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주] 갈등·평화 사이 혼돈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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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07-27 14:56 조회22,01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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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남사군도를 둘러싼 분쟁양상이 심상치 않다. 최근 사태는 5월27일 이 지역에서 작업 중이던 베트남의 탐사선과 어선을 중국이 밀어내며 시작되었다. 6월9일에는 반대로 베트남이 중국어선을 밀어내는 과정에서 원유탐사 작업을 하던 베트남 배의 탐사 케이블이 중국어선에 의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 와중에 베트남 내에서 반중여론이 고조되었고, 베트남 정부는 13일 남중국해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14일에는 징병령을 내렸다.
중국도 남중국해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6월21일자 중국 환구시보 사설은 “군사행동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사용해 영토주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7월에는 중국이 대대적인 자원탐사에 나서고, 베트남은 미국과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위기가 더 고조될 조짐이다.
이 갈등의 근원은 물론 영유권 분쟁에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먼저 영유권을 주장한 국가는 중국(당시에는 나중에 타이완으로 밀려간 중화민국)이다. 그러나 1970년대 중반부터 베트남이 남사군도의 일부 섬과 암초들을 등대, 어선 대피소 등의 시설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점유하기 시작했고, 1980년대부터는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도 이러한 움직임에 합류했다. 현재 남사군도 내의 섬들은 여러 국가들에 의해 나누어 점유되어 있다.
이 지역의 높은 경제적 가치도 분쟁을 고조시키는 원인이다. 풍부한 어업자원은 물론이고, 석유와 가스 등 비생물자원의 매장량도 적지 않다. 자원개발, 고기잡이 등이 충돌의 빈도를 증가시키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 지역은 남아시아와 동북아 및 태평양을 연결하는 중요 해상통로이기도 하다.
최근 분쟁 수위가 높아지는 데에는 미국의 개입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특히 중국의 영향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베트남과 미국의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작년 7월 베트남에서 열린 아세안지역포럼(ARF)에 참석한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자유롭게 항해하고 아시아의 공동수역에 제한 없이 접근하는 데 국가적인 이해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6월20일에는 존 매케인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에 맞서기 위해 동남아국가들을 군사적, 정치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남아의 일부 국가들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미국의 개입을 우려한 중국이 더 강경한 태도를 취하면서 지역의 불안정만 고조시키고 신뢰구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부상이 지속된다면 장기적으로 자신들의 이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다른 국가들 사이의 영유권 분쟁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개입할지도 불분명하다. 물론 중국도 자신의 권리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주변국가들의 이익을 침범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 더 분명한 보장책과 공동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없이는 동남아는 물론이고 동아시아 차원의 지역협력이 더 높은 수준으로 진전되기 어렵다. 유사한 문제가 동북아에도 존재하고 국가간 갈등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사람도 살지 않았던 섬들 때문에 인명피해를 유발하는 갈등이 발생하는 것은 비극적인 상황이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서라도 해결책을 찾을 필요가 있다. 당장 도서 영유권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면, 무인도 등의 도서에 대한 영유권을 근거로 배타적 경제수역 등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을 자제하고 새로운 협력방식을 찾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동북아와 동남아 국가들은 대부분 바다를 공유하고 있다. 이를 긍정적으로 활용하면 교류와 협력이 활성화될 수 있겠지만, 이 공간에서 배타적 권리만을 주장하면 바다는 갈등과 전쟁의 무대가 될 수밖에 없다. 동아시아협력의 미래가 갈등의 바다를 평화와 교류의 바다로 바꾸는 것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위한 창조적인 발상과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중국학
(경향신문. 2011.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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