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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욱] 나눠야 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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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8-04-02 12:51 조회27,81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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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총선이 일주일밖에 안 남았는데 정당들의 정책 대결 구도가 당최 형성되질 않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 국회의원 선거는 그 제도 자체가 이념이나 정책보다는 지역이나 인물 중심으로 치러지도록 (후진적으로) 설계돼 있긴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의 정책 변수 실종은 그 도가 지나친 듯하다. 더구나 10년 만의 정권교체 정국임을 고려하면 별다른 정책현안 없이 이렇듯 ‘조용히’ 진행되는 총선 과정이 괴이하단 생각까지 든다. 통합민주당은 ‘견제론’을 내세우지만 구체적으로 한나라당의 무엇을 견제하겠다는 것인지 분명찮다. ‘대운하 사업’이 쟁점이 될 듯도 했지만 한나라당의 소극 대응 전략으로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사실 정권교체 직후에 치러지는 이번 총선에서 여야가 각을 세울 대표적 정책이슈 중 하나로 세간에 꼽힌 것은 역시 ‘분배’였다. 비록 용두사미 꼴로 끝나긴 했지만, 김대중과 노무현 두 정부가 각각 초기에 내세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병행 발전’이나 ‘동반성장론’은 모두 적절한 분배 정책을 통해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진전시키겠다는 구상이었다. 그 10년이 지난 뒤 이제 다른 이념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 신자유주의와 성장우선주의 성격이 분명한 정책 패키지를 펼치고 있다. 성장과 분배를 둘러싼 정책 패러다임을 크게 바꾸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지점에서 통합민주당이 강조하고 나설 것은 (자신을 이전 두 정부의 초심을 계승한 정당으로 생각한다면) 마땅히 ‘분배 중시론’ 혹은 ‘분배경시 불가론’이어야 한다. 그 경우 이 이슈는 양당의 대척점을 이루게 된다.

 

분배 문제는 비단 선거전략으로서 가치와 효용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 경제사회의 ‘진정한’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부각돼야 할 이슈다. 이론과 경험이 다 증명하는바, 분배를 경시하는 성장은 지속할 수 없다. 성장의 과실이 상당 기간에 걸쳐 사회 구성원 일부에만 집중될 경우 여타 구성원의 상실감과 불만이 누적됨으로써 사회 전체의 실제적 혹은 잠재적 생산성이 위축되기에 국제 경쟁력은 줄어들고, 심한 경우에는 사회통합의 위기로까지 치닫게 된다. 말하자면 분배는 안정적인 성장기반 조성을 위한 필수요건인 셈이다.

 

세계적 수준의 국제 경쟁력을 갖춘 나라들의 대다수가 해마다 막대한 사회복지비 지출을 통해 분배에 힘쓰는 까닭도 그것이 바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사회적 투자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2003년도의 예를 보자. 부자 나라들의 모임이라 알려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지출비 비중 평균은 20.7%였다. 선망의 대상인 북유럽 강소국들의 사회지출 비중은 스웨덴 31.3%, 덴마크 27.6%, 노르웨이 25.1% 등으로 역시 높았다. 유럽의 강대국인 프랑스와 독일도 각각 28.7%와 27.3%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겨우 5.7%로 6.8%인 멕시코와 함께 평균치만 떨어뜨리는 ‘비정상적’인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지금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복지와 분배에 대한 소홀함이 한국 사회의 양극화를 지금의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시켰음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럼에도 현정부는 여전히 성장지상주의를 설파하고 있다. 불안한 일이다. 시급한 것은 분배 기제 마련이다. 그게 갖춰져야 지속 가능한 성장을 꾀할 수 있고, 그런 성장을 통해 다시 분배의 안정적 확충도 기대할 수 있다. 이른바 분배와 성장의 선순환 구조 확립이다. 한나라당에 맞서 ‘나눠야 큰다’고 외칠 이들의 국회 진출을 고대할 뿐이다.

 

최태욱/한림국제대학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한겨레. 2008.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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