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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창] 연대의 틀은 필요하지만 '대동단결론'은 맞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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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9-03 19:47 조회33,44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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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반MB 전선' 강화론에 의거해 시민사회와 야권을 포괄하는 다양한 흐름들이 등장하고 있다.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이같은 기류는 한층 더 강해졌다. 그러나 '묻지마 대동단결론'은 '그런 식으로는 안 된다'는 반론을 필연적으로 낳는다.

'반MB 전선'의 출발점은 지난 2008년 10월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참여해 출범한 민생민주국민회의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하승창 운영위원장은 민생민주국민회의 출범에 깊숙히 관여한 인사다. 그는 1990년대 초부터 한눈 팔지 않고 시민운동에 몸을 담았으며 시민단체 '함께하는시민행동'을 이끌면서 작은 돌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하 위원장은 "단일한 하나의 흐름으로 가는 것은 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 위원장은 현 정부에 대해 "비민주적 양태들이 워낙 많지만 파시즘으로 규정하긴 좀 어려운 점들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워낙 정권의 능력이 떨어진다"면서도 "김영삼 정부 후반기처럼 정당성과 권위가 떨어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 위원장은 시민사회와 진보개혁 진영의 '대동단결론'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을 표하면서도 "연대와 연합의 요구가 분명히 있고, 할 수 있는 일들도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소위 '386 세대'이기도 한 하 위원장은 386에 대해서 '사교육과 증권 열풍의 주역'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 "사회경제적 가치를 훈련받지 못한 면이 있다"면서도 "이명박 정부가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고 다시 공간이 열렸다"고 말했다.

다음은 지난 1일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 전문이다.

▲ 시민사회연대회의 하승창 운영위원장ⓒ프레시안

프레시안: 이른바 진보개혁 진영 내에서도 이명박 정부에 대한 성격규정이 다양하다. 파시즘, 반민주, 독재 식의 규정도 있고 무리한 규정이라는 반박도 있다. 어떻게 보나?

하승창: '파시즘이다'는 식으로 규정하긴 어려운 것도 있겠는데 현 정부는 능력이 좀 없는 것 같다. 정책을 집행 구성하는 능력이 없다. 찬반이 갈리는 자기 아젠다를 만들어내고 설득해가는 과정에 허점이 너무 많다. 그러면서 밀어붙이니 파시즘 이야기도 나오는 것 같다. 비민주적인 양태를 노출하면서 무능력하고….

프레시안: 그렇다면 김영삼 정부 후반기와 유사한 것인가?

하승창: 그렇다고 해서 그때 정도로 간 것은 아니다. 그 때는 권력기관을 가지고 옥죄기도 힘들었을 정도로 정당성과 권위가 떨어졌으니 그때와는 다르다.

프레시안: 파시즘이라기엔 모자라고 그렇다고 민주정부라 부르긴 어렵고?

하승창: 현재 우리가 민주주의 체제에 있다는 것은 권력 운용 시스템이 비민주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운용과정이 구시대적이다. MB 본인이 기업에서 훈련받은 배경이 그렇지 않나? 그런 배경에서 성장하고 훈련받은 연장선에서 대통령이 돼서. 예컨대 YTN돌발영상에서 나온 그 태도 (시장 상인들한테 반말을 하는 등) 그런 걸 보고 나도 참 깜작 놀랐다. 군사문화나 익숙한 스타일의 모습을 보여주니까. 검찰이나 경찰 국정원이 과거 행태를 보이는 것들이 그런 스타일의 반영이지 않을 까?

▲ ⓒ프레시안

프레시안: 이른바 민주정부 10년 동안 운동권과 시민들이 분리되었다면 현 정부하에서는 결합하고 있는 것 같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도 이른바 운동권들은 탄압을 받았지만 일반 시민의 삶과는 무관한 면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진 것 같다. 이게 긍정적 현상인지 모르겠다.

하승창: 굳이 나눠서 보자면 그 때는 이해집단과 전체의 이익이 같냐는 식이었다. 정부도 그걸 분리해서 대응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가리지 않는다는다. (시위 등에 대한) 진압의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냐라고 한다면 그렇게 볼 수 없는 지점도 있다. 진압의 태도나 어떤 선이 거리낌이 없다.

예컨대 노무현 정부 때는 전체가 열려있는 가운데 막아서는 것이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는 주장을 하고 나서는 자체를 억압하는 게 아닐까. 민주파 정부 때는 의심하지 않았던 어떤 것들에 대해 의심하게 된 것이다.

