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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주] 진먼다오에서 본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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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0-12-02 07:03 조회21,95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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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부터 29일까지 대만의 진먼다오(金門島)에서 열린 동아시아의 비판적 잡지 편집자들의 모임에 참석했다. 타이베이에서는 비행기를 타고 50분을 날아야 도착할 수 있지만, 대륙 푸젠성의 샤먼시에서는 배로 30분이면 건널 수 있는 이곳은 동아시아의 냉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소 중 하나다.

 

서해의 국지적 충돌 전면전 우려


1949년 10월 하순 대륙을 사실상 통일한 중국공산당 인민해방군이 상륙작전에 실패하면서 대만에서 국민당의 지배가 계속될 수 있었고, 이에 따라 진먼다오는 냉전시기 양안대립의 전초기지가 됐다. 이 시기 진먼다오의 고통은 중국이 1958년 8월23일부터 이곳에 포격을 개시하면서 더욱 커졌다. 이 작은 섬에 8월23일부터 10월5일 사이에 475만발의 포탄이 떨어졌다. 이후에도 포격은 계속되다가 1979년 1월1일 미·중수교로 중단됐다. 지금은 이 시기 떨어졌던 포탄을 갖고 만든 칼이 진먼다오의 특산물이 됐다. 현재 진먼다오에서는 냉전의 분위기를 느끼기 어렵다. 이곳에 주둔하던 군은 대부분 철수했다. 주민들은 오전에 샤먼시로 가서 일을 보고 저녁에 돌아오기도 한다.

냉전의 상처가 치유되어가고 있는 이곳에서 연평도가 포격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서해에서 한·미 군사훈련이 시작되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던 한반도의 모습을 바라보는 심정은 착잡했다. 현재 한반도 문제의 심각성은 과거 진먼다오 문제보다 훨씬 더하다. 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이유로 진먼다오의 열전은 국지전에 머무를 수 있었다. 그렇지만 평양, 개성, 서울, 인천과 수십㎞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연평도와 서해에서의 국지적 충돌은 언제든지 전면전에 준하는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보면 단호하게 대응하되 확전을 방지하라는 방침은 당연한 것이다.

이제 포격은 중단되고 한·미 합동군사훈련도 마무리됐지만 남북관계가 곧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공격을 받은 남한이 웃으며 대화를 제안할 수도 없는 노릇이며, 기습 포격에 나선 북한에도 그럴 가능성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한반도의 긴장과 전쟁 위협은 더 고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언제, 누가, 어떤 방식으로 한반도 긴장의 악순환을 차단할 수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가 현재 추구해야 할 목표는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연평도가 북한의 공격을 받은 후 정부에서 전쟁승리에 초점을 맞춘 정책들을 연이어 내놓고 있는 것이 우려스럽다. 사실 남북 사이에 재래식 군사력의 균형은 무너진 지 오래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다시 전쟁승리라는 목표만을 내놓는 것은 한반도 문제가 현재에 이른 원인에 대한 올바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한반도 정세가 최악에 이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전쟁승리가 아니라 전쟁방지가 가장 중요한 목표가 돼야 할 것이다. 현재 정부가 북한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전쟁승리가 정말 최고의 목표라고 스스로 믿어버린다면 이는 상황에 대한 심각한 오판을 초래할 것이다.

군사적 억지와 함께 대화도 필요


전쟁방지를 위해서는 군사적 억지도 필요하지만 대화가 빠질 수 없다. 마오쩌둥이 1958년 진먼다오에 대한 포격을 개시할 당시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과는 달리 진먼다오를 수복할 의사는 없었다고 한다. 핵심적 목표는 이를 통해 당시 중국을 배제하면서 데탕트를 추진하던 소련과 미국을 견제하는 것이었다. 중국은 1972년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며 국제사회로 복귀하는 길을 열었고 양국이 국교를 수립한 1979년 1월1일 진먼다오를 향한 포성도 멈췄다. 한반도에서는 그 과정이 진먼다오의 경우와 같이 오랜 기간이 걸리지 않기를, 그 과정에서 군사적 충돌의 확대라는 비극적 상황이 출현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정치학

(경향신문. 2010.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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