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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엽] 세종시가 교육과학도시가 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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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1-25 12:07 조회21,96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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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관련 뉴스를 보고 있는데, 문득 소싯적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면 따라 불렀던 서유석의 ‘아름다운 사람’이란 노래가 떠올랐다. 국정을 수행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장난감을 받고서 그것을 바라보고 얼싸안고 기어이 부숴버리는, 내일이면 벌써 그를 준 사람조차 잊어버리는 아이처럼” 보였나 보다. 사랑하는 여자가 그렇게 행동하면 안타까운 정도겠지만, 나라 살림을 장난감 다루듯이 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참 위태해 보인다. 아무튼 그런 대통령이 총리를 불도저 운전수 삼아 내닫기 시작했으니 세종시가 온전한 행정복합도시가 되기는 틀린 듯하다. 그런데도 말 바꾸고, 밀어붙이고, 항의하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대통령의 악덕을 욕하는 일이 이제는 지겹기만 하다. 차라리 어떻게 하면 세종시가 교육과학도시로서 성공할 수 있는지 말해주고 싶다.

 

며칠 지나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신문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정부가 세종시에 서울대·카이스트·고려대의 분교를 유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이럴 경우 어떤 반대가 나올지 자명하다. 이미 대학 정원이 대학 진학생을 초과해서 지방대학들이 고사 위기에 빠졌는데, 명문대학들의 정원을 팽창시키는 정책은 설득력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종시에 명문대 분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특혜가 필요할 텐데, 그런 데 사용될 재원을 절약하면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발전에 제대로 기여할 방안에 쓸 수 있을 것이다.

 

논란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세종시에 서울대를 비롯한 전국 국립대학의 대학원을 옮겨와서 통합하면 된다. 하나로 통합하면 경쟁이 없어 게을러질 게 걱정이면 국립대학들이 컨소시엄을 만들어 서너 개로 통합해 경쟁하게 하면 된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대학원을 국립대학들이 함께 관리하면 된다. 그런다면 세종시는 전국의 교수들이 출강하고 전국의 대학생들이 진학하는 교육의 중심지가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선 대학 정원이 과잉인 상태에서 명문대학 몇 개의 정원을 팽창시킨다는 비판을 피할 수 있다. 게다가 교육과학도시의 목표는 당연히 연구개발이니 학부가 아니라 대학원을 집중하는 것이 목적에 부합한다. 서울대 대학원을 떼어오니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는 효과도 있다. 집산된 대학원들의 연구개발이 성과를 내면 서울의 사립 명문대학들이나 대학원을 운영할 만한 지방 사립대학들도 시너지를 추구하기 위해서 세종시로 찾아올 가능성이 많다. 당연히 기업들도 대학과의 공동 작업을 위해 기업 연구소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모여들 것이다. 그러면 당연히 세종시 안에 괜찮은 일자리도 늘어갈 것이다.

 

나는 괜찮은 방안이라고 생각하지만 반대가 있을 것이다. 아마 지방 국립대들은 새로운 기회가 될 테니 별로 반대하지 않겠지만 서울대는 격렬하게 반대할 것이다. 멀리 출강할 일도 생기고 가까이 손발로 부리던 대학원생이 없어지니 국립대 교수들 가운데도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통합된 대학원의 거버넌스가 까다로운 문제이긴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는 이 정부라면 반대를 뚫고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탈법과 위법이 번연해도 4대강 사업을 시작하는 정부인데 이쯤의 저항을 뚫지 못할 것이라 생각되지 않는다. 용산참사에 대해서 300일이 되도록 모르쇠로 버티는 후안무치함도 반대하려는 교수들의 기를 꺾어 놓을 것이다. 지금 중앙대 독일연구소에 하듯이 연구비를 가지고 괴롭히는 방법도 있고 또 연구비를 듬뿍 안겨주며 달래는 방법도 있다. 전직 서울대 총장인 총리가 서울대에 특혜를 주려고 나서기보다 기득권에 집착하는 서울대를 설득하는 것은 모양새도 좋아 대중의 지지도 얻을 것이다.

 

김종엽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한겨레. 200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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