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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징병제도 모병제도 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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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6-09-27 18:07 조회30,56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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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치권은 국가안보와 민생을 분리하는 버릇이 심하다. 급할 때는 국가안보가 최우선이라면서 민생을 외면하고, 안보는 보수, 민생은 진보라는 슬로건으로 이질적인 정치 성향의 유권자들을 끌어당기려고 시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장성한 아들이 무사히 병역을 마치는 일은 부모에게 더할 나위 없이 절실한 민생 문제이다. 고질적인 병영 내 (성)폭력과 지휘계통의 미흡한 대처나 은폐 시도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이런 불상사가 거듭되는 조직이 효율적이고 강한 군대일 수 없음은 두말할 것도 없으니, 안보와 민생은 별개의 의제가 아니다.


최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모병제를 제안해 관심을 끌었다. 사실 그의 주장은 참신한 것이 아니다. 징병제의 대수술이 불가피한 현실은 이미 오래되었고, 모병제 구상도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다. 최근에는 지난해 11월 이주호 전 교육부 장관 등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보고서에서 주장한 일종의 모병제인 ‘전문병사제도’를 두고 국회 공청회도 열렸고, 지난 4월 총선에서 정의당은 전체 병력을 40만명으로 축소하면서 부분적 모병제를 도입하는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사회적 공감대는 무르익은 것이다.


어쨌든 남 지사의 모병제 발언은 여권의 잠재적 대선후보로서 과감했다. 지난 5월 국방부가 유관 부처 간의 충분한 협의와 조정 없이 덜컥 발표한 의무경찰, 전문연구요원 등 대체복무제도의 단계적 폐지안이 지닌 문제에 비춰 봐도 신선한 것이었다. 역시 여권 대선후보군에 드는 유승민 의원도 병역제도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그는 남 지사가 주장하는 모병제를 실시할 경우 ‘흙수저’만 군대를 가게 되니 모병제가 정의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수저’ 사이에 만연한 병역기피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설득력이 떨어지는 비판이었다. 야권의 대선주자들은 아깝게 중요한 의제를 선점할 기회를 놓쳤다.


야당은 안보를 책임질 능력을 지닌 수권세력으로 인정받고 싶어 한다. 당대표 경선에서 사드 배치 반대 당론을 약속했지만, 금세 말을 바꾼 제1야당 새 대표의 오락가락 행보가 그런 소망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수권능력을 입증하려면 안보와 민생이 합쳐진 사안으로서 병역 문제에 대해 앞서가는 해결책을 내놓을 줄 알아야 한다. 용어부터 모병제보다 ‘참된 국민개병제’가 낫지 않을까. 지금의 현실은 모든 국민이 지는 국방의 의무라는 헌법 제39조2항의 개병제 조항이 무색하다. 고위 공직자 중에도 병역기피자가 수두룩하며, 있는 집 자식들은 입대해도 편한 곳을 골라 간다.


요즘 대학생은 1학년만 마치고 군대를 가는 경향이 높다. 21개월의 군복무를 빨리 마치고 돌아와야 취업전쟁 속에 사회 진출을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벌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시교육에서 막 풀려나 자유롭게 공부하며 다양한 경험 속에 성장할 귀한 시간을 빼앗기는 꼴이다. 사회적 낭비와 경제적 손실이 엄청나며, 국방의 의무를 다한다는 자부심도 희박해진다. 대학에 못 간 젊은이가 느끼는 부담은 더욱 심각하다.(후략)



김명환 서울대 영문학과 교수

(경향신문, 2016년 9월 22일)


기사 전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9222050005&code=99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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