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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운] 상하이협력기구는 21세기 실크로드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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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08-12 10:37 조회21,59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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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5일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에서는 상하이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이하 SCO) 10주년 기념회의가 열렸다. 2001년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구소련 4개국(카자흐스탄, 키르키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으로 구성된 SCO는, 인도, 파키스탄, 이란, 몽골을 옵저버로 두고 있으며, 아프카니스탄을 올 회의의 게스트로 초청했다. 규모로 보자면 회원국 6개국만으로도 유라시아 면적의 5분의 3을 차지하고 옵저버를 합하면 세계 인구의 절반에 근접한다. 
  
애초에 러시아 및 구소련 3국(카자흐스탄, 키르키스스탄, 타지키스탄)과 중국간의 국경문제 해결을 위해 결성되었던 ‘상하이 파이브’가 2001년 우즈베키스탄을 넣어 SCO를 결성할 때만 해도, 세계는 반응은 그렇게 민감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10년 9.11과 금융위기를 거쳐 가시화된, 미국의 하강과 중국의 부상이라는 급격한 국제정세의 변화 속에서, 이 새로운 지역조직은 기존의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의 판도를 뒤바꿀 새로운 대항마로 주목과 견제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서방언론의 시선이 곱지 않다. 창설된 이래 ‘테러 방지’ 명목으로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수차례 대규모 전쟁훈련을 시행해온 SCO에 대해, “돌아온 바르샤바”, “동방의 NATO”라는 공공연한 의혹은 물론 “독재자 클럽(club of dictators)”이라는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옵저버 자격을 신청했던 미국이 퇴짜를 맞은 반면, 미국의 ‘적’인 아프카니스탄은 게스트로 초청되었을 뿐 아니라 이미 옵저버 자격도 신청해둔 상태다.

이런 의혹에 대해 중국의 대응은 단호하다. SCO의 군사훈련은 중동에 인접한 중앙아시아 지역에 발발할지 모를 테러 위험에 방비하는 훈련일 뿐 결코 NATO를 겨냥한 것이 아니며, 이는 ‘세계경찰’의 지위를 고수하려는 미국의 이기심이자 그에 따른 협심증이라는 것이다. 이번 아스타나 회의에서 후 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지역평화를 위한 “악의 세 축”의 타파 즉, 테러리즘, 분리주의, 극단주의의 근절이라는 기존의 원칙을 재삼 강조하는 동시에, “상호신뢰, 상호이익, 평등, 협상, 다문명 존중, 공동발전”을 추구하는 “상하이 정신”을 새롭게 공동의 기치로 내걸었다. 아울러, “오랜 이웃으로서 SCO를 위해 열정과 공헌을 보태온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과 투명한 참여”를 암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아프칸을 비롯한 중동의 민주화 문제는 이번 회의의 중요한 안건이었다. SCO 정상들은 ‘재건’을 명목으로 한 미군의 영구 주둔에 대해 아프칸의 ‘중립화’를 요구했으며, NATO의 리비아 폭격에 대해서도 간접적인 우려를 표명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SCO는 중동의 민주화를 빌미로 한 미국의 중앙아시아 진입에 대한 중국-러시아의 대응이 주요한 골격을 이룬다. 이미 10년 전부터 시작된 미국의 아프칸 주둔은 중앙아시아를 자신의 뒷마당으로 여기는 중국과 러시아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으며, 사실상 SCO 조직을 공고화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었다. 이미 2005년 회의에서 중앙아시아의 미군 철수를 위한 타임테이블이 요청되었고, 같은 해 우즈베키스탄은 자국에서 미군의 공군캠프 철수를, 키르키스스탄은 아프칸 군수품 수송에 사용되던 영내 미군기지 폐쇄를 요구했다.

한편 미국 또한 중앙아시아 주도권 싸움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중국에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정치, 안보, 경제, 문화 네 방면에서 상호 평등한 공동 번영을 추구함으로써 지난 10년간 내란으로 상처난 중앙아시아를 ‘현대적 실크로드’로 만들겠다는 중국에 대해, 이들은 오히려 중국의 대 중앙아시아 투자와 한족의 유입이 현지 경제시스템을 왜곡하여 주민들의 반감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중앙아시아 각국 수도에 공자학원을 세워 중국어 보급을 강화하는 데 대해서도 미심쩍은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특히 서방 언론이 강조하는 대목은 중국과 러시아가 중동지역에서 불붙은 민주화 혁명의 불꽃이 중앙아시아로 파급되는 것을 차단하려 한다는 점이다. 분명, 중국에게 중앙아시아 지역의 안보는 끊임없이 불거지는 자국의 변경 치안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주지하다시피 최근 몇 년 신장 지역에서 한족과 위구르족 간의 유혈사태가 빈번했고 중국은 강경진압으로 대응해 왔다. 중국 정부가 우려하는 것은 중앙아시아 지역의 무슬림 세력과 신장지구 위구르 족의 결탁이다. 이미 중국은 아랍의 테러리즘과 자국 내 분리주의를 동일시하는 이데올로기를 SCO 회원국들로부터 공유해냈으며, 이에 카자흐스탄 등으로 망명한 위구르 분리주의자들의 본국 인도나 인터넷 공동 규제 등에 대해서도 제도가 마련될 예정이다. 

SCO는 양날의 칼이다. ASEAN, EU등과 더불어 미국 주도의 일극적 세계질서가 다극화하는 지구적 현실을 반영하는 동시에, 또다른 패권의 등장이라는 우려를 낳는 것도 사실이다. 과연 이번 회의가 내건 ‘상하이 정신’이 실리적 이해관계를 초월한 보편적 가치로 발전해갈지, 그래서 중앙아시아가 다시 한 번 동서문명의 풍요로운 교량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는 두고볼 일이다. 

문제는 중국의 이러한 행보에 대한 한국측의 안이한 무관심이다. 일본의 경우 NHK(2011.7.12)에서 상세한 해설과 분석을 담은 방송이 방영되었고 아사히신문을 비롯한 주요 일간지에서도 간헐적이나마 논평을 내 왔다. 그 중에는 센가쿠열도와 쿠릴열도 등 영토분쟁으로 일본과 불편한 중국 및 러시아가 손을 잡은 데 대한 경계와 더불어, 일본이 외교적으로 고립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표출되어 있다. 물론, 우리까지 과민반응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과 함께 동북아 평화공존의 길을 모색해야 하는 우리로서, 주변정세에 대한 폭넓은 시야와 깊이 있는 분석력의 결핍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백지운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연구교수
(서남통신. 2011.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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