학 초빙강연(11.18)차 내인(來仁)한 왕 샤오밍(王曉明) 교수의 강연은 이 점에서도 귀중했다. 현재 샹하이대 중국당대문화연구중심(CCCS) 소장으로서 문학비평과 문화연구를 아우르는 그는 중국지식계를 대표하는 지도자의 하나다. 선성(先聲)은 익었어도, 직접 만난 것은 2년전, ‘인천세계도시인문학대회’가 처음이었다. 국가자본의 질주 속에 격변하는 중국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독해하면서 그 대안의 하나로 중국과 아시아의 소통, 그 국제주의적 전통의 복원을 모색하는 왕 교수의 사유는 종요롭다. 목포대 임춘성 교수의 주선으로 즐거운 저녁을 함께한 이래, 샹하이와 인천을 오가며 교류가 이어진 바, 올 6월 견문한 CCCS는 중국지식계의 살아있는 축임을 실감하고 남음이 있었다. 문학, 영화, 광고, 매체, 아파트 및 도시건축 등을 분석 대상으로 삼아 2001년 11월 창립된 CCCS는 온라인/오프라인 양면으로 활발한 그물망을 구축했거니와, 2008년부터 간행한 『열풍(熱風)학술』은 그 꽃이다. 계간과 반년간 사이, 즉 5달을 주기로 하는 것도 흥미롭지만, 오늘의 주류적 문화생산기제와 현대중국혁명의 경험을 결합하여 중국사회문화 재생산의 열쇠고리를 구성하겠다는 주지는 더욱 근사하다.


그 바탕이 루쉰(魯迅, 1881~1936)의 산문집 『열풍』(1925)이다. 주로 신문화운동의 보루『신청년』(1915년 창간)에 발표한 단평들을 모은 이 산문집을 내는 루쉰의 심사는 편치 않았다. “시대의 폐단을 공격한 모든 글은 반드시 시대의 폐단과 더불어 사멸해야 한다”(‘題記’)고 여겼건만, 폐단의 폐기는커녕 오히려 그 망령들이 횡행하는 반동의 세월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루쉰은 식어버린 세상을 향해 『신청년』과 5.4운동(1919)의 ‘뜨거운 바람’을 가만히 송신한 것이다. 『열풍』의 한 대목이 사무친다. “어떤 암흑으로 사조(思潮)를 경계한다고 하더라도, 어떤 비참함으로 사회를 습격한다고 하더라도, 어떤 죄악으로 인도(人道)를 모독한다고 하더라도, 완전함을 갈망하는 인류의 잠재력은 이러한 가시철망을 밟고서 언제나 앞을 향해 나아간다.”(「생명의 길」 이보경 옮김) 비로소 『열풍학술』의 숨은 뜻이 환해진다.

 

왕 교수의 강연 「육분(六分)천하: 중국문학의 새로운 구도」는 최근 대륙에서 전개되고 있는 놀라운 문학적 실험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지난 15년 사이 인터넷문학(網絡文學)이 급성장하여 인쇄문학(紙面文學)과 ‘천하를 양분’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1999년의 일화를 보자. 제1회 인터넷창작문학대회의 심사위원들에는 쑤퉁(蘇童), 위화(余華), 왕쒀(王朔) 등 한국에도 익히 알려진 작가들과 함께 생소한 인터넷작가들이 참여했는데, 이도 한국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심사과정에서 인터넷작가들이 그 쟁쟁한 작가들에게 불손한 말도 서슴치 않았다니, 더욱 놀랠 일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말하면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한국에서도 인터넷문학의 위상은 높다고 할 수 없다. 중국에서는 인터넷문학이 “새로운 문학의 궐기”로서 인쇄문학을 압도하는 형국이라니 중국의 역동성에 경탄할 뿐이다. 초창기의 흥기 원인으로 그는 “인쇄문학의 폐쇄성”을 든다. “인쇄문학의 두 가지 금기인 ‘정치’와 ‘성’”의 장벽을 파괴하는 “자유로운 표현”이라는 깃발이 독자들을 인터넷문학으로 유인한 강력한 무기였던 것이다. 그런데 인쇄문학 또는 엄숙문학에 승리한 인터넷문학이 대자본의 습격에 포획된 것은 통렬한 반어다. 창작문학을 통해 영리를 도모하는 새로운 모델을 보여준 ‘성다(盛多)문학주식회사’(2008)는 대표적이다. 왕 교수는 자본증식이 자유창조를 대체한 형국이라고 지적하지만, 내게는 ‘문학주식회사’라는 발상 자체가 기발하다. 과연 오래된 문학의 나라 다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세계 2위의 규모와 세계 3위의 설계 수준을 갖춘” 중국 온라인 게임산업의 진군과 발맞춘 인터넷문학의 진화가 “우선은 자본가이고, 그 다음은 대중스타, 마지막으로 작가”인 궈 징밍(郭敬明)으로 대변되는 신자본주의문학의 당당한 대두로 귀결된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엄숙문학과 신자본주의문학의 양분법을 돌파할 가능성을 지닌 ‘반항문학’의 출현이야말로 경이롭다. 모옌(莫言)과 궈징밍을 추종하지 않는 이 새로운 경향은 자유로운 형식실험 속에 비(非)엄숙적 태도로 다른 정치성을 표출하던 것이다. 아마도 21세기 중국문학의 미래를 가름할 ‘반항문학’이 과연, “전체사회가 자신에 적합한 현대적 방향을 개척해 나가는 긴 여정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오늘의 중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5세대 지도부가 교체되는 내년을 앞두고, 변신을 거듭하며 성장하는 이 요괴가 모쪼록 “전체 민족과 사회의 정신수준을 높이 유지시키는” ‘위대한 문학’의 탄생으로 현실화하기를 기원하는 마음, 동아시아문학 건설이 화두로 떠오르는 요즘 더욱 긴절하다.

 

최원식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 서남포럼 운영위원장
(서남통신. 2011.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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