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계 자산의 80%가 부동산이다. 부동산 가격 총액은 GDP의 4~5배에 이른다. 미국은 1.8배이고, 일본은 부동산 거품이 최고조에 달한 1990년 초에 4.5배 수준이었다. 한국에서는 부동산테크의 성패에 따라 자신과 자손의 계급·계층이 결정되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은 표지에 “그 누구도 속 시원히 말해주지 않은 부동산에 관한 모든 것!”이라는 광고 문구를 적어놓았다. 읽어본 결과 이는 확대·과장 광고가 결코 아니었다.

‘부동산 대폭락’은 없다, 그러나…

이 책의 제목은 무슨 종말론을 연상케 한다. 도대체 무엇이 끝났다는 말인가? 부동산으로 떼돈 벌던 시대 내지 부동산으로 계급·계층이 결정되던 시대가 끝났다는 것인가? 혹시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시작된다는 것은 아닐까? 결론만 먼저 말하면 이 책은 부동산 대폭락 시대의 도래 가능성을 부정한다. 그렇다고 해서 아파트 건설업자와 빚내서 집 산 사람의 바람인 부동산 재상승 가능성에 동조하는 것도 아니다. 저자의 결론적 주장은 지금은 부동산 관련 형벌의 집행유예 기간이라는 것이다.

“이 기간 동안 더 이상 부동산 거품을 확대시키지 않아야 하는 것은 물론, 기존의 거품도 연착륙시키지 않으면 안 되며, 경기부양의 유혹, 토건세력의 정치적 지지를 좇아 다시 부동산 거품에 손을 대는 순간 가중처벌은 불가피하다”라는 것이다. 또한 “부동산 관련 고통을 한 방에 해결할 방법은 없지만 원칙을 정립하고 상황 변화에 대응하는 정책 패키지를 갖춘다면 부동산으로 인한 고통은 끝낼 수 있다”라는 것이다.

이 책 제목은 집을 사고 싶어하거나 팔고 싶어하는 사람을 강하게 유혹한다. 그뿐 아니라 전셋값은 오르는데, 집값은 떨어지는 기묘한 현상에 당혹해하는 사람도 유혹한다. 그런 분에게는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개인적 재테크용 지침서가 전혀 아니다.

이 책은 정책 담론(국가 비전, 전략)의 모범이다. 그런 점에서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계기로 쏟아져나올 정책 담론과 공약은 이 책의 형식과 내용을 역할 모델로 삼을 만하다. 이 책 1부에서는 부동산 문제를 분석하는 거시적이고 구조적인 시각을 자료와 수치를 곁들여 제시한다. 2부에서는 각종 부동산 정책(세금·금융·분양가·공공 임대주택 등)의 효과와 한계를, 3부는 외국의 부동산 관련 상황과 정책을, 4부에서는 향후 부동산 정책 방향과 몇 가지 목표(수치)를 다룬다.

이 책에는 부동산 분야의 오랜 통념을 뒤엎는 주장이 적지 않다. △현재 61% 수준인 자가보유율은 거의 정점에 근접했다는 것 △공공 보유 토지 및 재정의 한계와 사회적 격리 현상 등으로 인해 공공 임대주택의 상한선을 15% 정도(그나마 공공이 직접 짓는 것은 10%, 나머지 5%는 민간 부문 주택 재고나 토지를 활용)로 설정해야 한다는 것 △보유세 실효세율(현재 0.2%)의 최대치도 10년 내 0.5% 수준으로 잡아야 하며, 이에 따라 거래세를 낮춰주어야 하기에 복지 재원의 큰 원천으로 삼으려는 생각은 말아야 한 다는 것 △민간임대는 사라져야 할 점유 형태가 아니라 공식적·제도적 영역으로 끌어들여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보호·지원·규제(임대료 상한제, 자동계약 갱신제 등)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저자는 이 외에도 부동산과 관련된 거의 모든 주장을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따라서 이 책의 날카로우면서도 묵직한 주장에 대해 수많은 논객 내지 선지자(?)들의 반박이 없는 것이 여간 이상하지 않다. 부동산 대폭락을 예언하신 분, 부동산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기 위해 분양원가 공개, 선분양제, 공공 임대주택, 금융 규제 등을 주장하신 분들의 반박이 기대된다.

저자는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관으로서 부동산 정책에 깊이 관여했다. 그런데 참여정부 시절 여당·정부·청와대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던 사람으로서 자신이 깊이 관여하던 정책과 관련하여 깊은 성찰을 토대로 향후 비전·전략을 책으로 정리한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정책에 깊숙이 관여한 공직자의 모범을 보여준다. 이 책은 부동산 정책에 관한 한 우리 시대의 경험·지식·지혜의 총화이다. 이전의 모든 부동산 정책 담론은 이 책으로 다 모여들었고, 향후 부동산 정책 담론은 여기서 흘러나올 것이다. 보기 드문 역작이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
(시사IN. 2011.10.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