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참담함의 자극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은 당연히 우리만이 아니었다. 가령, 3월 11일 홍콩에 머물던 한 기자의 리포트에 따르면 그의 스마트폰에는 유튜브앱을 통해 즉각 지진의 동영상이 뜨기 시작했는데, 그에 의하면 지진 하루만에 ‘지진’ ‘쓰나미’라는 단어를 포함한 1만 6천개 이상의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왔고 그중 일부는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한다.(인터넷 동아일보 4.1) 그런 점에서 이번 일본 동북해안을 덮친 지진해일은 온 세계 사람들에게 10년전 뉴욕 쌍둥이빌딩을 강타한 테러공격에 버금가는 경악을 주었으며, 그 두 사건이 인간의 시각적 경험과 심층의식에 새겨 넣은 상처의 크기는 두고두고 비교연구의 대상이 될 것이다.
이번 지진해일의 피해가 엄청난 것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그것은 본질적으로 불가항력의 자연재해이다. 역사가 가르쳐주듯이 자연이 행사하는 생산력과 파괴력의 위대함을 배우고 거기 복종하는 것은 모든 생명체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하지만 원자력에 관계된 일련의 사고는 이와 아주 다른 것이다. 폭탄을 만들기 위해서든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든 원자핵의 인위적인 분열과 융합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은 인류문명의 절멸을 각오해야 하는 원천적 위험의 하나임이 현실 속에서 입증된 것이다.
그와 더불어 이번 원전사고의 대처과정에서 나타난 부수적인 문제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미 보도를 통해 알려져 있듯이,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방사성물질이 유출되기 시작하면서 3월 14일 800여명 원전 직원들은 빠져나가고, 남은 50명만이 현장에서 원자로를 식히기 위한 작업에 투입되었다.「인디펜던트」는 그들이 “무거운 산소통을 둘러메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한 줄기 플래시 불빛에 의지해서 작업했을 것”이라고 전한다. 그린피스의 반핵운동가 리아너 퇼러는 그들이 “방사선에 노출되는 것을 줄이기 위해 15분씩 교대작업을 하는 것으로 아는데, 그래도 상당한 수준의 방사선에 노출됐을 것이며 즉각 방사선질환에 걸릴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한겨레 3.17) 다른 보도는 작업자들이 “최소한의 수면과 음식조차 보장되지 않는 열악한 상황”에 있으며, 오염된 바닥에서 온전한 보호장비도 없이 잠을 자는 수가 있었다고 전한다.(인터넷 동아일보 4.1)
이후 후쿠시마 원전에는 작업인원이 초기의 ‘결사대 50인’으로부터 180명, 580명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이들은 10분만 일하면 구토와 탈진증세를 보일 정도의 강한 방사능과 사투를 벌여야 했으며, 이마저도 방사능 누적치가 한계에 달해 있다고 한다.(프레시안 3.19)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작업을 계속하는 셈인데, 그렇기 때문에 바깥세상은 그들에게 ‘원전결사대’ ‘얼굴 없는 영웅’ ‘현대판 사무라이’라는 찬사를 바치는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