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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식] 쓰촨 지진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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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8-05-27 11:06 조회21,80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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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촨(四川) 지진 참사의 꼬리가 길다. 첫번째 지진이 끼친 재앙도 무서운 것인데, 여진(餘震)이란 표현이 무색한 강진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산사태로 돌연히 형성된 호수들마저 붕괴될 위험에 처했다니, 대륙의 천재지변에는 말길이 끊어질 뿐이다.

 

  쓰촨은 내가 밟은 첫번째 중국땅이다. 지금부터 15년전 여름 나는 지용택선배가 조직한 장강(長江)여행단에 끼어 처음으로 중국대륙을 찾았다. 이번 참사의 근인(根因)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곤 하는 싼샤(三峽)댐 건설로 당시(唐詩)와 삼국지(三國志)로 대표되는 장강 상류의 찬연한 고전문화도 함께 수몰된다는 놀라운 소식과 그 문화를 온전히 향수할 마지막 기회라는 달콤한 선전에 내 무거운 궁둥이가 들썩였던 것이다. 당시선(唐詩選) 한권을 챙겨들고 나는 마침내 미지의 중국대륙으로 날아갔다. 그 첫 기착지가 쓰촨의 성도(省都) 청두(成都)다. 때맞춰 비까지 뿌려 망강루(望江樓)와 두보초당(杜甫草堂)과 무후사(武侯祀)로 이어지는 청두기행은 남국의 풍정이 물씬한 대숲과 어울려 환상적이었다. 그 청두, 그 쓰촨이 붕괴되었다. 

 

  중국이 겪는 참사에 대한 국제적 지원이 신속하다. 한국정부도 5월 16일 청두로 44명의 긴급구호대를 파견하는 한편, 텐트와 담요 등 긴급구호품을 특별화물기편으로 보냈다. 한국 외교부를 방문, 우리의 조치에 사의를 표명한 닝 푸쿠이 주한중국대사의 요청에 따라 한국정부는 의약품 지원도 약속했으며 수용한다면 의료인력의 파견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참사를 계기로 한중정부의 협력이 긴밀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정부가 한국정부의 제의를 전격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일련의 일들이 성사되었는데, “처음으로 외국인력을 국내의 재해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받아들였다”는 중국 외교부 관리의 말에 의할진대 이는 사건 중의 사건이다. 그런데 중국이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러시아․ 싱가포르의 구호대를 수용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이미 구조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홍콩과 타이완의 전문가들을 감안하고, 더욱이 영국과 호주의 지원에 대해서는 정중히 거절했다는데, 없는 돈에 10만달러를 지원한 북한까지 염두에 두면 더욱 인상적이다. 가히 재난에 대처하는 동아시아협력의 원형이 출현했다고 보아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터이다. 이를 정치적으로 과잉해석하는 것은 물론 경계해야 마땅하지만 최근 티베트사태를 둘러싸고 한중, 중일 사이의 국민적 갈등까지 발생했던 점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진전이라고 보아도 좋다. 특히 5월 27일 베이징 한중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인지라 더욱 그렇다.

 

  그런데 보다 유의할 점은 중국사회의 움직임이다. 전통적인 상명하복(上命下服)체제가 이번 참사에서는 큰 변화를 보인다는 것이다. 자원봉사가 넘쳐나고 며칠 만에 2억달러가 모금될 정도로 헌금행렬이 길다. 바야흐로 중국에서 NGO가 발명되는 중이다. 원 자바오(溫家寶)총리와 후 진타오(胡錦濤)주석이 재난현장을 누비는 모습도 새롭거니와, 언론이 관례적인 통제를 벗어나 일정한 자율성을 발휘하는 것도 주목할 일이다. 해외의 중국인들조차도 적극 참여하는 이 구호(救護)의 연대도 놀랍지만, 이번 참사의 책임을 묻는 움직임이 싹트고 있다는 점이야말로 괄목상대(刮目相對)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태로 아이들을 잃은 학부형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아다시피 지진으로 학교건물이 대량 붕괴되어 학생들의 희생이 유독 컸다. 날림공사로 치부한 장사꾼들과 정부관리의 유착이라는 이 더러운 고리에 대한 분노가 자연스럽게 운동으로 번질 기미를 보이자 책임자의 엄중 문책 방침을 밝힌 중국정부의 대응도 이례적으로 즉각적이다. 학부형들의 운동에 이어, 구호품을 빼돌리는 일부 관리들의 파렴치행위에 대해 현지 주민 수천명이 시위를 벌이다 경찰과 충돌했다는 보도도 나오는 것을 보면, 쓰촨지진이 개혁개방 이후 오로지 부국강병의 꿈을 좇아 질주한 중국식 발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집합적으로 이루어지는 계기로 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 티베트사태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정부와 인민 모두, 거의 천편일률적으로 중국민족주의의 경직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지진사태에서 싹튼 민주주의의 불씨가 티베트를 비롯한 중국 안의 소수민족문제를 한층 성숙하게 해결하는 차원으로까지 들어올려진다면 작히나 좋을까? 쓰촨지진사태가 새옹지마(塞翁之馬)의 마술을 부려 아시아에서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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