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영] 수면 위로 떠오른 분단체제 > 회원칼럼·언론보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회원로그인

회원칼럼·언론보도

[이일영] 수면 위로 떠오른 분단체제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0-04-26 08:06 조회21,374회 댓글0건

본문

두 동강난 천안함이 너덜너덜 찢어진 단면을 보이며 인양되었다. 천안함 침몰 이후의 지난 한 달은 분단체제가 수면 위로 괴물처럼 떠오른 시기였다. 분단체제는 남북한 내부에서 각기 작동하기도 하지만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천안함 사건을 통해 분단체제와 남북한 시민ㆍ민중의 모순은 또 한번 전모를 드러냈다.

현 단계에서는 천안함 침몰의 구체적 진상을 누구도 확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북한과 당장 결전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도 비현실적이지만 북한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고 의심하려는 태도도 합당치 않다.

남북의 실상 보여준 천안함 사건

엔지니어들 중에서는 어뢰 공격을 받았을 가능성을 떨쳐버릴 수 없다는 이들이 많다. 만약 어뢰 공격이 있었다면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북한이 될 수밖에 없다. 기술적인 관점에서 보면 잠수함은 의외의 존재가 될 수도 있다. 모의훈련에서는 한국 잠수함이 미국 해군의 방어망을 뚫고 항공모함을 격침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고 한다.

분단체제의 중요한 요소는 북한 내부의 강경세력이다. 여러 흐름 중에 강경파가 득세하고 내부 모순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도 살펴볼 수 있다. 2009년 11월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접촉이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같은 시기 대청해전이 발생했다. 대청해전은 정상회담에 반대하는 북한 군부 강경파가 주도했다는 추측도 있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도 우여곡절을 겪었다.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에 대한 북한군의 총격사건이 있었고, 2008년 12월과 2009년 3월에는 개성과 금강산 통행을 전면 차단한 적이 있다. 2008년 8월 현정은 현대 회장의 방북 이후 북한은 유화적 태도로 전환했으나, 이번에는 다시 군부의 시찰 이후 금강산 지구의 한국측 자산을 몰수·동결했다.

2009년 11월 30일 돌연 실시된 북한 화폐개혁도 강경세력의 흐름이다. 이는 부분적 시장화를 통해 축적된 부를 회수하고 민간세력에 타격을 가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가 주도의 생산과 유통이 원활하지 않은 조건에서 시장이 위축되자 민생에 파탄적 결과를 초래했다. 화폐개혁이 실패하자 강경파가 퇴조하리라는 예상이 나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1월 말, 김정일 위원장을 연내에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런데 북중대화, 남북대화, 6자회담이 진전되려는 시점에서 천안함이 침몰하는 사건이 터졌다. 천안함 침몰의 구체적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북한에서는 군부 강경파와 반시장 세력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사태가 전개되고 있다.

남한 쪽은 어떤가. 군은 시스템 부재와 무능력 문제를 드러냈다. 기습이었건 사고였건 간에 경계가 소홀했던 점은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관련자 문책에도 불구하고 군 전체의 영향력은 증대할 것이다. 해군력도 증강될 것이고 군 지휘부는 전투 태세를 보다 강화할 것이다.

긴장이 고조되면서 이명박 정부는 한층 강력해졌다. 국제 공조에 의한 원인 조사를 통해 정부에 대한 불신 여론을 제어하는 한편 군의 비밀주의와 정보 독점을 일정하게 차단했다. 안보위기가 G20 회의와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고려한 흔적도 보였다. 정부는 희생 장병들에 대한 추모 분위기 속에서 보수세력 내의 분열과 야당의 도전을 한꺼번에 물리쳤다.

야당ㆍ진보세력 소리없이 무너져

야당과 진보개혁 세력은 소리 없이 무너졌다. 음모론이나 북풍경계론을 간헐적으로 제기했을 뿐 책임 있게 대응하는 모습은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대결과 전쟁 속에 형성되어 온 대중의 심성에 대한 감수성이 약하고 분단체제에 대한 구조적 인식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갑자기 강화된 분단체제에 사로잡힌 채 선거 국면으로 끌려 들어가고 있다.

그 와중에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은 경기도지사 후보 단일화 방안에 대한 시민단체의 중재안을 거부하고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분단체제 속에서 작은 기득권을 나누는 데에만 관심을 두는 형국이다. 한반도 민중ㆍ시민이 겪는 고통은 이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이일영 한신대 사회과학대 교수
(한국일보. 2010. 4. 26)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 Segyo Institute.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

TEL. 02-3143-2902 FAX. 02-3143-2903 E-Mail. segyo@segyo.org
04004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로12길 7 (서교동 475-34) 창비서교빌딩 2층 (사)세교연구소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