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소수자 목소리 전했다고 편파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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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0-01-19 08:54 조회27,33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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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개혁시민연대(방개련)가 지난 14일 섬뜩한 제목의 성명을 냈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목소리를 주로 실어나르는 <시민방송 RTV(아르티브이)>가 상대였다. ‘RTV는 진정한 시민채널인가, 공산주의 선전 매체인가?’ 인터넷 매체인 <뉴데일리>와 <독립신문>도 약속이나 한 듯이 성명을 근거로 ‘아르티브이 죽이기’에 나섰다. 기사 제목부터 이런 식이다. ‘디제이 때 출생, 노무현이 키운 RTV’, ‘국가안보 위협 채널, 존폐 여부 가려야’.
문제는 우선, 이런 성명과 보도가 명백한 사실을 날조하거나 왜곡하고 있다는 데 있다. 방개련은 아르티브이가 “참여정부 5년 동안 150억원의 법적 근거가 없는 정부 지원금으로 운영됐다”고 주장했다. 아르티브이가 지원받은 돈은 83억원이다. 게다가 방송법 38조는 시청자가 제작한 방송 프로그램과 방송 소외계층의 방송 접근을 지원하는 데 기금을 쓰도록 규정하고 있다. 완전한 ‘날조’다.
방개련은 또 “RTV가 시청자제작 프로그램에 배정된 기금의 69%를 할당받는 등 특혜 시비가 제기됐다”고 했다. ‘69%’라는 사실은 맞다. 그러나 특혜 시비가 제기된 적은 없다. 아르티브이는 국내 유일의 시청자 참여(퍼블릭 액세스) 전문 채널이다. 편성의 80% 이상을 시청자가 제작한 프로그램으로 채운다. 아르티브이 말고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데는 <한국방송>(‘열린채널’)과 일부 케이블티브이밖에 없다. 그것도 아주 제한적으로 방영하고 있다. 2008년 한해 동안 방영된 시청자 제작 프로그램 2500편 가운데 1400편이 아르티브이가 내보낸 것이다.
날조·왜곡보다 더 심각한 것은 방송개혁을 하겠다는 이들의 전문성 부족이다. 퍼블릭 액세스 채널의 우선적 기능은 방송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주류방송의 지배적 담론에 맞서 약자와 소수자의 알릴 권리가 보장되어야 여론시장이 그나마 균형을 이룰 수 있다. 방송사의 입맛에 맞춰 심의하고 특정 기준으로 차별을 하면, 그것은 이미 퍼블릭 액세스 채널이 아니다.
이들은 아르티브이가 지난해 11월 방영한 <군대?>라는 프로그램을 문제삼았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해온 강의석씨가 만들어 방영을 요청한 작품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우리 사회의 소수집단이다. 주류방송들은 이들의 목소리를 잘 전달하지 않는다. 이들의 주장과 목소리를 들려주는 곳이 아르티브이다. 만일 이런 소수자의 목소리가 듣기 싫거든 반박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영을 요청할 일이다. 2005년 <한겨레>가 만든 데일리 프로그램 ‘한겨레 뉴스브리핑’이 아르티브이를 통해 방영되자 <조선일보>는 ‘갈아만든 이슈’라는 프로그램의 방영을 요청했다. 아르티브이는 이 요청을 수락했고, 이후 두 프로그램은 나란히 편성되어 방영됐다. 퍼블릭 액세스 채널의 개방성과 공정성은 바로 이런 것이다.
방송개혁시민연대에 되묻는다. 방개련은 아르티브이가 ‘공산주의 선전 방송인가’라고 물었다. 그렇다면 소외계층과 소수자들은 공산주의자이며, 이들이 펼친 주장은 공산주의에 대한 찬양, 고무인가? 당신들은 아르티브이가 공정성과 공익성을 상실한 편파방송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장애인 등 소외계층의 이익을 반영하라는 방송법 6조는 편파방송을 부추기는 잘못된 조항인가? 마지막으로 묻는다. 사실을 왜곡하고, 없는 사실을 날조하면서까지 특정 채널의 존폐를 행정당국에 촉구하는 숨은 뜻은 무엇인가? 거대 방송의 성공적 공략에 이어, 가난하고 힘없는 풀뿌리 방송까지 손대겠다는 것은 아닌가?
김영철 시민방송 RTV 상임부이사장
(한겨레. 2010.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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