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경]오염수 방류, 우리가 들어야 할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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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3-07-06 12:06 조회3,15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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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 진도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섬에서 전복을 양식하는 어민들을 만났다. 한 어민이 지속 가능한 어업을 함께 고민해보자는 생태전문가에게 물었다. “그래 봐야, 일본이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해버리면 도시 사람들은 수산물 안 사 먹을 거고, 그러면 다 망하는 건데 이게 다 무슨 소용이죠?” 이 질문에 대한 전문가의 답변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때문에 수산물을 못 먹을 정도면, 우리 바다에서 나오는 거 다 못 먹는다고 봐야 합니다. 걱정하실 정도는 아닙니다.” 어민의 얼굴빛은 밝아지지 않았고, 전문가는 과도한 우려라면서 계속 답답해했다.
짧은 대화였지만, 여기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시민들과 어업인들, 전문가들이 느끼는 ‘불안’이 잘 요약돼 있다. 2021년 4월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을 내린 이후 나라 안팎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후쿠시마 제1 원전의 오염수 해양 방류 설비는 지난 12일 시운전에 들어갔다. 그 이후 시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됐고, 수산물과 소금 등 먹거리에 대한 우려도 급격하게 커졌다. 건어물과 천일염을 사재기하는 시민들이 많아지면서 품절·품귀 현상마저 일고 있다. 이에 대한 과학자들의 의견은 대체로 “시민들의 불안이 과장돼 있다”는 것이다.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오염수를 처리하면 자연적으로 피폭되는 방사선량과 비교해도 미미한 수준이기에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ALPS로 제거할 수 없는 삼중수소를 포함한다고 해도 기준치의 4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안전성을 주장하는 근거 중 하나가 오염수 방류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인 2011년 4월 이미 일본 정부는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섞인 오염수를 보관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농도인 오염수를 바다로 대량 방출했다. 당시 방출한 방사성 물질은 이번 방류 양보다 훨씬 많으며, 세슘이 가장 많이 포함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 인근 해역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없고, 이번 방류의 영향은 그보다도 작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인근 국가를 포함해 일본 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일본의 어민 단체인 어업협동조합연합회에서도 오염수 방류를 지속적으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으며, 시민단체들 역시 방류 외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연일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한국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더 높다. 환경운동연합이 지난 5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시민들의 85.4%가 방류를 반대하고 있다. 지난 4월 소비자시민모임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2.4%가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출이 시작되면 수산물 소비를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최대의 수산물 생산지인 전남 지역 어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높아 시위를 벌이면서 보상 요구를 준비 중이다.
백영경 제주대 사회학과 교수/세교연구소 소장
경향신문 2023년 6월 27일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30627030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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