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주] 절망의 연대, 희망의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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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0-01-14 07:42 조회24,47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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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의 공조를 위한 정당 및 사회단체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 12일 시민사회 원로들과 5개 야당이 한자리에 모여 선거공조에 대해 논의했다. 개별 정당이나 인사들이 선거공조와 정치연합에 대한 필요성을 여러 차례 제기해왔지만 책임 있는 정치세력들이 모여 이를 논의한 것은 중요한 진전이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켜보는 입장에서 가장 불안한 점은 정치세력들이 절망의 연대라는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여기에는 사정이 있다. 현재 연대에 대한 논의가 장기적 비전을 공유하며 진행된 것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민주주의의 후퇴에 대한 위기의식이 증가하면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정치세력들 ‘민주 수호’ 공감대
이제 정치세력들 사이에 이상과 목표가 각각 다르더라도 민주주의적 원리를 수호하는 것이 모두의 발전을 위한 기초라는 원칙에 대한 공감대가 만들어진 상황이다. 이렇게 절망 속에서 이를 박차고 나가고자 시작된 연대가 희망의 연대로 발전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이다. 관건은 정치연합에 임하는 각 정치세력의 태도이다. 그런데 아직도 이들에게서는 희망보다 절망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오고 있다. 진보세력을 대표하는 정당들에서는 민주당이 신자유주의에 굴복한 정당이고, 한나라당과 실질적 차이가 없다고 비판한다.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정치연합에 더 적극적이기는 하지만 다른 정치세력들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내심으로는 다른 정당들이 낮은 지지도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니 결국 민주당을 중심으로 단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을 것이다. 즉 연합을 형성할 세력들이 서로에게서 부정적이고 절망적인 모습만을 보고 이를 강조하는 형국이다. 이래 가지고는 상생의 길이 열리기 어렵다.
물론 정치연합을 추구한다고 하더라도 정당들 사이에 이념과 정책의 차이가 있고, 정치적으로 경쟁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비판과 토론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처럼 다른 세력에게서 절망만을 보려고 한다면 연합이 진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객관적 상황에 끌려 연합이 이루어져도 유권자에게 희망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재 각 정치세력이 특히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상대방에 대한 비판이 자신의 지지도를 높이는 방법이 되기는 어렵다는 현실이다. 유권자는 민주당에 기회주의적 측면이 있다는 점을 모르지 않는다.
서로의 장점 결합하면 상승효과
진보세력에 대해서는 이들이 내놓고 있는 정책들이 비현실적 측면이 많다는 의구심도 있다. 이런 조건에서 정치세력들이 자신만이 옳다는 식의 접근방식을 고수한다면 국민의 신뢰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다른 세력의 부족한 점을 공격하는 것에 힘을 쏟기보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성찰하면서 기득권을 버리고 국민이 원하는 바를 따르는, 진정성이 있는 결단을 보여주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빠른 길이다.
나아가 상대방에 대해 희망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당이 부족한 것이 많지만 적은 수의 의석을 갖고도 이명박 정부의 독단적 정국운영을 견제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진보세력을 대표하는 정당들은 지지도가 낮지만 우리 사회를 좀 더 근본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을 모색하는 세력으로 지지도로만 환산할 수 없는 정치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장점들이 서로 결합해 상승효과를 내는 연대의 정치를 기대하는 것은 헛된 희망인가? 정치세력들이 자신에게는 더 엄격하고 상대방에게는 긍정적인 측면을 발전시켜 주려는 태도를 가질 때, 국민은 절망의 연대를 넘어선 희망의 연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남주 | 성공회대 교수·중국정치
(경향신문, 2010.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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