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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무웅] 40년 동안의 불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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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8-07-17 09:24 조회22,57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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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초봄 조선일보 지상에서 그 신문의 논설위원이자 문학평론가인 이어령과 시인 김수영이 주고받은 논쟁은 우리 문단사에 기록될 전설적인 사건의 하나이다. 이 논쟁이 있고 나서 불과 서너 달 만에 당사자의 한 분인 김수영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그리고 그 무렵 「사랑의 변주곡」「의자가 많아서 걸린다」「풀」같은 시와 「시여, 침을 뱉어라」같은 산문에 드러나듯 김수영의 문학적 사유와 시적 생산성이 하나의 절정에 이르러 있었기 때문에 논쟁은 한층 강한 인상을 남겼던 것 같다.

그런데 김수영은 논쟁의 발단이 된 평론「지식인의 사회참여」에서, 자신이 최근에 써놓기만 하고 발표하지 못하고 있는 작품이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그는 신문사의 신춘문예 응모작들 속에 끼여 있던 ‘불온한’ 내용의 시들도 생각난다고 말하고 있다. 이어서 그는 이렇게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 “나의 상식으로는 내 작품이나 ‘불온한’ 그 응모작품이 아무 거리낌 없이 발표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만 현대사회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런 영광된 사회가 반드시 머지않아 올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러나 나를 괴롭히는 것은 신문사의 응모에도 응해 오지 않는 보이지 않는 ‘불온한’ 작품들이다. 이런 작품이 나의 ‘상상적 강박관념’에서 볼 때는 땅을 덮고 하늘을 덮을 만큼 많다. 그리고 그 안에 대문호와 대시인의 씨앗이 숨어 있다.”

“작품들, 거리낌 없이 발표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여기서 김수영이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채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시대를 억압적인 시대로 인식하고 있으며, 그 억압이 수많은 창조의 씨앗들을 유린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예감하기에 언론자유가 제한 없이 보장된 사회는 반드시 도래할 것이다. 그런 사회를 김수영은 ‘현대사회’ 또는 ‘영광된 사회’라고 부르고 있다. 자유를 생명으로 하는 시인이 언론자유에 대해 ‘영광된’이라는 낱말로써 신앙고백을 표하는 데는 기꺼이 공감할 수 있지만, 그러나 그것을 ‘현대사회’라고 부르는 시대구분법에는 동조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지난 40년 동안의 경험이 입증하듯이 김수영이 명명한 ‘현대’ 안에는 우리가 아직 도달하지 못한 목표치뿐만 아니라 오늘의 시선으로 볼 때 극복하지 않으면 안될 근본적인 모순과 폐해들이 또한 들어 있기 때문이다.

논쟁의 진행을 조금만 더 따라가 보기로 하자. “모든 전위문학은 불온하다. 그리고 모든 살아 있는 문화는 본질적으로 불온한 것이다.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문화의 본질이 꿈을 추구하는 것이고 불가능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라는 문장이 포함된 김수영의 글 「실험적인 문학과 정치적 자유」가 발표되자, 이어령은 반론에서 문학과 정치의 원천적인 분리를 자기 논지(論旨)의 전제로 제시하면서 문학작품을 문학작품으로서만 읽으려 하지 않는 이데올로기적 독법이야말로 도리어 문학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른바 ‘설합 속의 불온시’의 실체를 밝힐 것을 김수영에게 요구하였다. 이에 대해 김수영은 자기 작품이 “불온하다는 오해를 받을 우려가 있기 때문에” 발표를 못하고 있는 것이지, 자신은 그 작품을 결코 불온하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대답하였다. 그러니까 그의 소망은 ‘불온하다고 보여질 우려’가 있는 작품이 불온의 오해와 우려를 불식하고 ‘불온하지 않게’ 통할 수 있는 정치-문화적 풍토를 만드는 것이었던 것이다.


김수영 시인 40주기를 맞아 계간지『창작과비평』금년 여름호는 평론가 김명인 교수의 수고로 김수영의 묻혀 있던 시와 일기 여러 편을 발표했는데, 그 가운데는 오랫동안 ‘설합 속의 불온시’로 회자되던 문제의 작품이 들어 있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제목은 바로 「‘金日成萬歲’」. 과연 이 작품은 제목만으로도 김명인이 다른 문맥에서 말했던 “냉전적 반공이데올로기의 임계선”을 건드린다고 할 만하다. 그 점은 김수영이 세상을 떠나기 20여년 전 그가 시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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