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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주] 서민 배신하는 친서민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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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0-09-03 07:30 조회20,90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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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이명박 정권이 다시 ‘친서민’ 정책을 들고 나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오랜만에 재래시장도 방문했다. 작년 4·29 재·보선 패배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국민적 추도를 목도한 이후 ‘친서민’을 표방하면서 이문동 재래시장을 방문했던 모습이 다시 등장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친서민’ 행보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해제라는 부동산경기 부양으로 귀결되었다. DTI는 기본적으로 개인채무에 대한 안전장치이다. 수십년 동안 소득의 40~60%를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하는 상황은 비정상적이다. 부동산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해서 이러한 부담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을 때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상황이다.

재래시장 죽이는 SSM점포 급증

그러나 이러한 기대를 전제로 하는 정책은 세계적으로 볼 때 파탄이 난 지 오래이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2004년 미국 대통령 선거운동에서 ‘소유자사회(ownership society)’를 건강한 경제와 자본주의의 기초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주택소유비율이 현재 미국 역사상 가장 높다. 이는 환상적인 뉴스다”(2008·8·6)라고 자신의 실적을 자랑하기도 했다. 미국인들은 너도나도 주택구매에 나섰고 은행도 서브프라임모기지론으로 신용이 취약한 사람에게도 대출을 해주었다. 결국 2008년 부동산시장 거품이 꺼지면서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출현했고, 세계경제는 이 위기에서 지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리하게 융자를 받았던 사람들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거나 원리금 상환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집을 포기해야 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이러한 위험을 증가시키는 정책을 채택하고 막상 서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은 외면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친서민’을 내세울 때마다 재래시장 방문을 반복했지만 재래시장을 죽이는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는 성과가 없다. SSM 점포는 2010년 현재 더욱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가 올해 초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입법 과정에서 약속한 저소득층 장학금 1000억원 관련 예산을 전혀 편성하지 않은 것도 최근 알려졌다.

‘친서민’ 행보가 서민을 배신하는 형국이다. 이명박 정권의 ‘친서민’ 구호를 보며 서민생활이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와 진보개혁 세력의 의제도 모두 가져가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했던 사람들을 무색하게 만드는 상황이다. 이명박 정권의 ‘친서민’이라는 것은 수사에 불과하다고 일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에 대한 지지를 높일 수 있다면 이명박정부가 ‘친서민’ 정책을 펼치지 못할 이유도 없다. 물론 기득권세력이 이명박 정권의 ‘친서민’ 정책들에 대해 포퓰리즘이라고 공격을 하고 나왔지만 이들의 속성으로 볼 때 현정부가 진심과 의지를 가지고 친서민 정책들을 관철하려 한다면, 서민의 지지를 받는 정책을 끝까지 반대하지는 못할 것이다.

저소득층 학자금 지원 등은 외면

현재 친서민 정책의 실시를 현실적으로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은 4대강 정비사업이다. 이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내년에는 올해보다 11% 늘린 5조4000억원)하고 모자라는 예산은 공기업의 팔을 비틀어 조달(수자원공사의 사업비로 3조8000억원 편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친서민’ 정책에 예산을 배정할 여력은 없다. 1000억원의 저소득층 학자금 지원을 못했던 것도 이 원인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정권은 4대강 정비사업을 ‘친서민’ 정책이라고 우기든지, 아니면 이를 포기하고 실질적인 친서민 정책을 추진하든지 양자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이 정권의 ‘친서민’ 정책에서 더 근본적인 문제는 주는 것을 받아먹으라는 식의 시혜적인 접근방식이다. ‘친서민’을 내세우면서도 정권은 서민이 사회의 주인이 되고 자신의 요구를 주장하는 길을 막는 반민주적인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압두고 서민의 입을 막으려는 정권의 억압적 정책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민의 입을 막고 진행하는 ‘친서민’ 정책은 어디로 갈 것인가?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중국학

(경향신문. 2010.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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