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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욱] 비례대표제 아래 뭉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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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04-15 12:16 조회34,11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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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3월18일자 이 지면을 통해 민주와 진보 양 세력이 페이퍼정당을 거쳐 복지국가 연립정부를 구성하자는 ‘노회찬-심상정 안’이 매력적인 이유를 설명했다. 당시엔 너무 많은 얘기를 하다 보니 가장 핵심적인 매력을 부각시키지 못해 오늘은 그 부분에 집중하고자 한다. 바로 페이퍼정당의 선거공약 제일 앞쪽에 비례대표제(PR)의 강화를 내세우자는 주장이다. 이른바 ‘PR연대’로 뭉치자는 것인데, 이 제안은 곱씹어 생각할수록, 특히 복지국가 건설과 관련해 그 의미가 깊고 매력적이다.

먼저 복지국가의 건설은 ‘복지세력’의 장기집권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새삼 강조하고 싶다. 복지국가란 워낙 오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많은 비용을 들여야 세워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의 현 정치구도에서 복지세력이든 아니든 그 어느 정당도 단독으로 장기집권을 하기는 매우 어렵다. 복지국가 건설은 요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PR연대는 복지세력의 장기집권 가능성을 높여준다.

복지세력 장기집권 필수 전략

PR연대의 지상 목표는 2012년의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해 소선거구제 중심의 현행 선거제도를 실질적인 비례대표제로 개혁해내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은 소지역구에서의 인물 투표가 아니라 광역구 혹은 전국구에서의 정당 투표를 하게 된다. 지역감정이나 인물변수보다는 정당의 이념이나 정책기조가 투표의 일반 준거로 부상한다. 게다가 각 정당들은 시민의 지지만큼, 즉 정당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을 공평하게 나눠 갖는다. 따라서 이젠 지역기반이나 명망가에게 의존하는 ‘늙은 정당’은 가라앉고, 자신의 분명한 노선과 가치 그리고 그에 부합하는 정책 패키지를 갖춘 ‘젊은 정당’이 떠오른다. 새로운 선진 정당정치가 펼쳐지는 것이다.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는 “페이퍼정당의 승리로 당선되는 (연립정부의) 대통령은 임기 1년차 내에 국민투표를 통해 정당지지율만큼 의석을 갖는 제도(비례대표제)로 고쳐야 한다”는 것이 PR연대의 핵심 공약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제 그 공약이 실행되어 2013년 말쯤에 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혁안이 통과된 경우를 상정해보자. 당장 2014년부터 비례대표제에 의한 2016년의 20대 총선과 그 이후를 새롭게 준비하는 ‘젊은 정당’들이 구시대의 ‘늙은 정당’들을 몰아내고 정치시장의 중심을 차지해가는 광경이 목격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기존의 진보정당(들)이 약진할 것은 자명하다. 진보정당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기록했던 13%대의 득표율만 다시 회복해도 전면 비례대표제에서는 무려 39석을 점하게 된다. 지난해에 ‘보편적 복지’를 강령에 포함한 민주당은 아마도 중도진보 정당으로의 자리매김 작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새로운 선거정치 환경은 선명한 이념과 가치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한나라당은 어쩌면 내홍에 휩싸일 수 있다. 개혁파들은 과거에 시도했던 중도보수 정당으로의 전환을 다시 요구하는 반면 보수파는 보다 더 선명한 보수 색채를 고집할 것이기 때문이다. 10%의 지지율만으로도 30석짜리 유력정당이 될 수 있는 비례대표제의 유인으로 인해 개혁파가 결국 독자정당화의 길을 걷게 되면 한국의 정당구도는 유력정당 넷으로 구성되는 온건 다당제가 된다.

구시대 정당 몰아내는 계기도

이 구도에선 어느 정당도 홀로 의회 다수당이 될 수 없다. 다수파의 형성은 언제나 연합정치만으로 가능하다. 비례대표제의 연합정치 제도화 효과인 것이다. 이때 ‘복지주도파’인 진보 및 중도진보의 복지국가 프로젝트는 ‘복지수용파’인 중도보수를 연합의 파트너로 맞음으로써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 넷 중 세 정당 간의 연합은 필경 의회 다수파의 형성일 것이기 때문이다. 복지국가 담론이 지배적인 한 중도보수가 이 제안을 거부할 이유는 없다. 이 연합세력이 복지국가 연립정부의 형성과 장기 존속을 위한 정당 및 의회 기반이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PR연대를 시발점으로 하는 복지세력의 장기집권 전략은 이런 식으로 수행되어 갈 수 있다.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

(경향신문. 2011.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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