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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영 시인 관련 기사] '참여문학' 부활의 기지개 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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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2-12 13:18 조회21,67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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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일 용산 재개발 지역 참사 현장을 찾은 난쏘공 조세희 작가가 현장을 둘러 보고 있다. /조영호기자voldo@hk.co.kr
2-시인 백무산
3-소설가 김숨 /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4-소설가 김사과
5-소설가 이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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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촛불 집회 현장 / 류효진기자 jsknight@hk.co.kr

지난 달 용산 철거민 사태로 30여 년 전 발표된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회자되고 있다. 조세희 작가가 쓴 이 작품은 도시 재개발 뒤 숨겨진 저소득층의 처절한 삶을 그린 단편 소설. 조세희 작가는 아픈 몸을 이끌고 용산 현장에 나왔고 언론은 조세희 작가의 발언과 용산참사 현장을 앞다투어 보도했다.

이시영 시인이 1986년 발표한 시 '공사장 끝에' 역시 386세대를 중심으로 다시 애송된다. 국어 교사 김유정(36) 씨는 "용산 참사 후 이시영 시인의 시를 다시 읽는데 울컥하는 마음에 한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해 촛불집회와 최근 용산참사 등을 계기로 참여문학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80년대 문인들의 작품을 비롯해 2000년대 발표된 작품 중 현실 참여의식이 뚜렷한 작품들이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2009 참여문학

용산 참사로 주목을 받는 것은 조세희 작가 뿐만이 아니다. 80년대 저항시인들은 새로운 경향의 참여문학을 선보이고 있고, 2000년대 한국사회의 한계를 지적한 젊은 작가들의 작품도 새삼 거론되고 있다.

중견 작가인 이시영 시인은 최근 용산 참사를 그린 시 '경찰은 그들을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를 창비 주간 논평에, 가자지구 사태를 비판한 시 '아, 이런 시는 제발 그만 쓰고 싶다'를 현대문학 2월호에 발표했다.

'불길 속에서 뛰쳐나온 농성자 3, 4명이 연기를 피해 옥상 난간에 매달려 살려달라고 외쳤으나 아무도 그들을 돌아보지 않았다. 그들은 결국 매트리스도 없는 차가운 길바닥 위로 떨어졌다. 이날의 투입 작전은 경찰 한명을 포함, 여섯구의 숯처럼 까맣게 탄 시신을 망루 안에 남긴 채 끝났으나 애초에 경찰은 철거민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며 철거민 또한 그들을 전혀 자신의 경찰로 여기지 않았다.'

(시 '경찰은 그들을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 중에서)

이시영 시인 이외에도 80년대 대표적인 저항시인 백무산 씨가 지난 해 말 시집 <거대한 일상>을 출간했고, 장경린 시인은 '재개발 지역'이란 연작시를 2005년 잇따라 내놓은 바 있다.

2000년대 작가 중에는 박민규, 김애란, 손홍규, 김사과 씨 등이 부각된다. 모두 외국인 노동자, 청년실업, 사교육 문제 등 한국사회 다양한 문제들을 세련된 언어로 다듬은 작품을 선보인 작가들이다.

왜 다시 참여문학인가?

순수문학과 대치되는 참여문학은 흔히 '현실 참여의 정신을 강조하는 문학'성향을 일컫는다. 국내에서는 1950년대 전후세대 문학과 1980년대 민중문학(민중의 이익을 이념적으로 반영하는 문학)이 대표적인 참여문학으로 분류된다.

박수연 문학평론가는 "90년대 들어서면서 참여문학의 문학적 미학이 한계로 지적되고, 또 한편으로 참여문학을 하는 문인들이 주장했던 '문학이 정치적이어야 한다'는 논리가 미학적으로 완성되지 못한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을 포장하기 위한 이데올로기로 쓰였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80년대 참여문학의 미학적 한계가 드러나면서 쇠퇴의 길을 걷게 됐다는 것이다. 90년대 동구권 붕괴나 소련의 해체 등 사회 변화도 참여문학 쇠퇴를 가져왔다.

