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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영] 2011년의 한반도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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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01-03 02:21 조회21,55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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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을 맞으면서 평온을 기원하는 이들이 많다. 지난 2010년이 매우 위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위험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려면 제도의 선진화가 수반된 남북한 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 갈 길이 험난하지만, 한반도 게임의 본질은 보다 분명해졌다.

지난 해 한국 사회에는 여러 제도의 선진화 문제가 제기되었다. 연평도 포격 사건과 천안함 침몰사건을 통해 안보를 맡은 군의 위기대응 능력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천안함 사건에서는 합동조사단의 데이터에 대한 과학적 차원의 의문이 제기되었다. 법치의 근간인 검찰의 행로도 어지러웠다. 한 예로 검찰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두 번이나 기소했다. 두 번째 사건에서도 역시 무죄 판결이 나온다면 검찰제도에 대한 논란이 한층 거세질 것이다.

제도의 선진화가 관건

이러한 혼란의 뿌리에는 정치권력의 자의적 행사라는 문제가 있다. 집권세력의 일방적 권력 행사로 여러 조직과 제도의 선진화 과제는 진지하게 논의되지 못했다. 그러나 새해의 상황은 좀 더 나아질 것으로 기대해본다. 지금 같은 행태가 계속되면 국민이 2012년 선거를 통해 집권세력을 전면 교체할 것이다. 그러니 집권층이 제멋대로 행동하고 싶어도 쉽게 그리 할 수는 없다.

2010년에는 북한의 행동방식도 분명히 드러났다. 북한의 화폐개혁은 민부(民富)의 축적과 경제성장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었다. 그간의 부분적 시장화를 통해 형성된 부를 몰수하고 민간과 시장에 타격을 가하였다. 그러나 내부의 공급이 뒷받침하지 않는 조건에서 시장의 위축은 민생을 교란할 뿐이었다. 이는 내부의 공급원을 고갈시키고 외부 유입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발전의 길이 차단되면 생존을 위한 정치적 지속성에 더욱 집착하게 된다. 9월 열린 제3차 당 대표자회의에서는 김정은을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선임했다. 당의 의사결정 과정이 공식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1980년 10월 제6차 당 대회 이후 30년만이다. 1980년에는 김정일이 공식 후계자로 공표되었는데, 이후 '김일성 수령제하의 김일성-김정일 체제'가 성립했다. 지금은 '김정일 최고사령관제하의 김정일-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것이다.

이는 혈통에 의해 권력을 재생산하는 제국의 행태를 따르는 것이다. 김정일이 항일 빨치산파 혁명 1세대의 지지를 토대로 권력을 승계한 것처럼, 김정은은 혁명2세대의 지지에 의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고대 제국에서도 황제와 부황제가 함께 통치하는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로마는 공화정이 몰락하면서 군주에게 아우구스투스라는 신성한 호칭을 올렸고 군주의 친척들에게는 카이사르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했다. 시간이 지나서는 카이사르라는 호칭은 제국의 후계자로 간주되는 자의 전유물이 되었다.

그러나 아우구스투스가 되지 못한 카이사르도 많았다. 북한의 경우에도 후계체제 안정을 장담할 수 없다. 제국의 경제적 하부구조는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로마제국을 보더라도 역동적인 상부구조와 정체된 경제는 극단적으로 대비된다. 고대 제국은 전쟁을 통한 약탈, 공납, 노예에 의해 유지될 수밖에 없었다. 시장경제를 억압하고 내부적 축적의 길을 스스로 차단한 '가난한 제국'의 재생산은 값싼 군사력에 더욱 의존적이다. 군사적 위협을 통해 정치적 생존과 외부의 지원을 구하는 것 이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남북한 통합, 좁은 오솔길

북한의 생존방식은 위협을 통해 외부에서 자원을 획득하는 것이다. 북한은 안전보장과 경제적 지원을 얻기 위해 외부세계를 위협한다. 북한 입장에서는 대가를 얻으면 군사적 시위를 중단할 수는 있으나 군사적 무기 자체를 포기하기는 어렵다. 지금 북한은 긴장을 이용해 중국의 지원을 얻고 있다.

현 단계 한반도 게임의 본질은 북한문제의 비용을 인접국들이 어떻게 배분하는가에 있다. 남북한 통합은 이 과정에서 찾아가야 하는 좁은 오솔길이다. 매우 어려운 과제이니, 한국 사회의 이성과 지혜가 절실하다.

이일영 한신대 사회과학대 교수
(한국일보. 2011.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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