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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선]‘더 큰 엄마’ 선생님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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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0-08-02 07:25 조회20,33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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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공주 갑사골에는 다른 이들을 돌보느라 고단했던 여성들이 돌봄의 대상이 돼 고단함을 달래고 기쁨을 누려보는 프로그램이 열렸습니다.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날 아침,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프로그램을 주선한 쪽의 일원으로 갑사골로 향하면서 이런 폭우 속에 사람들이 과연 모일까 걱정이 됐습니다. 하지만 그 걱정은 기우로 판명됐습니다. 참가 신청자 가운데 단 한 사람도 빠진 사람이 없었습니다. 주최쪽으로선 반가운 일이었지만, 그만큼 우리 여성들의 고단한 삶의 무게가 느껴져 가슴이 짠해 왔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26명의 참가자는 30대에서 70대에 이르는 나이만큼이나 다양했습니다. 하지만 공통점은 정말 열심히 살았고, 그러느라 조금씩은 지쳐 재충전이 필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선생님들이 유난히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방학이 시작되는 시점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우리 선생님들의 삶이 고단하다는 방증이기도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선생님들로부터 교사로서의 삶의 어려움에 대한 토로가 이어졌습니다. 10년차 초등학교 교사인 한 선생님은 ‘축제’였던 아이들 가르치는 일이 ‘숙제’가 돼버렸다고 한탄했습니다. 초임교사 시절 환한 웃음으로 ‘방글이’로 불렸던 그의 얼굴에선 웃음이 사라졌답니다. 다른 선생님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정작 가르쳐야 할 것은 가르치지 못하고 아이들을 시험기계로 만드는 일에 동원되고 있다는 자괴감”을 호소했습니다.

그렇다면 축제였던 교사생활이 삶을 짓누르는 숙제가 된 까닭은 무엇일까요? 우리 교육 현실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선생님들 스스로 매너리즘에 빠진 탓이라고 손쉽게 말하진 못하겠지요. 지금 교사들은 사방의 적들에 둘러싸인 형국입니다. 그들은 사교육 집단에 비해서 무능하면서도, 교원평가 등 이른바 개혁정책에 대해서는 반대를 일삼는 고루한 집단이란 손가락질을 받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교사들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학교 당국은 학생 성적이 교육의 알파와 오메가인 양 선생님들을 몰아칩니다. 그렇다고 교사 상호간의 소통이 잘되는 것도 아니어서 고립된 섬이 된 선생님들은 혼자 발버둥치다가 지쳐가거나, 현실에 눈감은 채 이른바 ‘웰빙교사’로 자족하는 쪽을 선택합니다.

이런 사정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 더욱 악화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제고사를 비롯해 온갖 경쟁기제를 동원해 몰아치다 보니 학교는 갈수록 살벌한 전장으로 변해가고 그 속에서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병은 깊어만 갑니다. 20년 경력의 윤리 선생님은 주변에서 학교를 그만두거나 그만둘까 고민하는 선생님들이 부쩍 늘어났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프로그램에 참가한 선생님들은 현실에 대한 한탄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하지 않았습니다. 40대 중반의 한 교사는 “이 땅에서 살아왔고 살아가는, 나만큼 아팠을, 나만큼 허덕이면서 살아왔을 내 곁의 여성들로부터 내 상처의 더께가 떨어져 나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는 프로그램 후기에서 명상과 수다와 산책 따위로 이뤄진 이 소박한 프로그램에는 참가자들이 서로의 이야기에 온 맘으로 귀기울이고 깊은 공감의 포옹을 할 수 있게 하는 돌봄 이상의 섬김이 있었다며 거기서 충전한 힘으로 ‘더 큰 엄마가 되려는 꿈을 안고서’ 세상 속으로 돌아왔다고 밝혔습니다.

바로 이런 선생님들이 있기에 우리는 아직 한국 교육에 절망을 말해서는 안 됩니다. 현실이 고통스러워도 공감과 연대만 있으면 선생님들은 내 아이를 넘어 이 땅의 상처받고 고통받는 아이들의 ‘더 큰 엄마’가 될 태세가 돼 있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가 이런 선생님들이 우리 아이들의 온전한 아름다움을 키워내는 ‘더 큰 엄마’가 될 수 있도록 응원의 손길을 내밀 때입니다. ‘더 큰 엄마, 선생님’ 힘내세요!

권태선 논설위원

(한겨레. 2010.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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