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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주] 김정일 방중에 깔린 ‘복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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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05-26 21:57 조회24,2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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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김정은이 방중했다는 대형 오보에서 시작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한 언론의 추적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정보부족으로 어느 정도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특정 선입관이 잘못된 보도를 반복하게 만들면서 혼란을 가중시켰다. 보수언론들은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할 때마다 후계자를 승인받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3대세습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깔려있을 것이다. 북의 후계문제가 중요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렇지만 이러한 선입관이 정작 중요한 변화를 읽지 못하게 한다면 큰 문제다.

자기시대 마무리 해결 과제 산적

제한된 정보로 김정일의 방중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해석하기 어렵다. 그러나 후계자 문제를 가장 중요한 의제로 보기는 힘들다. 김정일이 작년 5월 이후 약 1년 동안 중국을 세 차례 방문하고 있는데 모두 후계자 문제 때문이라고 하기 어렵다.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중국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면 일관된 목표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세 차례의 방중을 관통하는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김정일 중국방문의 수수께끼를 푸는 지름길이다.

문제는 김정은이 아니라 김정일이다. 후계구도의 안정화가 주요 과제이기는 하나 이를 위해서도 미국과의 핵협상부터 경제회복까지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는 고스란히 김정일의 몫이다. 김정은이 이 문제들과 관련한 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과 권위를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 현재 김정일에게는 자신의 시대를 어떻게 마무리하고 어떤 유산을 남길 것인가가 더 중요한 문제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최근 세 차례의 방중에서 핵문제와 관련된 의견조율이 없지 않았겠지만 경제협력이 가장 시급한 의제로 드러나고 있다. 중국은 북핵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지 않으며 오래 전부터 북한체제가 경제적 활력을 찾는 것이 한반도의 안정화와 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해왔다. 김정일로서도 미국과의 담판에만 매달리는 것은 자신에게 얼마 남지 않은 시간만 허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상황을 개선하는 데 획기적인 전환점이 필요하고 중국이 남아 있는 유일한 대안인 셈이다.

여기서 간과하기 쉬운 것은 이러한 결정이 북한에 쉬운 선택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중국의 영향력 확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전통적 특수관계가 유지되는 시기에도 북한은 중국의 영향력 차단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따라서 북·중 경제협력은 북한에 미국과의 협상에 못지않은 전략적 결정이 필요한 문제이다. 세 차례 방중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실마리도 여기에 있다. 김정일은 이 전략적 선택의 성공을 보장하기 위해 신중에 신중을 기하며 다양한 포석을 짜고 있는 것이다.

가는 곳마다 김일성 유적지를 방문하는 것도 북·중 전통적 유대라는 프레임 내에 북·중 경제협력을 위치지우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

전통적 유대 바탕 경협 본격화 의도

북한은 2009년 10월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북한 방문을 앞두고, 1947~49년 사이의 중국 국공내전에서 중국공산당을 지원한 역사와 중국혁명에 대한 공헌을 강조한 바 있다. 즉 북·중 경제협력이 북한이 중국의 일방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서로 돕는 역사적 유대의 연장임을 재확인하려는 것이다. 김정일의 새로운 모험이 시작되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북의 개방정책이 실패한 사례가 많기 때문에 그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 그러나 김정일 귀국과 함께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것처럼 위화도·황금평도 개발과 중국의 오랜 숙원 사업인 훈춘~라선간 고속도로 건설이 본격화된다면 북은 과거 어느 때보다 큰 변화의 물결을 타게 될 것이다. 당장 북한이 중국에 예속된다고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다. 또 북한이 곧 붕괴를 앞두고 있다거나 제재가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거나 하는 자기최면을 계속 걸고 있을 때도 결코 아니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중국학

(경향신문. 2011.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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