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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선] 오바마 교육연설을 읽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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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3-16 08:47 조회20,25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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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한국 언론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교육 관련 연설이 대서특필됐다. “미국 어린이들은 한국 어린이들보다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연간 1개월이나 적다”며 미국 어린이들도 학교에서 더 많은 시간 공부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촉구한 대목이 보도의 초점이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 발언과 함께 성과급제, 계약학교의 확대 등의 언급에 주목하면서 이것이 우리 정부 교육정책의 정당성에 대한 확인인 양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바마 발언의 정작 중요한 대목은 “미국의 모든 아이들이 요람에서부터 하나의 직업인으로 성장할 때까지 완전하고 경쟁력 있는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교육의 질 저하가 계속된 것은 올바른 아이디어와 합당한 계획이 없어서가 아니라 분명히 검증된 대안조차 당파적 이해관계나 이념 때문에 받아들이지 않았던 탓이라며 20세기식 낡은 논쟁을 끝내자고 호소했다.

우리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오바마는 긍정적으로 언급했지만 한국 학교는 미국에 유학 간 초·중등학생들 대부분이 돌아오고 싶어하지 않는 곳이다. 학벌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무한경쟁의 전장이기 때문이다. 그 무한경쟁을 위해 부모들은 생계를 위협할 정도로 사교육비를 퍼붓고, 해마다 100명이 훨씬 넘는 아이들이 그 경쟁에 지쳐 목숨을 끊는 게 우리 현실이다.

‘엄청난 돈을 들여 아이들을 죽이는’ 이런 교육을 끝장내자는 데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 해법을 찾는 논의는 평행선을 긋고 사회적 대결만 부추긴다. 얼마 전 현장교사들이 <한겨레21> 좌담에서 교육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모든 아이들이 탈락하지 않고 직업인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교육”이 개인뿐 아니라 사회의 건강한 발전의 바탕이라는 데 동의한다면 사회적 대타협도 꿈만은 아니다. 최근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일제고사와 교원평가 및 성과급 문제도 머리를 맞대고 마음을 다해 논의한다면 해법을 찾을 수 있다.

핀란드 같은 나라는 일제고사가 없지만 학생들의 교육목표 달성 여부를 학교단위에서 수시로 점검하고 교육위원회는 표집조사나 국제학력평가 등의 자료를 이용한 비교평가로 개별 학교의 문제가 방치되지 않도록 관리한다. 교원평가 역시 일방적으로 주어진 기준에 따라 교장이 하는 게 아니라, 교사가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 도달 여부를 스스로 평가한다. 각 교육위원회는 교사의 자체평가를 보완하기 위해 학부모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하기도 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언급한 교원평가도 우리완 사뭇 다르다. 아니 덩컨 미국 교육부 장관은 시카고 교육감 시절 교원평가에 아이들의 학업성취뿐만 아니라 교사의 다양한 교육활동을 함께 반영했다. 평가 결과는 교사 개인이 아니라 학교 단위로 냈다. 이렇게 하자 학교 안에서 교사들은 서로를 협력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교수법 등을 함께 연구하고 나누게 됐다. 교원평가와 성과급을 언급한 오바마 연설에 우리 예상과 달리 교원노조가 반발하지 않고 공감의 뜻을 표시한 이유는 덩컨에 대한 이런 믿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라고 이렇게 못할 까닭이 없다. 그러려면 오바마 연설에 대한 자의적 보도처럼 정파적 이해관계에 사로잡혀 한쪽 눈을 감은 채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지 않고, 객관적으로 문제를 보기 시작하는 일, 그것이 바로 사회적 대타협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 객관적 시선만 확보되면 극단적 의견을 배제하고 합리적인 공통분모를 찾아내는 일도 어렵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권태선 논설위원

(한겨레. 2009.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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