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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주] 서울시장 보선과 연합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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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09-29 13:22 조회22,18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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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궐선거가 결정된 이후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인데 대권구도까지 흔들고 있다. 이 사건들 중 어떤 것은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을 먼지에 불과하겠지만 어떤 것은 새로운 변화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그 판단이 어렵다. 그래도 서울시장 선거가 어떤 역사적 흐름 속에 있는가에서 출발하는 것이 사태의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일 것이다.

여러 교란요인의 등장에도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심판하고자 하는 국민들의 열망이 강화되는 흐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때 서울시 주민투표에 참가한 사람들은 ‘모두’ 한나라당 지지자라는 아전인수격 해석으로 정치적 무리수와 패배를 덮으려는 시도가 먹혀드는 듯했으나 안풍(安風) 한방에 무력화되었다. 야권이 이러한 국민적 열망에 호응하는 길이 연합정치임도 다시 확인되었다. 보궐선거가 확정된 이후 야권 후보군에 대한 지지율은 여권 후보에 크게 뒤졌으나 야권에서 연합정치 구도가 형성되자 곧 여권 후보를 추월했다. 넘어야 할 벽이 적지 않지만 10월 보궐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보궐선거 이후를 생각하면 야권은 우려할 만한 한계도 드러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계기로 국민들의 관심은 점차 이명박 정부에 대한 견제가 아니라 이명박 정부 이후의 문제로 이동할 것이다. 현재 야권의 연합정치는 이러한 관심을 만족시킬 수 있는 조직적, 정책적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야당들은 서울시장이라는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에 국민들의 관심을 모을 만한 후보를 내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고, 여론은 이러한 한계를 메워줄 인물을 따라 춤을 추고 있다. 이번에는 시민운동 출신의 박원순 변호사가 야권과 국민들의 새로운 정치 열망을 연결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등장하며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러한 행운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반복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최근 변화의 중요한 계기였던 안풍은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이 표현된 것이라고 해석되고 있다. 크게 틀리지 않은 해석이지만 새로운 정치가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답은 제시할 수 없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는 정당이 중심적 역할을 해야 산적한 난제를 해결하고 사회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데 필요한 힘을 만들어낼 수 있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을 정당개혁의 동력으로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정당정치에 대한 회의론을 반복하는 것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절박함은 야당들이 더 크다. 최근 선거의 정당득표율과 정당지지율의 관계를 보면 여당의 경우는 비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려우나 야권 정당들은 지지율이 득표율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이라는 화살이 상당 부분 야권을 향하고 있는 셈이다. 여러 원인이 있지만 야권 정당들이 심각하게 분열되어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인들 중 하나이다. 대통합을 주장하는 사람이나 선거연합을 주장하는 사람 모두 현재의 분열상을 바람직하다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정당들이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에 부응하려면 이 문제를 극복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대통합이건 소통합이건 통합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만 그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정략적인 발상과 소모적인 논쟁은 국민들을 더 실망시키고 있다. 작더라도 실질적인 결과를 보여줄 수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 특히 주요 정당들은 다른 이들의 선택을 기다리기보다는 스스로 먼저 변화해야 한다. 민주당도 막연히 대통합론을 앞세우기보다는 좋은 인물과 정책이 선택될 수 있는 정당 혁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줄 때 수권세력을 통합할 구심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정당 외부에서 통합론으로 정치적 자산을 축적하고 있는 세력들에도 그동안 축적한 자산을 변화의 계기를 만드는 데 사용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정당, 정치인들의 결단이 없다면 국민은 다가올 ‘초인’에 더 매달리게 될 것이다. 정당들에는 물론이고, ‘2012년 승리와 2013년 희망’에도 긍정적인 전조는 아니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중국학
(경향신문. 2011.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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