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욱] 중도보수정당의 탄생 가능성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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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12-19 09:42 조회21,33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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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작년 가을 본 지면에 ‘중도보수정당의 탄생 가능성’이라는 칼럼(11월5일자)을 써서 개혁적 중도보수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한 당시의 한나라당에, 아니 더 정확히는 그 당의 개혁파 의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바 있다. 그러나 감사하기는 하면서도 그 개혁파 의원들이 실제로 당내 주류파에 대항하여 ‘노선 투쟁’ 등에 적극 나서리라고 기대하지는 못했다. 제왕적 대통령제로 요약되는 한국의 승자독식 민주주의 구도 하에서는 여당 의원 개개인의 현재 및 미래의 정치생명이 현직 대통령이나 미래의 대통령감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바로 그 주류파에 의해 크게 좌우됨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란 결국 당의 변화에 도움이 되는 몇 가지 ‘외부 조건’의 성숙을 위해 노력하는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1년이 조금 지난 지금의 상황은 필자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의 것이다. 개혁파 의원들은 주류파에 맞서 재창당 등의 근본적 쇄신을 요구했고, 그 와중에 김성식 의원과 정태근 의원은 탈당까지 감행했다. 비록 박근혜 전 대표가 황급히 나섬으로써 연쇄 탈당이나 분당 등의 최악의 사태는 일단 막았지만 그것으로 일이 마무리됐다고 보는 것은 오산일 듯싶다. 개혁파의 다수는 여전히 현재의 한나라당으로는 ‘정치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과연 그들은 이제부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선 개혁파 의원들은 중도보수정당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지난 해 6·2 지방선거 이후 명확히 밝혀진 바와 같이, 분배와 복지 확대를 요구하는 ‘민심의 진보화’는 이미 대세이며 시대정신이다. 복지국가에 대한 열망은 여와 야, 노와 소,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는다. 보수의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이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정당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혁파는 중도보수정당을 지향하는 행위가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는 것이라는 확신과 소명의식을 갖고 보다 과감한 행보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때 그들은 확신 가득한 개혁가들답게 넓은 시야와 장기적 안목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하여 조력자를 구하는 그들의 시야는 보수는 물론 중도진보와 진보 진영에까지 뻗쳐야 하며, 그들의 안목은 내년 4월의 19대 총선뿐 아니라 12월의 대선과 2016년의 20대 총선에까지 미쳐야 한다. 그 경우 그들은 예컨대 다음과 같은 성격의 정치 과정을 거쳐 유력한 중도보수정당을 건설해갈 수 있다.
그 과정의 핵심은 대연정과 소연정의 중간 수준 연정을 이루는 일이다. 말하자면 진보, 중도진보, 그리고 중도보수 간에 연합정치를 가동시키는 것이다. 물론 그 이전에 한나라당 개혁파 의원들은 자신들을 중심으로 ‘중도보수’라는 독자적 정치세력을 키워 놓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내년 총선 과정에서 닥쳐올 온갖 시련을 잘 견뎌내야 한다. 연정은 내년 대선의 후보 단일화 국면에서 구성된다. 주요 파트너는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이다.
이때 특히 진보당과의 공조관계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진보당이 강조할 ‘비례대표제(PR) 연대’가 성사되도록 해야 한다. PR연대는 비례대표제 강화를 연합세력의 핵심 대선 공약으로 삼자는 제안이다. 노회찬 진보당 대변인은 연립정부의 대통령은 임기 1년차 내에 국민투표를 통해 독일식과 같은 실질적인 (전면)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20대 총선 이후부터는 유력한 진보정당과 중도보수정당이 국회에 상존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 그러한 선거제도에서는 전국 10%의 지지율만으로도 30석짜리 유력정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국면에서 진보와 중도보수가 합세하여 PR연대를 밀어붙일 경우 중도진보격인 민주당이 이를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권교체가 중요하고, 단일 후보를 자기 측에서 내는 것이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실 한나라당 개혁파 의원들이 과연 거기까지 다다를 수 있겠느냐이다. 결국 개별 정치인들의 역사의식과 소명의식의 문제인 것이다.
최태욱 한림대학원대 교수
(경향신문. 2011.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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