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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주] 무엇을 위한 국론통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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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01-02 22:20 조회21,41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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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사격훈련을 전후로 정부·여당은 부쩍 국론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7일의 라디오 연설에서 안보를 위해서는 국민단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을 보면 이러한 분위기가 새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가적 위기상황, 특히 공동체의 생존이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위기 극복을 위해 국론통합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에게 더 익숙한 풍경은 안보위기를 이유로 국론통합을 강조하는 것이 곧 민주적 권리에 대한 억압으로 이어졌던 상황들이다. 국론통합에 대한 호소가 이러한 의구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적어도 다음과 같은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안보위기 내세워 일방적 강요

첫째, 국론은 일방적으로 강요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 객관적 근거를 갖는 주장들 사이의 토론을 통해서 만들어져야 한다. 정부가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정체가 불확실한 국론을 앞세워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려 할 경우 심각한 국가적 손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비교적 토론문화가 발전했다는 미국에서도 이러한 잘못이 저질러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9·11사건 이후 안보위기를 배경으로 국민단합이 강조되는 분위기 속에서 이라크 내 대량살상무기의 존재를 보여준다던 사진증거가 조작되고 이라크 침공의 명분으로 악용된 것이 최근의 대표적 사례이다. 결국 조작사실이 밝혀지기는 했지만 이로 인해 미국과 이라크가 치른 희생은 엄청나다. 이념적 요인의 휘발성이 더 큰 우리 사회에서는 이러한 위험성을 더 경계해야 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에서 이러한 경계심을 발견하기는 어렵고 그 반대로 국론을 오도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비판적 주장을 막기 위한 집요한 시도들과 일방주의적 국정운영이 정상적인 토론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마침 그 과정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었던 전기통신기본법의 ‘허위사실 유포’ 조항이 28일 위헌판정을 받았지만, 이 판결이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둘째, 국론통합이나 국민단합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긍정적 가치의 실현을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여당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조성된 위기상황에서 한편에서는 국론통합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사회적으로 상당한 이견이 있는 예산안과 심의가 거의 진행되지 않았던 법안들을 한꺼번에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정말 심각한 안보위기가 존재한다면 초당적 협력을 요청해야 할 정부·여당이 해서는 안될 일이다. 그리고 국론통합이 이러한 퇴행적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정부·여당은 이러한 자가당착을 인식하지 못하고 사태의 책임을 야당에 전가하고 있다. 이러한 행태와 인식 속에서 강조되는 국론통합은 결국 반대자들의 주장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무엇을 위한 국론통합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날치기 등 정부·여당 자가당착

다행스러운 것은 비상사태를 국내 통치에 활용하는 것이 한국 사회에서 더 이상 통용되기 어렵다는 사실이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확인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지방선거는 한국 민주주의의 중대한 전환점이었다. 올해의 많은 성취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해결되기보다 쌓여가고 있고, 내년에도 민심을 확인할 선거가 없어 문제 해결을 위한 전환점을 만들기도 어렵다. 새해를 맞이하는 기분이 밝지만은 않은 이유이다.

그렇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새해는 할 바를 분명하게 정하고 이를 이루기 위한 힘과 내용들을 모아가며 2012년에 한국 사회의 더 큰 진전을 이루기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정체불명의 국론이 아니라 민심을 받드는 겸손한 자세와 민심이 승리할 것이라는 낙관주의로 다가오는 신묘년을 맞이했으면 한다.

이남주 성공회대 중국학과 교수

(경향신문. 201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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