90년대와 2000년대에는 '문학의 미학적 실험'이 문단의 화두로 떠올랐다. 문장과 단어 형식을 파괴한다든지, 서사를 파괴한 채 개인의 내면에 집중하는 작품이 등장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문학이 주목을 받았다.

최근 다시 현실 참여적 문학이 이목을 끌게 된 것은 새로운 형식의 현실 참여적 문학 작품이 속속 등장하는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80년대 참여문학이 문인들의 현실참여에서 비롯된 '사회 고발'적 성격이 강했다면, 2000년대 젊은 작가군은 현실의 문제를 소재로 빌려와 문학적 성취로 연결시킨 특징이 엿보인다.

박수연 평론가는 "과거 참여문학은 현장의 목소리를 얼마나 담아내느냐가 관건이었지만, 현재 작가들은 자신의 미적 완성도에 포커스를 맞춘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륭전자 투쟁현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송경동 시인과 같은 몇몇을 제외하면 현장보다는 미학적 상상 속에서 작품을 쓰는 것도 최근 작가들의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지난 해 말 출간된 김숨의 <철>은 '철'로 상징되는 산업사회 이면의 어두운 기억을 기록한 소설이다. 조선소 노동자들은 오로지 철선의 완성을 위해 도구처럼 쓰이다가 마모되고 쓸모없어지면 가차 없이 버려진다.

자본을 통한 물신화 과정과 자본주의 발전사 등 다분히 현실 고발적인 성격을 지니지만, 파편화되고 도구화된 개인을 주목한다는 점에서 80년대 참여문학과 차이를 보인다. 산업화의 어두운 이면을 고발하는 방식도 사실적인 묘사보다는 우화적 비유를 주로 쓴다.

얼마 전 2009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김연수의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은 촛불 집회의 단상을 드러냈고, 역시 이상문학상의 최종 후보로 같이 올랐던 조용호의 '신천옹'은 재개발지역을 무대로 펼쳐지는 소설이다. 그러나 이 역시 촛불집회와 재개발지역을 소재로 현대를 살아가는 개인의 고통과 일상을 드러낸다.

김형수 문학 평론가는 "80년대 참여문학은 연대기적 정체성을 드러낸다. 공동체, 집단에 대한 과제에 몰두하다 개인의 숨결을 손상시킨 부분이 있었다. 최근 젊은 작가들은 그런 강박관념에서 자유롭다. 현실과 접촉 속에서 소재를 찾아 건강한 미학적 소통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사과의 소설 <미나>는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입시지옥으로 변한 오늘의 교육문제와 그들의 아버지인 386세대의 모순을 날카롭게 꼬집고 있다. 작가는 386세대의 지적, 윤리적 허영심을 '발가락만한 케이크'라고 묘사한다.

'그들은 없는 돈에 쪼들려가며 기어코 값비싼 디저트케이크를 가득 사서 대문에 덜어놓는 것으로 자신들의 하층계급의 삶을 감추고 기만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케이크는 천사의 날개같이 달콤하여 황홀하게 혀끝에서 녹으나 그 발가락만한 케이크만 빼면 아무것도 없다.' (소설 <미나> 중에서)

박민규의 소설 <지구영웅 전설>은 '겉은 노랗지만 정신은 하얀' 바나나맨을 통해 미국의 슈퍼특공대의 들러리가 된 친미주의자를 꼬집는다.

'내 이름은 바나나맨.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아쿠아맨과 함께 이 지구를 지키는 슈퍼특공대의 일원이다!' (소설 <지구영웅 전설>중)

미국이 창조한 만화 속 영웅의 심부름을 하면서 뿌듯함을 느끼는 한국의 초등학생 '바나나맨'을 통해 반미(反美)의식을 선보인다. 무거운 주제를 담되 가벼운 그릇을 택했다.

