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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페미니즘의 관점으로 노년과 죽음을 연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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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2-11-07 14:52 조회4,31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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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2022년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문화예술특별상(을주상) 수상
 
옥희살롱은 2015년 개소해 성평등과 인권의 관점으로 생애문화를 연구해온 페미니스트 연구소로, 우리 사회에서 등한시해온 ‘나이 듦’ ‘노년’, ‘돌봄’을 페미니스트 인권과 사회문화 분석의 관점으로 바라본다.

옥희살롱은 2022년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문화예술특별상(을주상)을 받았다. ‘문화예술특별상’은 국내에서 3년 이상 활동한 여성문화예술단체 중 기념할 만한 업적을 남긴 단체에 주어지는 상이다. 옥희살롱 김영옥 대표는 “옥희살롱이 연구하는 주제는 통상적으로 ‘핫’하다고 할만한 주제가 아니”라며 “변방의 의제라고 할 수 있는 것들에 주의를 기울이며 천천히 나아가는 옥희살롱에 상을 주셔서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 ‘노년’, ‘나이 듦’, ‘죽음’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소를 설립한 계기는?

저와 전희경 공동대표는 아픈 몸으로 사는 것이나 늙음에 대해 관심이 컸어요. 우리는 또 신자유주의 영향을 받는 대학에서 연구할 수 있는 주제가 한정되어 있으니, 노년이나 나이듦, 돌봄, 죽음 등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연구 공동체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대표님이 생각하는 ‘나이 듦’, ‘늙음’의 의미는?

나이 드는 것, 늙는 것은 사회문화적으로 구성되는 일이에요. 어떤 나이도 그것 자체로 의미를 갖지 않아요. 다른 나이와의 정치적 연결망 속에서, 주류 사회가 관행적으로 짜놓은 생애단계 각본에 따라서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예를 들어 중년 남성과 청년 여성이 대화를 나눌 때, 청년 여성은 100% 발언권을 갖고 대화를 하기 어려워요. 그런데 만약에 이 청년 여성이 할머니가 계신 집에 가면 할머니에게서 ‘왜 집안 살림 안 하냐’는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어요. 나이라는 건 권력을 가진 사람이 자신을 중심에 두고 타인을 상대화하는 개념이기도 한 거죠.

- 옥희살롱은 ‘살롱영화제’, ‘바깥대학원’, ‘찾아가는 특강’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는데요. 해온 활동 중에 가장 대표적인 활동을 소개해주신다면?

옥희살롱의 활동은 모두 연결돼 있어 하나를 꼽기 어려워요. 옥희살롱의 활동에 대해서는 연구 활동이라는 단어에 주목해주시길 바라요. 예전에는 ‘연구’면 연구고 ‘활동’이면 ‘활동’이었어요. 활동가는 시민단체나 혹은 인권단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부르는 말이었고, 연구자는 책을 읽거나 현장을 방문하면서 탐색하는 사람으로 생각됐잖아요. 하지만 우리는 연구 활동이라는 말을 통해 연구가 곧 활동이고 연구를 수행하는 장소가 현장이라는 생각으로 임해요. 우리는 그 해의 연구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를 ‘살롱영화제’, ‘바깥대학원’에서 탐색하고, 그 결과를 ‘찾아가는 특강’을 통해 시민사회에 전하고자 합니다.

- 최근 옥희살롱은 노인요양시설 안팎의 ‘돌봄’에 대해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모든 요양시설의 면회가 금지되고 있던 코로나 재난 첫 해에, 입소자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어요. 그러던 차에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노인요양시설실태조사를 해달라는 제안이 왔습니다. 그때 고립되다시피 한 입소자분들의 삶을 지탱해주는 건 요양보호사분들 덕분이라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요양보호사들이 어떤 돌봄을 하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요양보호사들이 하는 일을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해요. 돌봄은 우리가 지금까지 봐왔던 것이니까요. 하지만 돌봄 전문가로서 그들이 생각하는 돌봄은 무엇이고, 무엇이 어렵고, 무엇에서 보람을 느끼는지 질문할 것이 많았어요. 그래서 ‘요양시설안팎의 돌봄’을 주제로 삼게 됐고, 요양보호사들과 보호자들, 즉 ‘돌봄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상태’, ‘그분들이 처해있는 곤경’, ‘곤경을 헤쳐 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장’을 연구하고자 했습니다.

- 인터뷰와 연구 결과, 요양보호사들의 현장은 어떻던가요?

요양보호사들은 근골격계질환을 많이 앓아요. 신체적인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하지만 가장 큰 힘듦은 사회적으로 이 일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에요. ‘여사님’ ‘아줌마’ ‘이봐’와 같은 호칭으로 부르기도 하죠. 그리고 사람을 대하다 보니 마음을 써야 하는 직업인데도 불구하고 너무 힘들어서 마음을 쓰지 않게 됩니다. 역설적이에요. 또 매뉴얼이 있는데도, 책임감이 생겨서 하다 보면 매뉴얼을 벗어나 더욱 힘들여 돌보게 되죠.

- ‘돌봄’을 주제로 한 연구의 향후 계획은?

작년과 올해 결과물을 모든 시민들이 공유할 수 있게 책으로 펴낼 거예요. 그러면 공론장에서 논의하는 것이 쉬워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집중적으로 탐구해보고 싶은 주제가 있는데, ‘돌봄받을 용기’에 관한 것입니다. 사람들에게 ‘당신은 돌봄 받을 의향이 있습니까?’라고 물으면 전부 안 받겠다고 해요. 그 전에 생을 정리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죠. 사람들에게 돌봄 받는 것에 대한 엄청난 거부감이, 아니 두려움이 있어요. 여기에 구조적으로 배경이 되는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이 구조적 문제를 복합적으로 연구하고 싶어요.

김영옥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여성신문 2022년 10월 6일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8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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