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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선] 아름다운재단이 아름답지 않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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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10-07 14:15 조회25,7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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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야권 통합후보로 확정된 박원순 변호사가 출마를 선언한 이래 그는 물론 그가 직간접으로 관련을 맺었던 단체들에 대한 신상털기가 요란합니다. 시민운동가가 어떻게 월세로나마 강남의 큰 아파트에 살 수 있는가, 디자인을 하는 그의 아내의 기업 공사 수주는 그의 후광 덕이 아닌가 등의 의혹이 제기되더니 이제는 참여연대와 아름다운재단에 대해서도 의혹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서울시장이란 공직에 출사표를 던진 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은 반드시 필요하고 따라서 그의 사생활이나 그가 이끌어온 단체들 역시 검증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단지 흠집 내기를 목표로 한 ‘아니면 말고’식 무차별 의혹제기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우리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환멸감을 증폭시킬 수 있는 까닭입니다.


아름다운재단에 대한 본격적 의혹제기에는 성희롱 발언으로 한나라당에서 출당되고 국회에서 가까스로 제명을 면한 강용석 의원이 앞장섰습니다. 그는 2001년부터 10년간 대기업들이 이 재단에 150억원가량을 기부했는데, 이는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의 대기업 비판 활동과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언론들은 그의 주장을 대서특필했고 어떤 신문은 해당 기사의 제목에서 아름다운재단을 ‘박원순재단’으로 표기했습니다. 이 신문을 본 한 친구는 박 변호사에게 연구소를 이용해 대기업의 약점을 잡고 사실상 ‘박원순재단’인 아름다운재단에 돈을 기부하게 만든 사익추구자란 인상을 지우려는 편집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제기된 의혹 역시 상당한 허점이 보입니다. 우선 연구소와 박 변호사를 연결짓는 고리가 취약합니다. 연구소에 따르면, 참여연대 활동을 한 연구원이 일부 있었지만 연구소 자체는 재정이나 의사결정 등이 독립돼 있는 별도의 조직이고, 특히 박 변호사는 연구소 쪽과 아무런 관계도 맺은 적이 없다고 합니다.


재단이 10대 기업에서 받았다는 150억원에도 허수가 있습니다. 그 3분의 2인 97억원은 아모레퍼시픽이 낸 것이고, 그것도 회사가 아닌 창업주 서성환 회장의 유족들이 고인을 기리기 위해 유산의 일부를 주식으로 출연한 것이라고 합니다. ‘아름다운 세상 기금’으로 명명된 이 기금은 여성 가장들에게 최대 4000만원까지 지원하는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에 사용돼 왔는데, 지난 6월 이 기금의 지원을 받아 연 희망가게가 100호점을 돌파했고 100명의 여성들의 감동적인 새 삶 찾기는 ‘박원순재단’을 비판한 신문에서조차 크게 다뤄졌습니다.


일단 ‘아름다운 세상 기금’을 문제의 10대 대기업 후원금에서 제외하면 나머지 9개 대기업이 재단에 기부한 금액은 50억원가량이 됩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나 월드비전 등 주요 모금단체들이 이들로부터 받은 기부금과 비교하면 결코 많지 않은 금액입니다. 하지만 아름다운재단은 기부금을 제공하는 기업과의 협약에 충실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그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의 서경배 사장이 희망가게 100호점 개설에 즈음해 또다시 2억원을 그 프로젝트에 기부했던 것도 이런 신뢰가 있었기 때문일 터입니다.


이렇게 우리 기업의 나눔경영이 조금씩 자리잡아 가고 있는데도 기업의 기부행위를 구린 데를 가리기 위한 방편으로 매도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나눔문화 확산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국회의원 시절에) 재벌 총수를 국회 청문회에 부르거나 대기업을 힘들게 하는 법을 만들겠다고 하면 기업들이 후원하겠다고 찾아왔다”며 (아름다운재단에 대한 기업의 기부가) “순수한 나눔의 차원이 아니라면 굉장히 문제될 수 있다”고 한 임태희 대통령실장의 발언은 부적절하기 짝이 없는 망발입니다.


최근 안철수 돌풍에 화들짝 놀란 정치권에선 너나없이 새로운 정치를 입에 올립니다. 하지만 서울시장 선거전 초입에 우리 정치권이 보인 모습은 전혀 새롭지 않았습니다. 본격 선거전의 막이 오른 지금부터라도 이번 선거가 우리 사회, 우리 정치의 미래에 대한 성찰의 시간이 될 수 있게 만들어야겠습니다.


권태선 편집인
(한겨레. 2011.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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