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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욱] 민주주의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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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1-08 09:04 조회20,8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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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금융위기는 지난 30년간 맹위를 떨치던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 혹은 시장만능주의의 위기나 다름없다. 미국까지 포함된 지구촌 국가들의 대부분은 연일 확산되는 금융 및 실물경제의 위기에 놀라 신자유주의 기조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국유화, 규제 강화, 고소득층 증세, 사회지출 확대 등의 적극적 시장개입 조치를 취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경제 모델은 이제 전 세계적 차원에서 (아직 폐기까지는 아닐지라도) 크게 수정되고 있음이 명백한 사실이다.

한국의 민주주의 아직도 취약


이러한 신자유주의의 위기 시대에 역주행하고 있는 정부는 오직 한국뿐인 듯하다. 이명박 정부는 이 시기에 오히려 민영화, 규제 완화, 고소득층 감세, 사회지출 감소 등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한국 사회의 신자유주의화를 급속히 부추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어떻게든 조기에 발효시키려 안달이다. 이렇듯 세계적 추세와 일반 시민들의 바람을 거슬러 신자유주의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려드니 이 정부는 점점 권위주의적이 돼가고 있다. 사회적 합의를 얻어내긴 틀렸으니 힘으로나 몰아붙이자는 태세다. 권력기관의 활용만으로는 부족했는지 그나마 20여 년간 키워온 절차적 민주주의마저 훼손시킬 온갖 반민주 악법들을 강행 처리하려들고 있다. 그 과정에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권위는 새해 벽두부터 이미 크게 위협받았다. 민주주의의 퇴보를 심각하게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2009년 이후 한국 국민은 본격적으로 권위주의적 신자유주의 정부를 상대로 살아가야 할 것 같다. 필자는 그 와중에 적어도 다음 두 가지 문제와 관련된 사회 공론화 작업이 진행될 것을 예상 혹은 희망한다.

하나는 한국 민주주의의 취약성 문제다. 작금의 상황은 ‘민주 대 반민주’ 대립 구도의 존립 필요성이 여전함을 시사한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내부적으로 아직 취약하다는 것이다.

지난 시절의 민주화운동이 미완의 것이었다면 앞으로의 그것은 무엇을 목표로 진행해야 할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기본적으로는 정치제도의 개혁일 게다. 아마도 우선은 철저한 승자독식제인 현행 대통령제 권력구조를 어떻게 합의제에 가깝게 만들 수 있을지, 그리고 여전히 인물이나 지역을 중심으로 돌아감으로써 제대로 된 대의민주주의를 기대하기 어렵게 하는 기존 정당체계를 어떻게 이념이나 정책 중심의 것으로 개혁해낼지 등에 대해 논의를 집중해야 할 듯싶다. 선거제도 개혁 논의는 그 뒤를 이어야 마땅할 것이다.

 

反신자유주의 세력 결집 필요

다른 하나는 신자유주의의 대안 부재 문제다. 이 문제영역에서의 핵심 주체는 ‘민주’가 아닌 ‘반신자유주의’ 세력일 것이다. 이들은 민주화 이후의 우리 사회가 여태껏 해내지 못한 신자유주의의 대안 모델 수립과 정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 실질적 민주주의를 완성하기 위한 필수 과업이기도 하다. 관건은 물론 경제적 효율성과 성장만이 아니라 사회적 형평성과 분배의 가치까지도 성취할 수 있는 한국형 ‘조정시장경제’ 체제를 구축하는 일일 게다.

사실 위 두 문제의 핵심 해법은 하나로 통한다. 분명한 대안 모델과 수권능력을 갖춘 진보개혁 정당이 있다면 신자유주의의 위협과 민주주의의 위기는 (시간이 좀 걸릴지라도) 충분히 극복해나갈 수 있다. 2009년엔 한국 사회가 이러한 정당의 부상을 꿈꾸고 도모할 수 있기를 바란다.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

(경향신문. 2009.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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