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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주] 미국의 과(過)소비와 중국의 과(寡)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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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2-12 11:29 조회21,0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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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폴슨 전 미국 재무부장관은 퇴임 직전 『파이낸셜 타임즈』와 가진 인터뷰에서 국제금융위기는 부분적으로 중국을 포함한 신흥시장의 지나치게 높은 저축률, 즉 과(寡)소비에 의해 비롯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중국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다보스 포럼 참석차 유럽을 순방 중이던 원자바오 중국총리는 마지막 방문지인 런던에서 폴슨의 주장을 직접 반박했고, 중국 내 주요 언론들도 일제히 미국 내 보호주의와 경제위기의 책임을 중국에 돌리려는 발언이라고 비판하였다.

 

이러한 반응은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있다. 우선 이번 경제위기의 일차적 원인은 서브프라임 위기 등 미국 내 거품과 금융시스템에 대한 감독실패이다. 그리고 중국은 이미 작년 11월에 향후 2년간 약 4조위엔(약 584억 달러, 900조원)을 지출하는 경기부양계획을 발표했고 그 규모는 2008년 중국 GDP의 13.3%에 달한다. 반면 지난 2월 7일에야 상원 통과에 필요한 의원수를 겨우 확보했다고 하는 경기부양계획의 규모는 820억 달러로 2008년 미국 GDP의 5.7%에 머무르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한 행동의 강도나 속도를 볼 때 중국은 미국을 훨씬 뛰어넘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 미국 양측이 아직은 절제된 언어를 사용하고 있고 정상들 간에는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위의 긴장들을 봉합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나타난 긴장 관계를 단지 경제위기의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에피소드라고만 볼 수는 없다. 이는 현재 세계경제의 심각한 구조적 문제의 일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과(過)소비 문제가 많이 지적되었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구조적인 무역적자로 2008년 미국의 무역적자만 보아도 GDP의 4%에 달한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미국은 자국이 생산한 것에 비해 4%를 더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중요한 문제로는 중국의 경제성장이 지나치게 무역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2008년 중국경제의 수출의존도(총수출액/GDP)가 35%에 달하고 있다. 이는 미국은 9.6%, 일본은 16%, 인도는 14%와 비교할 때, 매우 높은 수준이다. 동시에 중국은 엄청난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경제위기가 시작된 작년에도 2,950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GDP의 7%에 달한다. 즉 중국은 자신이 생산한 것 중 7%를 수출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통계에 따르면 그 규모는 8.7%에 달한다. 미국이 더욱 심각하게 문제로 삼는 것은 대부분의 흑자가 미국과의 무역에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2008년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1,700억 달러의 흑자를 냈다(미국의 통계에 따르면 2,500억 달러를 상회한다).

 

중국의 막대한 무역흑자가 세계경제의 큰 변수가 된 것이 비단 최근의 현상은 아니다. 유럽경제가 세계로 팽창하던 1571-1821년 동안 유럽국가들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생산한 은(銀) 가운데 적어도 절반 정도가 중국으로 흘러들어갔으며 이곳에서 다시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1920년대에도 중국은 막대한 무역흑자를 기록했는데, 1929년의 무역흑자는 현재와 마찬가지로 세계 GDP의 0.5%에 가깝다는 평가도 있다. 당시에도 미국은 중국화폐의 가치를 강제로 절상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도 했으나 무역불균형을 해소하는 데는 큰 효과가 없었다. 결국 전자는 아편전쟁, 후자는 미국의 대공황이라는 폭력적 방식을 통해 조정되었다.

 

이러한 현상들의 배후에는 항상 중국의 내수부족이라는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중국은 총 경제규모는 크지만 1인당 GDP라는 기준으로 보면 저발전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이 세계경제에 참여하게 되면 저임금 노동력과 서구에 커다란 매력이 있는 일부 상품을 무기로 수출을 크게 증가시키는 반면 낮은 소득수준으로 인한 내수부족으로 수입의 증가는 뒤따르지 않아 막대한 무역흑자가 누적되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현재 세계경제위기를 평화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중요한 고리의 하나는 미국의 과(過)소비와 중국의 과(寡)소비 사이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정적자와 무역적자에도 불구하고 기축통화의 발행국이라는 지위를 무기로 미국인의 과소비를 지탱해 온 미국의 행태에도 변화가 필요하지만 동시에 최근 내수부족이라는 문제를 수출증가를 통해 극복해온 중국의 경제발전모델에도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중국정부도 이러한 문제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이미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로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이 어려움에 직면하자 내수증가라는 목표를 내걸고 경기부양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중국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난 것은 이러한 내수증가정책의 결과라기보다는 2001년 WTO 가입 이후 폭발적인 외자유입과 수출증가에 힘입은 것이었다. 그 동안 세계경제의 불균형은 더욱 확대되었다. 2001년 중국의 대미무역흑자는 280억 달러에 불과했다. 최근 중국은 국내의 과(寡)소비를 미국의 과(過)소비에 의존해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에 중국정부는 4조 위엔의 재정지출을 통해 내수확대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지난 4/4분기 GDP 성장률이 -3.8%를 기록하는 등 경제침체가 계속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 8%의 경제성장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내수확대는 어느 때보다 더 절박한 상황이다. 문제는 중국 내 구조적 문제, 즉 인구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농촌인구의 소득정체가 단기간 내에 개선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중국정부도 이번 경기부양책에서는 사회인프라 투자만이 아니라 저소득층, 특히 농촌의 소득증가와 소비증가를 어떻게 촉진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정책이 성공을 거둔다면 세계경제가 새로운 방식의 성장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기대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중국이 내수시장에 기초한 성장 메커니즘의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세계의 무역 마찰은 더욱 심각해 질 수 있다. 이러한 경제성장방식의 전환은 단지 중국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는 한국, 일본 등 다른 동아시아 국가가 직면한 과제이기도 하고, 동아시아 국가들이 이를 위해 함께 협력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남주(성공회대 중어중국학과)

(서남통신. 2009.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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