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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주] 위구르족과 한족, 왜 충돌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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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7-09 07:54 조회39,1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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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에 한 번 대란이, 5년에 한 번 소란이 발생한다.” 신장 지역의 치열하고 오랜 민족 갈등을 말해주는 표현이다.

 

한족과 위구르족 사이의 적대감은 1884년 청조가 이 지역에 직접통치를 강화하기 위해 신장성을 설치하고, 한족 관료 주어종탕 등이 소수민족들을 억압적으로 통치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그 이후 이 지역에서 반란과 진압이 반복되었는데, 1944년 11월에는 위구르인들이 이닝 지역에서 ‘동투르키스탄 공화국’ 건립을 선포하기도 했다. 물론 그 와중에 적지 않은 현지 한족들이 살해되었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건립된 이후에도 문화대혁명 시기와 같이 소수민족에 대한 억압적 통치가 강화된 시기가 있었고, 이에 대한 위구르인들의 산발적인 반발도 계속되었다. 그렇지만 이번과 같은 대규모의 민족 충돌이 일어난 적은 없다. 그리고 현재 중국 정부의 소수민족 정책이 과거보다 더욱 억압적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왜 지금 위구르족과 한족 사이의 충돌이 격화되고 있는 것일까?

 

중국 정부는 7월7일 현재 156명이 사망한 이번 폭력사태를 “외부 세력의 조종과 선동하에 내부 세력이 실행한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폭력 범죄”로 규정했다. 소련 붕괴 이후 중앙아시아에서 이슬람 세력의 영향력이 커진 것을 계기로 신장의 독립을 추구하는 세력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1993년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이라는 조직이 해외에서 결성된 것이 대표 사례다. 해외 망명 인사들은 지난 6월26일 중국 남부 광둥성 사오관시에서 위구르족과 한족 노동자의 충돌로 위구르인 2명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 중국 내 위구르인들이 항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사태의 원인을 외부로만 돌리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해외의 독립운동 세력이 중국 내에서 이와 같은 대규모의 활동을 조직할 능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은 9·11 이후 미국 정부와 유엔(UN)에 의해서도 테러 조직으로 규정되었다. 중국은 러시아 등 주변 국가와 조직한 ‘상하이협력기구’를 통해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주의, 분열주의에 반대하는 국가 간 협력을 강화시켜왔다. 즉 이들은 국제적으로 매우 고립된 처지에 있고, 중국 내에서 소규모의 테러 활동에 의존하며 존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사태의 원인은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중앙정부의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현대화가 위구르족으로 하여금 정체성의 위기를 느끼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지역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1999년부터 서부대개발 정책을 실행하면서 신장과 티베트에 대대적인 투자를 해왔고 이를 치적으로 자랑했다. 그런데 이러한 개발 붐을 타고 신장 지역에서 한족의 상권과 영향력이 증가하면서 위구르인 사이에서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1945년 당시 75%를 점유한 위구르인의 비중은 45%로 줄었고, 한족의 비중은 5%에서 41%로 증가한 상황에서 경제와 문화도 한족에게 장악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위구르인의 좌절감은 심각하다.

 

현 사태는 단순히 정치적 억압만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해결책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 정부가 사태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거나 위구르인의 폭력성을 부각시키며 적대감을 고조시키는 방식으로 현 위기를 수습하려는 것은 장기적으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소수민족들의 권리와 자존이 인정될 수 있는 현대화와 발전에 대한 모색 속에서만 진정한 화해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남주 성공회대 중국학과 교수

(한겨레. 2009.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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