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국회가 발의한 ‘사립대 구조개선법’ 대안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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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3-09-06 15:19 조회2,94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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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회에는 사립대학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안이 4개나 상정돼 있다. 1년 전인 2022년 9월 국민의힘 이태규 의원 대표발의의 법안을 시작으로, 지난 8월 18일에 더불어민주당 문정복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까지 여야가 각각 두 건씩의 법안을 내놓았다.
이 4개 법안은 큰 틀에서는 모두 비슷하다. 안타깝게도 이 법안은 모두 사학 법인의 이해관계 충족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한국 고등교육의 생태계를 어떻게 정비하고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 이 법안들은 일단 모두 철회하는 것이 정답이다.
대학 구조개선 기본계획은 언급조차 없다
기막힌 일은 이 법안들이 이미 8~9년 전 박근혜 정부 때 발의된 관련 법안보다도 못하다는 점이다. 9년 전인 2014년 4월 당시 집권당인 새누리당이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김희정 의원 대표발의)을 내놨고, 비난이 쏟아지자 2015년 10월과 2016년 6월에 당시 여당의 안홍준 의원·김선동 의원이 각각 유사한 법안을 다시 발의했지만 모두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되고 말았다.
이 중에서 안홍준·김선동 법안은 교육부 장관이 3년마다 대학구조개혁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조항이라도 담고 있었다. 반면에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들은 대학 구조개선의 기본방향이나 기본계획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 이런 성격의 법안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폐교·법인 해산시 혜택에만 집중…지역균형발전 고려는 없다
현재 상정된 법안들은 경영위기 대학의 신속한 퇴출을 위해 사립대학 운영진의 저항을 달래려고 폐교나 법인 해산 시에 어떤 혜택을 안겨줄 것인가에 집중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여당인 정경희 의원 법안은 해산장려금을 잔여재산의 100분의 30 이내의 범위에서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에 야당 문정복 의원 법안의 제17조는 “해산장려금의 범위, 한도와 절차,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시행령으로 넘기고 있으니, 현 정부의 ‘시행령 정치’에 동조하는 것인지 의아할 지경이다. 시간이 갈수록 더 이상하고 나쁜 법안이 나오고 있는 셈이다.
만약 해산장려금 제도가 이런 식으로 도입되면, 정말 하루속히 문을 닫아야 할 한계대학이 아니라 충분히 운영이 가능한 재정 여력이 있으며 지역 사회에 기여할 잠재력도 큰 대학이 먼저 없어질 수 있다. 잘 팔릴 땅과 건물을 가지고 있는 괜찮은 대학의 운영진이 폐교를 결정하고 재산을 신속하게 처분하여 최대 30%를 챙겨간다면, 경우에 따라 해산장려금이 수백억 원을 넘길 수도 있으며 애당초 출연자가 교육을 위해 내놓은 재산보다 훨씬 많을 가능성도 높다.
왜냐하면 대학의 재산은 설립자의 출연금만이 아니라 학생 등록금, 정부의 각종 혜택과 지원에 힘입어 형성되고 증가한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렇게 개별 대학의 판단에 따라 대학들이 없어진다면 해당 지역의 지역균형발전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무정부적으로 대학 구조조정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지극히 우려스럽다. 현재의 법안들은 지역경제, 지역 산업이나 대학 생태계를 전반적으로 고려하는 거시적인 안목이 아예 없는 것이다.
몇몇 대학 없앤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대학 생태계 전체적 마스터플랜 담아야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무엇보다도 먼저 이번 정기국회에서 여야 야합으로 이 법이 통과되지 않도록 막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질적 사회공론화를 통해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당장 신선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기 어렵지만, 적어도 세 가지 정도 원칙은 말할 수 있다.
첫째, 새로운 구조개선법은 대학 생태계 정비의 전체적인 마스터플랜을 담아야 한다. 현재 학령인구 급감과 (역대 정권들의 책임이 큰) 대학 생태계 정비의 지체로 인해 단순 계산으로도 우리는 15년 안에 현행 대학입학 정원의 40% 이상을 줄여야 하는 비상 상황이다.
교육부가 주도하든 대학이 자발적으로 결정하든 몇몇 대학을 순조롭게 없애는 것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 마스터플랜에는 반드시 고등교육 투자에 대한 내용이 담겨야 하며, 구조조정으로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는 교원과 연구원이 적절하게 계속 연구와 교육을 할 수 있는 방안도 담겨야 한다.
둘째, 앞의 법안들이 설치하도록 규정한 ‘사립대학구조개선심의위원회’의 인적 구성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교수노조가 합법화된 현실을 반영하여 전체 위원 중 절반 안팎의 숫자를 전국교수노조, 국교조, 사교조, 비정규교수노조 등의 노조 협의체가 추천하는 인사(변호사, 공인회계사 각각 최소 1인 포함)로 임명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사라지는 대학’의 잔여재산은 ‘살아남을 대학’에 투자를
셋째, 지역 차원의 대학구조개선 방안을 마련하여 실행하는 장치가 들어가야 한다. 야당인 강득구 의원과 문정복 의원 법안의 “폐교대학 특별지원지역의 지정” 조항은 모호하고 실효성이 없다고 본다. 지역 고등교육 생태계를 살릴 방안이 나와야 하며, 지역별로 위원회를 구성하여 해당 지역의 대학 및 지역사회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 대학 통·폐합 등을 결정하게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당 정경희 의원 법안에서 한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정 의원 법안은 “폐교에 따른 편입생에게 편입학을 위한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다”(제18조 4항)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실효성도 없을뿐더러 대학과 교원을 살려야 학생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기본 시각이 결여된 내용이다.
폐교대학 청산 과정에서 나온 잔여재산으로 다른 대학으로 편입학하는 학생 1인당 일정 액수를 편입생을 받아들인 대학에 대해 교육의 질 향상을 명목으로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다. 교원의 경우도 마찬가지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바꿔 말해, 사라지는 대학의 잔여재산으로 살아남을 대학을 튼튼하게 만들 생각을 해야 옳은 것이지 ‘해산 장려금’이라는 발상은 원칙적으로 문제가 너무 많은 것이다.
우리의 대학 생태계를 정비하고 살릴 길은 얼마든지 있다. 전국 교수들의 단결된 힘으로 구체적 대안을 마련하여 정부와 국회를 설득해 나가야 한다.
김명환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교수신문 2023년 9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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