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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서] 새로운 중화주의는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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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9-30 14:01 조회30,46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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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신장 격렬한 저항에
중화세계 ‘특수한 포용’ 강조
억압적 제국으로 변질 가능성
국가연합 등 ‘어울림’ 실현을


지난해 개최된 베이징 올림픽은, 제국주의 침략과 내전으로 생긴 상처를 치유하고 부강한 통일국가의 역사적 염원을 실현한 중국이 모처럼 세계에 자신감을 한껏 드러낸 일대 사건이었다. 그런데 그 개막식을 지켜본 대만의 <자유시보>는 그 “이면에는 어둡고 추악한 그림자가 있다”며 티베트 문제 처리를 촉구했다.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이 신문은 그렇다 치더라도, 중도계인 <중국시보>도 개막식이 ‘대국굴기’는 보여줬지만 ‘민주굴기’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대만의 중국관을 최근 티베트와 신장에서 잇따라 격렬하게 벌어지는 소수민족의 저항과 겹쳐 놓고 보면 ‘과연 중국은 하나인가’ 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대다수의 한족과 55개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일민족 돌출형 다민족’ 국가인 중국이 오늘과 같은 민족·국민 구성과 영토를 갖게 된 것은 역사적으로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중화인민공화국 판도의 원형은 1759년 즉 청의 건륭황제 24년 중앙아시아 정복이 완성된 때에서 찾을 수 있다. 몽골·신장·티베트까지 확대된 청조가 이룩한 중화세계는 그 이전과 달리 다종족·다민족의 다원적·계층적 정치질서로 유지되었다.

 

여기서 서구와 다른 중화세계의 근대로의 이행의 특색이 드러난다. 서구에선 중세 제국이 작은 국가로 분리되면서 근대적인 국민국가들이 탄생한 반면, 중국은 전통적인 제국 내부의 각 민족들이 국민국가 형식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청조 이래의 영토가 거의 그대로 유지된 채 국민국가로 전환했다. 이 특이한 역사 이행 경로에 착안하면 중국을 ‘국민국가의 옷을 걸친 제국’이라고 부름 직하다.

 

그런데 요즘 중국 일부에서는 중화세계의 다원성과 포용성을 강조하면서 티베트나 신장 문제에 대한 외부의 비판을 “서구 민족주의의 역사 경험에 근거해 중국의 특수한 경험을 무시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더 나아가 중국인의 천하관을 재해석하여 유럽 제국주의의 논리에 대항할 수 있는 21세기 평화의 세계질서 원리로 제시하기까지 한다. 이들에 따르면 중화세계의 이념인 천하 관념은 화이의 구별도 문화적 차이로 표현될 뿐 공존할 수 없는 대립을 야기하지 않고 ‘여럿’(多)을 ‘하나’(一)로 포용하는 다층적인 것이 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중화세계가 쉽게 타자의 말소나 억압으로도 전화할 수 있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우리는 병자호란을 통해 그 점을 직접 경험한 바 있다. 역사 속에 나타난 중화세계의 ‘제국성’에 주목한다면, 중국의 역대 왕조가 자신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국적 지향을 추구했다는 것, 즉 모든 왕조가 천하를 통일해 제국의 권력을 중앙에 통일시키는 대일통(大一統)을 추구하면서 왕조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했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그로 인해 일단 지배했던 영역에 속한 민족·지역을 제국으로 통일하고 그 분열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조직을 정통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집단기억이 중국인에게 깊이 각인되어 오늘에까지 이른 것이다.


이 점에선 중화인민공화국 60년의 역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개혁개방 이후에는 사회주의보다 애국주의가 오히려 더 강화되는 실정이다. 앞으로 중국이 어떻게 될 것인지 예측하긴 쉽지 않지만, 중화세계의 다원성을 재구성하는 길은 열려 있다. 그들이 단일형 국가로의 ‘일체화’(同)가 아니라 올림픽 개막식에서 보여준 ‘어울림’(和)의 가치를 나라 안팎의 상황에 진정으로 적용하고 싶다면 (홍콩의 일국양제를 넘어서) 연방제 내지 국가연합 같은 복합국가 구상을 시행하며 민주주의를 확립해가는 길밖에 없지 않을까 한다.

 

백영서 연세대 교수(중국사)

(한겨레 2009.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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