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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숙] 김영수 소령의 ‘배신’과 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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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07-27 15:04 조회21,38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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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소령님, 올해 ‘빛과 소금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저는 지금 처벌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어서 상을 받을 수 없을 듯합니다.”

 

“처벌을 받게 된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저희는 상을 드리기로 결정했습니다.”

 

2009년 가을, 공익제보자에게 수여하는 ‘의인상’ 수상 소식을 전하는 그와의 첫 통화는 이러했다. 김 소령은 끝내 시상식에 나오지 못했다.

 

계룡대 근무지원단에서 군수품과 예산을 다루었던 그는 수의계약에 따른 9억4000만원의 국고손실 군납비리를 밝혀냈다. 절차대로 수년간 군 수사당국에 7번이나 신고했지만, ‘수사 불가’와 ‘혐의 없음’으로 후속수사는 없었다. 급기야 군복 차림 그대로 방송에 출연해 낱낱이 증언한 그는 마지막에 “이 시간 이후 일어날 상황이 두렵다. 그러나 그동안 그랬듯이 앞으로 닥칠 어떤 고난도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공익제보자들의 고통은 비리를 감지한 순간 이미 시작된다고 한다. 양심과 공모 사이에 선 번민의 시간과 두려운 예감들. 배신자나 부적응자 딱지에 영웅심리와 개인적 불만이라는 오명의 덫에 점차 포박되면서 그들은 부정의 발견부터 제보 결행, 처벌의 전 과정에서 극한의 스트레스를 겪는다. 불편한 진실을 폭로한 대가로 그들이 겪는 고통은 우리에게 침묵과 불감증을 강요하고, 침묵은 공모자를 양산한다.

 

고등학교 내내 장학생이었지만 가난했던 그는 교실 바닥에서 잤고 친구들이 챙겨다주는 밥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등록금 없이도 대학 공부를 할 수 있는 사관학교를 졸업해 장교가 된 그가 선택한 정의의 행보는 평생 명예로운 군인으로 살자고 한 꿈을 포기하는 결단이었다. 수상식 일주일 전 그의 집을 방문했을 때, 책상 앞에 “나는 공직자로 법령 및 절차에 따라 양심적으로 직무를 수행하며 소관업무에 대한 부패유발 요인을 적극 발굴 개선한다”는 청렴서약서가 단정하게 붙어 있었다. 그 서약서는 그에게 가장 든든한 멘토가 아니었을까.

 

국방장관상 세 번에 참모총장상과 소장·중장상을 두루 받아 군이 공인해준 엘리트 장교였던 그는 결국 ‘업무적응 미숙’으로 최하위 근무평점을 받아 교관 자격을 박탈당했고, 국군체육부대로 좌천되었다. 여기까지는 많은 공익제보자들이 겪는 예상 경로 그대로다. 그런데 올해 초 ‘업무 미숙한’ 그는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부패방지부문 ‘훈장’을 받았다. 행정자치부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서명한 훈장을 받는 기쁜 날, 그는 군의 축하를 받지 못한 상이어서 “슬펐다”고 했다. 지난달, 20년 군인생활을 마치고 떠나는 전역신고식에서 마지막 선물로 ‘경고장’을 받았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해군총장 쪽에서 만나자는 전갈이 왔다. 만날 수 없었던 심경은 너무 자명했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10년 우리나라 부패인식지수(CPI)는 178개국 중 39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아래인 5.5점이다. 지난 3년간 지수가 조금씩 낮아졌으니 ‘오픈리크스’ 설립자 다니엘 돔샤이트베르크의 표현대로 ‘과잉기밀사회’에서 부패와 은폐의 공기는 점점 탁해져 간다. 올해로 부패방지법 제정 10년이다. 9월 말에는 ‘공익신고자보호법’이 시행된다. “공익신고자들은 우리 사회 양심을 대변하는 사람들이고, 그들이 박해나 처벌을 받는다는 것은 우리의 양심이 박해받는 것”이라고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은 이 법의 목적을 꿰뚫어준다. 부정부패가 박해받고 연루자들은 반드시 처벌될 때, 그래서 여기저기 양심의 호루라기를 불어대는 ‘부패 부적응자’들이 넘치게 될 때 이 법의 존재감이 빛난다.

 

윤정숙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한겨레. 2011.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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