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은영] 세 개의 벽과 두 개의… - 쥘르 쉬페르비엘 > 회원칼럼·언론보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회원로그인

회원칼럼·언론보도

[진은영] 세 개의 벽과 두 개의… - 쥘르 쉬페르비엘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2-03-27 11:30 조회26,587회 댓글0건

본문

세 개의 벽과 두 개의 문 뒤에서
당신은 내 생각을 조금도 않지만
하지만 돌도 더위도 추위도
또한 당신도 막을 수는 없지
내 맘대로 내 속에서
마치 계절이 오가며
땅 위에 숲을 만들 듯
내가 당신을 부쉈다 다시 맞추는 것을.


그토록 많았던 마음속의 사랑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단어와 관념들을 거친 물결 위의 배처럼 흔들리게 하는 사랑. 그래서 매일매일 멀미를 하는 것 같은 날들. 그런 짝사랑의 날들에 늘 곁에 두고 읽게 되는 시입니다. 세 개의 벽과 두 개의 벽 사이에서 나는 숱하게 당신을 그리고 지우고 부수고 맞추었답니다. 세 개의 벽과 두 개의 문은 나의 그 요란했던 공사가 전혀 들리지 않을 만큼 멀리 있는 건가요? 두 개의 문이라니, 내 방문을 열면 당신의 방문이 보여요. 동서남북 중 세 방향으로 두꺼운 세 개의 벽이 있어요. 나머지 하나는? 당신이 있는 쪽이 환하게 뚫려 있습니다. 나는 당신 바로 곁에 살아요. 이 못 듣는 사람아. 어제 밤새 내가 땅 위에 숲만 그렸겠어요? 세계사를 다시 쓰고 세계지도를 다시 그렸어요. 내가 그린 숲 속의 잠자는 공주처럼 영원히 깨지 않는 사람아. 내게는 당신을 깨울 그 한 번의 입맞춤이 없는데…


진은영 시인
(한국일보. 2012. 3. 26)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 Segyo Institute.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

TEL. 02-3143-2902 FAX. 02-3143-2903 E-Mail. segyo@segyo.org
04004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로12길 7 (서교동 475-34) 창비서교빌딩 2층 (사)세교연구소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