프레시안: 그러한 규정 속에서, 이제 민주대연합론이 '일단 일반 민주주의를 되찾자'는 식의 흐름이 크다. 그렇지만 '민주정부 10년의 한계가 이명박 정부를 탄생시킨 면이 있는데 무조건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안 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하승창: 현 정부를 독재정부로 단언하기 어려운 것 처럼, 그에 대응하기 어려운 요소들도 있다. 기조전환을 요구하는 것인데 이명박 정부가 말을 안 들으니 '우리 길을 가자'면서 제일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민주대연합인데, 사실 지난 해 10월에 민생민주국민회의를 처음 만들 때 바램과 기대도 컸다. 그러면서 '1987년 국본'이야기도 많니 나왔지만 그때 지형과 지금 지형은 다르다. 당시엔 야당의 색깔도 지역적인 것 외엔 큰 구별이 없었고 운동진영 내에서도 하나로 가는 것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당 간, 시민운동, 민중진영 등 목표도 지향도 다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그 (민생민주국민회의로 단일한 흐름을 가져간다는) 판단이 좀 가벼웠던 것도 같다. 어쨌든 단일한 어떤 하나의 흐름으로 만들려는 것은 좀 안 맞다.

프레시안: 그런데도 불구하고 민생민주국민회의 이후 민주통합연대니 민주지도자회의니 비슷한 성격으로 주도세력만 조금씩 다른 기구들이 자꾸 생긴다.

하승창: 단일하게 딱 가는 것이 가능하냐는 것과 별개로 통합과 연대에 대한 요구가 분명히 있다. 갈라진 것을 공동의 연대틀로 묶을 필요는 분명하다.

프레시안: 이명박 정부에 대한 성격규정이 애매한 면이 있다고 이야기 했는데, 그런 각종 기구 내에선 오히려 선험적으로 규정하는 모습들이 보이기도 한다.

하승창: 그렇게 보는 사람들은 그렇게 보는 것이고, 또 다르게 보는 사람들과도 반민주적 행태는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다. 딱 이쪽이 맞다는 단순논법으로 정리하긴 힘들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또 구체적, 실천적 제안은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프레시안: 정치세력과의 관계, 예컨대 진보진영이나 시민사회는 민주당이나 정치세력들한테 무엇을 요구할 수 있나?

하승창: 대동단결론은 민주당 지지론으로 들릴 수도 있다. DJ가 생전에 민주당에게 '양보해라. 기득권에 집착마라' 이야기 하지 않았나? 그건 대동단결론하고는 다른 것이다. 연대의 조건은 가진 사람들이 양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진보개혁진영이)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면, 선출된 후보 말고 떨어진 진영에 무얼 배려할 것이냐는 문제다. 성과를 나눌 수 있는 제도적이고 현실적 틀이 갖춰지지 않으면 연대연합이 쉽지 않을 것이다. 소수정파들과 합의하는 것, 누가 출마할 때 시민사회 등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들이 필요하다. 누가 서울시장 후보가 되면 누가 구청장 후보가 되는 식의 구체적인 것도 따라붙겠지만 단순히 자리 나누기 이상이 되어야 한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전형적인 386 중의 한 사람이다. 386 입장에서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넓고 깊은 DJ이라는 그늘이 걷혀졌다. 1987년 비판적지지냐 후보단일화냐, 1992년 김대중 지지냐 백기완 독자후보론이냐, 1997년 수평적 정권교체냐 권영길이냐의 분화도 있었다.

하승창: 사실 노무현 정부의 등장과 더불어 삼김시대는 끝난 것인데 이제 완전히 종결된 것 아니겠나. 인물 중심의 분화도 이젠 종결되는 것이다.

현 정부에서 DJ나 노무현 가치와 거꾸로 가니까 반대로 결집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이고 정치권에서 이제 평판이나 위상을 높이려는 사람들한테는 자기에게도 그런 가치가 있다면 높일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DJ만 따라간다'고 해서 안 될 것이다. 그리고 DJ 때도 있었던 서민경제에 반대되는 모습들, 이명박 정부 들어 더 커진 것들에 의해 오히려 남아있는 사람들이 만들어 낼 공간과 여지가 있는 편 아니겠나?

프레시안: 386의 양면성은 어떻게 보나? 민주주의의 주역이자 사교육·증권 열풍의 주역아닌가? 이른바 민주정부의 한계와 겹치지 않나?

하승창: 참 어려운 문제다. DJ나 노무현 전 대통령도 신자유주의 틀 안에서 벗어나기 어려웠겠지만 386들의 사교육과 증권 열풍이 시대의 당연한 조류였던 것처럼 한 것도 있다. 정치적 민주화를 주요 아젠다로 했지만 사회경제적 가치로 훈련된 것도 아니다. 그런 점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좀 더 진보적으로 만들지 못한 측면이 있고 MB가 '경제는 살린다'그러니 기대를 가지기도 했었다. 가치나 지향에 대한 토대가 약했다.

그런데 오히려 이명박 정부가 다시 생각하는 기회를 만들어줬다. 과거처럼 정치민주화를 중심으로 하는 것보다 다른 비전과 대안을 만들 수 잇는 지점이다. 그런데 야당이 그걸 할 수 있을까? 대안적 가치나 흐름을 담지해 맡길 만한 세력이 없다. 그것이 386들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프레시안. 2009.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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