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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영] 이대호의 '계약'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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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02-11 14:43 조회22,10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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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광적인 부산 야구팬들이 화났다. 롯데 자이언츠는 프로야구 역사 30년 동안 겨우 두 번 우승하는 데 그쳤다. 열성적인 팬들은 구단의 인색한 투자를 탓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대호 선수의 계약 문제는 팬들을 더욱 화나게 했다.

이대호 선수는 야구팬과 어린이들에게는 영웅적 존재다. 지난 시즌에 도루 부문을 제외한 타격 7개 부문에서 수위를 차지했고, 세계 신기록인 9경기 연속 홈런을 때렸다. 어려운 환경을 딛고 일가를 이룬 입지전적 인물이다. 항상 팀의 우승을 염원한다니, 팀 스피릿의 표상이기도 하다.

위계적 계약방식 고집

연봉 협상에서 선수는 현역 최고수준인 7억 원을 요구했고 구단은 6억 3,000만 원을 제시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연봉조정위원회는 결국 구단의 손을 들어주었다. 야구팬들은 KBO와 롯데 구단에 비난을 쏟아냈다.

이대호 선수의 연봉계약 과정은 선수 본인은 물론 구단에도 깊은 상처를 남겼지만 '계약의 경제'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올리버 윌리엄슨에 의하면, 계약에는 크게 세 가지 종류가 있다. 고전적 계약은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주체들간의 계약으로 제3자의 개입은 억제된다. 신(新)고전적 계약은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환경에서 맺는 일종의 장기계약으로 제3자가 분쟁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관계적 계약은 계약의 지속성과 복잡성이 늘어날 때 이루어지는데, 계약 주체의 개별성은 사회적 관계로 대체된다.

계약은 거버넌스 구조와 연결된다. 거래 대상에 대한 투자가 특수한 것이 아니면 보통 고전적 계약을 맺는다. 흔히 관찰되는 당사자간의 시장거래이다. 신고전적 계약은 제3자가 포함되는 삼방거버넌스를 창출한다. 계약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고 투자의 특이성이 증대되면 관계적 계약을 맺는 것이 유리하다. 이는 거래 특수적이고 위계적인 거버넌스를 낳는다.

이대호 선수의 연봉 계약은 구단 내부조직의 연봉결정 원리에 의해 위계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운동선수는 노동의 성격이 특이하고, 특히 단체운동은 팀 내부의 지식이나 상호관계 때문에 거래 특수성이 높다. 따라서 구단은 팀의 성과 평가를 개인의 성과 평가에 반영할 수는 있다.

여기서 감안할 것은 야구가 개인기록이 매우 중시되는 스포츠라는 점이다. 야구에서는 정량적 성과 평가가 잘 이루어진다. 그래서 현물시장의 경매 방 식과 같은 고전적 계약 방식을 부분적으로 도입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롯데 구단은 위계적 계약 방식을 고집하고 전 구단을 통틀어 최고의 기록을 낸 선수에게 최고 연봉을 주려 하지 않았다. 팬들도 선수의 개인 성적을 속속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롯데 구단의 처사를 부당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롯데 구단도 기업이므로 오너를 위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 그러나 선수의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비용을 줄이는 것은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훼손한다. 게다가 기업은 주주 종업원 공급자 고객들과의 계약의 복합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구단의 단기 이익만을 좇아 제9구단 창설을 반대하는 태도는 야구시장 전체를 위축시키고 고객과 선수를 외면하는 것이다.

KBO의 공정성도 의문

조정자 역할을 맡은 KBO의 공정성도 짚어야 한다. 미국 프로야구(MLB)에서는 조정관 3명이 결정을 내리는데, 이들은 MLB와는 이해 관계가 없는 이들이라고 한다. MLB의 조정 결과는 '선수 승리'가 42.4%, '구단 승리'가 57.6%로 집계되고 있다. 이에 비해 KBO 조정위에는 KBO 관련 인사와 야구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KBO의 연봉 조정심사를 받은 선수는 이대호 선수를 포함해 총 20명인데, 1명만이 승리했고 19명은 패배했다.

계약은 법적 권리의무관계를 창설하는 약속이다. 계약은 우리 생활에서 숨쉬는 공기와 같은 존재다. 그런데 이대호 선수 문제로 계약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강화될까 걱정이다. 롯데 구단과 KBO의 성찰이 필요하다.
 
이일영 한신대 사회과학대 교수
(한국일보. 2011.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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