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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주] 길 잃은 연합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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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0-10-07 07:18 조회21,38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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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를 계기로 연합정치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성과도 작지 않았다. 이런 관심은 계속 이어져 최근 시민단체들이 향후 연합정치의 방향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여러 차례 열었다. 그렇지만 연합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그 방향과 방법에 대한 견해 차이도 작지 않음이 드러나고 있다. 현재까지 제출된 방안만도 7, 8개에 이르는 가히 백화제방, 백가쟁명의 상황이다. 정치적 기반이 취약한 이 주장들이 힘을 모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 합의를 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6월 지방선거 이후 적극성 약화

게다가 정작 연합정치 논의의 중심이 되어야 할 정당들의 움직임은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 지금까지는 지방선거 이후 각자 자신의 당 조직을 정비하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였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지난주 일요일 민주당 전당대회를 끝으로 야당들의 전열정비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각 정당들이 연합정치에 대한 분명한 전망을 제시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새로 당선된 민주당 이인영 최고위원이 연합정당의 건설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왔으나, 이를 제외하면 여타 야당 지도부들은 당분간 각자 소속 정당의 역량과 지지기반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연합정치가 길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들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이런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부분적으로라도 연합정치가 작동했던 것은 이명박 정부의 오만한 행보에 경고를 하려 했던 국민적 열망이 높았고, 2006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야권세력들이 연합을 통해 얻은 성과(지방의회와 단체장 자리)를 나눌 수 있는 여지가 컸기 때문이다. 이는 이익교환을 통한 전술적 연합이지 전략적 비전을 공유한 연합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제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하고 정치상황이 변화한 상황에서 정치연합에 대한 적극성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주체들의 의지가 약화되고 제도적 인센티브도 약한 상태에서 연합정치는 시련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당분간 이 추세를 변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계기도 없다. 이 상태로 2012년 국회의원 총선 국면에 진입한다면 연합정치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국회의원 총선은 연합을 촉진하기보다는 분열을 부추긴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총선 결과에 따라 정치세력들이 이합집산을 하면서 대선을 앞두고 연합정치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렇지만 총선에서 야권이 분열로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며 새로운 정치적 분위기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총선 후 불과 8개월 뒤에 있을 대선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당간, 시민단체간 협의 조속히

2012년이 정치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어렵더라도 총선에서부터 연합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모색이 필요하다. 문제는 어디서 출발할 것인가라는 점이다. 진보정당들의 연합, 야권 연합정당 모두 생각해볼 만한 방안이다. 그러나 연합정치에 대한 주요 정치주체들의 인식 차이나 연합정치에 대한 제도적 제약을 고려하면 당장 정치구도를 재편하려는 시도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또 단기적으로 선거승리라는 정치적 이익만을 앞세워 연합을 강요하는 것도 장기적으로는 연합정치의 발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소 더디게 보이더라도 먼저 필요한 것은 연합정치가 선거에 필요한 전술적인 대응이 아니라 분단체제 하에서 고착된 수구세력 우위의 정치지형을 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장기과제라는 점에 대해 합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당간, 시민사회간 협의를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길 잃은 연합정치가 제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자기정비를 끝낸 정치 세력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경향신문. 2010.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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