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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주] 새로운 북중관계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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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01-28 18:14 조회22,09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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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해 중국의 북한 편들기가 우리 사회에서 중국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증가시키는 한 요인이 됐다. 특히 우리 정부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중국이 북한에 대한 비난없이 대화를 제의한 것에 대해 불만을 쏟아낸 바 있다. 그런데 바로 그 시점에 미국의 입장이 미묘하게 변화했다. 지난해 12월 하순 연평도에서 진행된 남한의 사격훈련에 북한이 대응하지 않고 사태가 진정되자 미국은 여러 채널을 통해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중국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역할을 북한편이냐 남한편이냐의 이분법으로만 판단한 우리 정부를 멋쩍게 만든 것이다.

美, 한반도 외교 미묘한 변화

물론 미국의 중국에 대한 유연한 반응이 일방적인 양보는 아니었고 1월19일 진행된 미·중정상회담에서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의 우라늄 농축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게 하는 대가를 얻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 긴장완화와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이라는 중국의 요구와 우라늄 농축 문제의 쟁점화를 주장한 미국의 요구가 교환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우리 정부도 그 결과에 만족한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이번 합의를 계기로 중국이 북한의 핵개발을 포기시키기 위한 압박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도 표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북한에 대한 압박을 계속 유지하면서 중국이 북한을 변화시키기를 기다리면 될 것인가? 미국이나 한국 정부도 그러한 기대는 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한반도에서 북한의 붕괴와 같은 위기상황이 출현하는 것보다는 한반도 안정을 유지하면서 장기적으로 비핵화를 추진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점이 이미 여러차례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번 미·중정상 합의가 북한에 대한 국제적 압력을 높이는 정도의 성과는 있겠지만 북한의 행동을 변화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더욱이 최근 중국이 북한의 현상유지를 넘어서 북한의 안정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대북정책을 조정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면서 서서히 중국식 개혁·개방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북핵문제 해결에 유리한 조건을 형성하고 북·중관계의 강화를 꾀하는 것이다.

2009년 8월 중국 국무원을 통과한 ‘창·지·투개발계획(지린성의 창춘, 지린, 투먼을 거점으로 해서 북한, 러시아와 두만강유역개발을 가속화하는 전략)’이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최근까지도 북·중경제협력의 진전과 관련한 소식들이 계속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낳지 못하고 있다. 주요한 원인은 북한에 있다.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체제안전을 보장받고, 미국을 끌어들여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中, 대북 입장·전략 수정 조짐

그러나 현재 중국이 북·중관계에 자신감을 갖게 만드는 요인도 적지 않다. 우선, 미국의 대북정책이 북한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그동안 미국을 협상에 끌어들이기 위해 선택한 강경책이 북한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을 악화시켜 북·미관계 개선을 더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북한은 권력승계 등의 내부사정 때문에 중국의 도움을 더 필요로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북·중관계가 최악이었던 90년대 초중반과는 달리 북한을 지원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작년 김정일의 두 차례 방중도 이러한 배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고, 북한도 새로운 전략적 선택을 요구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라는 매개를 통해 북한이 변화할 수 있다면 이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적어도 한반도 안정이라는 공동이익이 중국과 우리 사이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필요한 것은 북·중관계 진전이 한·중관계와의 제로섬 게임이 되지 않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우려되는 것은 북한의 붕괴 가능성에만 매달려서는 그 길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중국학

(경향신문. 2011.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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