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주] 동아시아 공동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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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03-04 07:22 조회24,01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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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일본 규슈지역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주요 관광지에 한국인이 일본인보다 많았던 것이 인상 깊었다. 해외에서 한국인을 만나는 것이 흔해진 세상이지만 이곳 한국인 여행자들에게서 흥미로운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국가와 국가 사이의 교류만이 아니라 지역과 지역 사이의 교류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다.
국가간보다 지역간 교류 먼저
구마모토가쿠인 대학 신명직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이곳을 찾는 한국인 여행자 중에는 부산에서 쾌속선(약 3시간)을 타고 오는 사람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는 KTX를, 부산에서 규슈까지는 쾌속선을 타고, 일본 내에서는 신칸센을 타고 이동하는 여행도 가능하다. 남북 사이의 교통이 단절된 상황에서 항공에 의존하지 않고 해외에 갈 수 있는 가장 편리한 길이다. 몇해 전 한 심포지엄에서 한국의 남부와 일본의 규슈 사이의 경제협력을 촉진하는 구상을 들었을 때만 해도 미래의 일로 생각했다. 국가간 갈등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간 교류가 얼마나 활성화될 수 있겠는가에 의문이 있었던 탓이다. 그런데 두 지역이 얼마나 가까워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보니 먼 미래의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아가 바로 이러한 곳들이야말로 동아시아공동체가 만들어지는 현장이라는 확신까지 들었다.
국가간보다 지역간 교류 먼저
구마모토가쿠인 대학 신명직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이곳을 찾는 한국인 여행자 중에는 부산에서 쾌속선(약 3시간)을 타고 오는 사람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는 KTX를, 부산에서 규슈까지는 쾌속선을 타고, 일본 내에서는 신칸센을 타고 이동하는 여행도 가능하다. 남북 사이의 교통이 단절된 상황에서 항공에 의존하지 않고 해외에 갈 수 있는 가장 편리한 길이다. 몇해 전 한 심포지엄에서 한국의 남부와 일본의 규슈 사이의 경제협력을 촉진하는 구상을 들었을 때만 해도 미래의 일로 생각했다. 국가간 갈등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간 교류가 얼마나 활성화될 수 있겠는가에 의문이 있었던 탓이다. 그런데 두 지역이 얼마나 가까워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보니 먼 미래의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아가 바로 이러한 곳들이야말로 동아시아공동체가 만들어지는 현장이라는 확신까지 들었다.
2000년대 들어 동아시아의 주요 지도자들이 동아시아공동체를 미래의 꿈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비판적 지식인들이 1990년대 초반부터 동아시아론을 제기했다. 그런데 일본제국주의가 대동아공영권이라는 구호를 내세워 다른 아시아 국가들을 침략했던 불행한 역사적 기억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이를 이상주의적 주장으로 간주하는 분위기가 컸다.
상황이 바뀐 계기는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이다. 동아시아에서도 냉전체제의 해체 이후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동아시아 차원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됐다. ‘ASEAN+3’라는 협력기구가 만들어졌고, 동아시아공동체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졌다. 그러나 유럽연합을 연상시키는 동아시아공동체 논의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한계에 직면했다. 국가들 사이에 영토, 역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반복해서 출현한 탓이다.
그러나 화폐통합에 이른 유럽연합과 비교하기 어렵지만 동아시아공동체를 향한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무엇보다도 규슈처럼 동아시아인들 사이의 자발적인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공간이 증가하고 있다. 한·중 사이에는 중국의 칭다오와 같은 곳이 이러한 사례에 속한다. 현재는 난관에 직면하고 있지만 금강산과 개성과 같은 곳도 순조롭게 발전한다면 남북 협력만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교류와 협력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될 수 있다. 지역을 보면 동아시아공동체의 현장들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자발적 협력의 계기 만들어야
유럽모델을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다. 특히 동아시아에서는 지역의 역할을 더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 해결하기 어려운 갈등요인이 많을 뿐만 아니라 국가간 규모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국가를 기본단위로 하는 연합은 쉽지 않다. 반면 지역적 차원에서의 협력과 교류는 이러한 부담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에 수평적인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다. 그뿐만 아니라 동아시아공동체의 형성을 가로막는 주요 원인인 영토분쟁도 대부분 지역과 연관된 문제이다. 자발적인 교류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지역에서 동아시아공동체를 위한 모델을 창조하거나, 분쟁지역을 평화의 공간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동아시아공동체는 더 가까운 현실이 될 수 있다.
유럽의 경우 ‘유럽석탄·철강공동체’와 같은 기능주의적 협력이 공동체발전을 촉진했다고 한다면, 동아시아에서는 지역에서의 협력이 그러한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지역은 단순히 국가 하부(subnational)의 공간이 아니라 동아시아와 세계로 열려 있는 공간이다.
상황이 바뀐 계기는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이다. 동아시아에서도 냉전체제의 해체 이후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동아시아 차원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됐다. ‘ASEAN+3’라는 협력기구가 만들어졌고, 동아시아공동체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졌다. 그러나 유럽연합을 연상시키는 동아시아공동체 논의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한계에 직면했다. 국가들 사이에 영토, 역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반복해서 출현한 탓이다.
그러나 화폐통합에 이른 유럽연합과 비교하기 어렵지만 동아시아공동체를 향한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무엇보다도 규슈처럼 동아시아인들 사이의 자발적인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공간이 증가하고 있다. 한·중 사이에는 중국의 칭다오와 같은 곳이 이러한 사례에 속한다. 현재는 난관에 직면하고 있지만 금강산과 개성과 같은 곳도 순조롭게 발전한다면 남북 협력만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교류와 협력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될 수 있다. 지역을 보면 동아시아공동체의 현장들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자발적 협력의 계기 만들어야
유럽모델을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다. 특히 동아시아에서는 지역의 역할을 더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 해결하기 어려운 갈등요인이 많을 뿐만 아니라 국가간 규모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국가를 기본단위로 하는 연합은 쉽지 않다. 반면 지역적 차원에서의 협력과 교류는 이러한 부담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에 수평적인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다. 그뿐만 아니라 동아시아공동체의 형성을 가로막는 주요 원인인 영토분쟁도 대부분 지역과 연관된 문제이다. 자발적인 교류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지역에서 동아시아공동체를 위한 모델을 창조하거나, 분쟁지역을 평화의 공간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동아시아공동체는 더 가까운 현실이 될 수 있다.
유럽의 경우 ‘유럽석탄·철강공동체’와 같은 기능주의적 협력이 공동체발전을 촉진했다고 한다면, 동아시아에서는 지역에서의 협력이 그러한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지역은 단순히 국가 하부(subnational)의 공간이 아니라 동아시아와 세계로 열려 있는 공간이다.
이남주 성공회대 중국학 교수
(경향신문. 2011.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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