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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숙] 사회적 기업의 중심, ‘꿈꾸는 행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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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2-02-08 11:06 조회22,14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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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와 혁신의 바람은 비영리 영역에도 일찍이 시작되었다. 확장, 단절, 전환이 비영리의 핵심 키워드로 등장했고, 비영리와 영리의 구획을 넘은 제3의 영역은 날로 확장한다. 시민운동, 사회복지, 자선 등의 개념으로 담기지 않는 새로운 모델들은 사회적 기업, 소셜 벤처로 부를 때 더 분명해진다. <미래 사회를 여는 변화의 물결>의 저자 와타나베 나나가 “불안한 시대에 태어난 이 잔잔한 물결이 파도로 바뀌고 있다”고 한 것처럼 물결에서 파도로 일기 시작한 혁신적 변화의 물줄기는 우리에게도 다가왔다.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된 지 꼭 5년이 되었다. 정부는 그동안 수천억원을 투입해 사회적 기업을 ‘육성’해왔고, 보도에 따르면 1월 말 현재 고용노동부의 인증을 받은 사회적 기업과 지자체들이 지정한 예비 사회적 기업은 모두 2150개로, 첫해인 2007년과 비교하면 44배가 늘었다. 어디서도 보기 힘든 가파른 성장이다. 최근에는 광역은 물론 많은 기초지자체까지 사회적 기업 만들기에 팔 걷어붙인 듯하다. 담당부서 설치, ‘1부서 1사회적기업’ 만들기, 설명회와 경진대회에 인사 가점 방안도 등장했다. 모두들 향후 몇년도까지 인증기업 50개, 100개 등 목표달성 수치를 정하고 분주하게 움직인다. 이런 다부진 목표와 의욕적인 ‘육성계획’들을 보면 머잖아 전국 곳곳에 수천개의 사회적 기업이 생길 것 같다.

 

너무 잘나가는 모양새에 염려가 앞선다. 사실 2007년 법이 제정될 당시 너무 빠른 제도화의 속도에 불안한 건 나만이 아니었다. 개념조차 낯선데다, 정부도 시민사회도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이해와 연구가 크게 부족했던 터라 반길 수만은 없었다. 사회적 기업이 전국적 관심사로 되어 반갑지만, 육성계획들에서 엿보이는 조급한 성과주의적 발상이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지원한 사회적 기업의 생존율이 높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국내외 성공과 실패 사례에서 얻은 교훈은 무엇인지를 충분히 따져보았을까, 지금 관이 담당하는 역할은 적절한지 꼼꼼히 되짚어 보았을까 싶다.

 

1982년 ‘아쇼카재단’을 창립해 3000여명의 사회적 기업가를 키워낸 빌 드레이턴은 “사회적 기업가는 꿈을 가진 행동가이다. 사회구조를 바꾸는 건 이삼년이 아니라 수십년, 그 이상이 걸릴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그들이 지치지 않고 열정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2010년 서울에서 열린 ‘사회적 기업가 정신 회의’ 강연에서도 그는 “사람을 키우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공익과 영리의 양 날개로 자신들의 혁신적 아이디어를 폭넓게 실험하는 ‘체인지 메이커’가 되도록 사람에게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공감의 뿌리’라는 단체를 만들어 아이들의 공감능력 키우기라는 창의적 프로그램으로 집단 괴롭힘과 폭력문화를 바꾸는 일로 유명한 캐나다 유아교사 출신의 메리 고든, 주거지 없는 무직 청년들을 위한 단기체류시설을 운영하며 자신처럼 ‘패배그룹’에서 살아온 약자를 위한 비즈니스에 도전했다는 일본의 노숙생활 경험자 마에시바 오사무 등의 성공사례를 보면 빌 드레이턴의 조언의 의미를 금방 알게 된다.

 

예비 사회적 기업가에게 기업운영의 실무만큼 중요한 것은 처음 열정을 지속하게 만드는 일에 투자하는 것이다. 위에서 육성목표를 세우고, 계획에 맞춰 기업 수 늘리기를 재촉해서는 기업도 기업인도 절대 탄탄하게 커나갈 수 없다. ‘많이에서 제대로’, 혁신과 열정이 자산인 사회적 기업가 정신이 뿌리내리도록 길게 보고 사람 투자에 더 주목할 일이다. 약자에게 더 나은 삶의 기회를 주려는 체인지 메이커들의 정신과 열정은 사회적 기업의 시작점이니까.

 

윤정숙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한겨레. 2012.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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