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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 고통의 신비 - 프랑시스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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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2-03-27 11:26 조회25,20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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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
다른 아이들은 화단에서 놀고 있는데
엄마 품에서 죽어가는 소년의 이름으로,
어떻게 갑자기 자신의 날개가 피에 젖어
추락했는지를 모르는 상처 입은 새의 이름으로,
갈증과 허기와 불타는 정열의 이름으로:
경배하노라, 마리아여


가시 면류관
개들을 ?는 몽둥이 외에는 어떠한 왕홀도,
노란 과수원의 친구들, 무늬 말벌들의 비상 외에는
어떠한 왕관도 가져보지 못한 걸인의 이름으로,
결코 이르지 못할 욕망의 가시덤불로 둘러싸인 이마를
피로 물들인 시인의 이름으로:
경배하노라, 마리아여


책형
세계를 십자가에 매단 네(四) 지평선의 이름으로,
육체가 갈기갈기 찢겨 죽어가는 모든 이들의 이름으로,
말 없는 자들의 이름으로, 손 없는 자들의 이름으로,
수술 받으며 신음하는 병자의 이름으로,
살육자의 대열에 끼어 있는 정의로운 자의 이름으로:
경배하노라, 마리아여


프랑시스 잠은 윤동주가 별을 헤며 불러보았던 시인. 잠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괴로워하고 사랑하나이다." 세상의 고통을 하나씩 불러보면서 그는 그것들에게 신의 구원이 가 닿기를 사랑으로 기도합니다. 원래 이 시의 기도문은 다섯 개이지만, 여기서는 세 개만 전합니다. 시인의 기도는 무척 아름답습니다. 신학자 라인홀트 니버의 이런 기도는 또 어떻습니까? "하나님, 제가 변화시키지 못할 것은 그대로 받아들이는 평정을 저에게 주십시오. 제가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변화시킬 용기를 저에게 주십시오. 그리고 이 둘 사이를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저에게 주십시오." 충분히 바꿀 수 있는 사회적 불행들을 바꿀 수 없다고 속단했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최고의 기도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은영 시인
(한국일보. 2012.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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