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주] 북한과 중국 관계에 대한 세 가지 오해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0-13 07:42 조회28,268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2006년 10월 북한이 1차 핵실험을 감행한 이후 중국이 북한을 자신의 안보에 대한 부담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확산되어왔다. 올해 중국은 북한의 로켓발사를 규탄하는 유엔안보리의장성명과 2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결의안에 연이어 찬성했다. 북한도 중국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5월 29일자 외무성 대변인 성명에서 “사태가 여기까지 오게 된 책임은 … 미국과 그에 아부, 추종하는 세력들에게 있다. 이런 나라들이 우리 앞에서는 위성발사가 주권국가의 자주적 권리라고 말해놓고 정작 위성이 발사된 후에는 유엔에서 그를 규탄하는 책동을 벌렸다”며 중국을 간접적으로 비난했다. 북중관계는 회복하기 힘든 선을 넘은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지난 9월 다이빙궈 국무위원이 특사로 평양을 방문하면서 상황은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 원자바오의 방문은 최근 양국 사이의 균열을 완전히 봉합했다. 다음 두 장면이 이를 잘 보여준다. 첫째는 평양 순안공항 도착한 원지아바오와 파격적으로 마중을 나온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다른 정상들 간의 만남에서 보기 힘든 열정적인 포옹을 한 장면이다. 둘째는 원자바오가 수행인원, 평양에 주재하는 중국인들과 함께 이동에만 두 시간이 걸리는 ‘인민지원군열사능원’을 방문해 한국전쟁 참전 중 사망한 중국인들의 공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양국 혈맹의 전통을 유감없이 과시한 것이다.
원지아바오의 평양방문은 북한에 대한 제재국면이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양국은 중국측 투자로 신압록강대교를 건설할 것과 그 밖의 다양한 경제협력을 추진할 것에 합의했다. 중국은 북한의 핵개발과 무기수출을 막기 위한 유엔의 제재결의를 지킬 것을 공언하고 있지만, 제재를 북한에 대한 고립을 강화시켜 핵포기를 강제하는 수단으로 삼지는 않을 것임을 보여준 것이다.
북중관계가 이처럼 강한 복원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관계가 쉽게 단절될 수 있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는 것은 주로 다음의 세 가지 오해에서 비롯된다.
첫째, 북중관계를 중국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관계로 보는 오해이다. 객관적인 힘을 비교하면 이러한 오해가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북한은 힘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관계에서 상당한 자율성을 확보해왔다. 1956년 이른바 ‘8월종파사건’에서 소련파는 물론이고 중국의 연안파를 모두 쫓아낸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며, 그 이후에도 중국의 영향력을 효과적으로 차단해왔다.
둘째, 중국이 북한을 전략적으로 부담으로만 생각한다는 오해이다.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한 직후 중국의 반응을 보면 이런 오해가 아주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환치우스바오(還求時報)는 6월 3일 “조선은 중국 인민에게 죄를 짓지 말아야 한다(朝?不?得罪中?民?)”는 제목의 논설을 게재했다. 그러나 감정은 감정이고 현실적 이익은 이익이다. 중국과 미국은 다양한 영역에서 협력을 필요로 하지만 동시에 상대를 여전히 잠재적 경쟁자로 보고 있다. 특히 중국은 미일동맹과 한미동맹이 군사적으로 자신을 위협한다고 여긴다. 이러한 조건이 사라지지 않는 한 중국은 북한이 미국의 위협을 완화해주는 전략적 역할을 할 수 있으며 또 그렇게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어떤 상황에서도 북한이 혼란에 빠지거나 붕괴되는 것을 바라지 않으며, 북중협력관계를 안정적으로 추진해 갈 것이다.
셋째, 중국은 대외적으로 현실적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오해이다. 하지만 이념이나 규범적 요소가 북중관계에 미치는 영향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물론 같은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북한과 특수관계를 유지한다고 보는 견해는 많지 않다. 그러나 여전히 사회주의의 발전을 기본이념으로 삼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같은 사회주의 국가에 대한 신의를 저버린다는 것도 쉬운 결단은 아닐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중국 대외정책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 저우언라이(周恩來)가 1954년 제시한 영토 및 주권 존중, 상호불가침, 내정불간섭, 평등호혜, 평화공존 등의 내용을 담은 ‘평화공존 5원칙’이라는 점이다. 중국은 이 원칙을 티베트와 신장 등의 분리주의와 인권문제에 대한 외부의 간섭을 비판하는 근거로 삼고 있다. 그런데 중국의 북한에 대한 지나친 압력은 이러한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중국의 인터넷토론방에서는 미국과 소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핵무기를 개발한 중국의 역사적 경험 등을 들어 중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에 동의한 것을 비난하는 주장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북중관계가 과거의 동지적 관계로 돌아가기 힘들지만 그렇다고 북중관계가 쉽게 단절되거나 중국이 북한에 대해 일방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중국은 비핵화와 북중협력관계의 유지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두 목표가 충돌하며 중국의 고민을 깊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게 비핵화라는 목표는 북한의 핵개발 이후에도 달성될 수 있는 것이지만, 북한의 붕괴는 다시 돌이킬 수 없는 변화과정에 진입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이는 중국의 지정학적·전략적 이익을 위협할 뿐 아니라 내부적으로 중국의 외교원칙을 스스로 버리고 있다는 이념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이제 제재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한반도 문제의 관련국들이 제재를 위한 제제에만 집착하지 말고 새로운 대화의 전환점을 만들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 남 주(성공회대 중국학과 교수)
(다산포럼. 2009. 10. 13)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