참여문학 계속 될까?

그렇다면, 주목을 받기 시작한 2009년 참여문학이 과연 주류를 형성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하지만, '세태가 이렇게 전개된다면' 새로운 형태의 참여문학이 나올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김형수 평론가는 "그동안 미학적 실험과 모험이 핵심 주제였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작가들의 미학적 실험이 공동체 안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동시대인과 호흡이 가능한 것인지 작가들이 질문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즉, 촛불시위와 기륭전자 시위, 용산 참사 등 잇따른 사회문제가 계속 출현하면서 작가들이 다시 현실 사회문제를 직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다만 작가들이 갖는 사회 문제의식을 80년대와 같은 '주류 문학 경향'으로 연결시킬 수 있느냐는 아직 미지수다.

박수연 평론가는 "사회문제를 인식하는 것과 그것에 자신의 가장 절실한 삶의 영역으로 들어올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촛불에 대해 수많은 문인이 말했지만, 작품으로 확장시키는 문인은 보지 못했다. 아직까지 현재 문인들은 정치적 소신과 문학세계를 분리시켜 보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시영 시인 인터뷰
"내가 시를 쓴 것이 아니라 현실이 시를 부른 것이다"

이시영 시인은 1969년 작품 활동을 시작한 중진 작가다. 1980년부터 24년간 (주)창비에 몸담으며 대표적인 민족문학 작가로 꼽힌다. 1982년도에 김지하 시선집 <타는 목마름으로> 출판으로 안기부에 연행되기도 하고, 1989년 <창작과 비평>이 복간된 이듬 해, 황석영 작가의 방북기를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실었다가 구속되기도 했다.

최근 용산 참사를 비판한 시 '경찰은 그들을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를 창비 주간 논평에, 가자 지구에서 펼쳐진 이스라엘 사태를 비판한 시 '아, 이런 시는 제발 그만 쓰고 싶다'를 현대문학 2월호에 발표했다.

- 80년대 작 '공사장 끝에'가 최근 다시 애송되고 있다. 당시 이 작품의 모티프가 됐던 사건이 있나?

= 그때는 철거가 많았다. 철거 현장의 단상을 쓴 것이지 특별히 어떤 사건을 염두하고 쓴 것은 아니다. 그 작품은 이미 20년 전의 작품이다.

- 시 '경찰은 그들을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를 비롯해 현대문학 2월호에도 시 '아, 이런 시는 제발 그만 쓰고 싶다'를 발표했다. 계기가 있나?

= 나 나름대로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새로운 민중시가 필요하다고 보았고 그런 시도를 해왔다.

- 최근 용산 참사와 관련해 철거민 문학, 참여문학이 다시 각광받는다고 말한다. 동의하는가?

= 한미 쇠고기협상, 용산 참사 등 민주주의의 퇴행을 보면서 지금 이 시점에 리얼리즘 문학이 더 필요하게 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 문학이란 시대정신과 호흡 속에서 탄생한다. 시대와 함께 가는 것이다.

- 오랜 기간 창비의 주간으로 재직하며 누구보다 참여문학의 부흥과 쇠퇴를 지켜본 장본인이다. 20년 전의 참여문학과 지금의 젊은 작가들이 추구하는 문학, 차이가 무엇이라고 보나?

= 시대가 달라졌으니 민중문학 역시 정교해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고발문학이 아니라 정교하게 정치 고발적인 문학이 탄생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 용산 참사에 대한 본인의 시를 '새로운 형식의 참여문학'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 새로운 민중문학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하나?

= 그런 문학이 나올 수밖에 없다. 본인이 시를 쓰겠다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시를 부른 것이다. 6명의 목숨을 앗아가고도 아무렇지 않은 이런 정권 하에서 시인들이 분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그런 작품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주간한국. 2009.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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