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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효제] 의사표현의 자유 흔드는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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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8-07-18 08:34 조회22,80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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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세계언론계는 인쇄신문 탄생 400주년을 기념하였다. 1605년에 스트라스부르크의 요한 카를로스라는 사람이 필사본으로 된 뉴스레터를 발행한 것이 시작이었다. 뉴스와 정보를 시민들에게 공급한다는 아이디어는 당시로선 획기적이어서 몇 년 안에 유럽 각국에서 신문이 나오게 되었다. 인쇄기술과 우편제도가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이로써 인권의 역사에서 언론자유와 의사표현의 자유가 구체적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자유의 물결에는 속박의 움직임이 따라붙기 마련이다. 정치권력, 종교권력, 도덕권력을 가진 자들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무엇인가? 자유로운 견해의 발표, 다양한 정보의 전파, 풍자와 해학 등 각종 ‘불순한’ 행위들이다.

 

권력자가 보기에 이런 것들은 어중이떠중이들의 돼먹지 않은 헛소리에 불과하다. 어디서 감히 함부로 입을 나불거리고, 근거 없는 괴담으로 사회질서를 어지럽히고, 말 같잖은 유언비어로 국기를 문란하게 하는가 …. 요즘 많이 듣는 유행가인데 몇 세기 전에도 사정은 똑같았다.

 

발설하고 표현할 자유를 위한 투쟁사가 바로 언론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열로 악명 높던 영국의 신문면허법에 맞선 투쟁에 존 밀턴과 같은 문호가 앞장섰던 일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은 18세기 계몽주의 시대 들어 조금 나아졌다. 스웨덴에서 1766년 세계 최초로 검열금지법이 통과되었고 프랑스혁명에서는 “사상과 의견의 자유로운 소통이 인간의 천부적 권리”라는 선언이 나오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소통’하자 해놓고 ‘불통’하는 것도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당시 각국 정부는 의사표현의 자유라는 허울 뒤에서 온갖 핑계로 검열제도를 유지했다. 국가안보, 외설, 신성모독, 미풍양속, 명예훼손 등에 관한 법 규정의 칼날이 자유언론의 목 위에서 언제나 달랑거리고 있었다. 그 후 미국을 비롯한 서구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공식, 비공식, 그리고 소위 ‘자발적’ 검열제도가 민중의 말할 자유를 안에서부터 좀먹었다. 스탈린 치하의 소련권에서도 언론자유는 가혹한 탄압을 받았다. 리투아니아와 같은 위성국에서는 도서관을 아예 통째로 불살랐을 정도였다.

 

의사표현의 자유에 대해 세 가지를 강조할 수 있다. 첫째, 제도언론만 언론이 아니다. 살아 있는 모든 인간의 의사표현이 곧 언론이다. 길게 보아 권력은 인간의 표현 욕구를 절대로 가둬둘 수 없다. 존 몰리가 지적했듯이 “말할 자유를 억눌러 그 인간의 정신을 바꿀 수 있었던 적은 인류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다.” 둘째, 기술 진보가 표현자유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다. 과거 우편제도가 언론자유를 개척했다면 현재는 인터넷이 의사표현의 신세계를 열고 있다. 부작용이 없진 않지만 그게 시대의 대세이고 세계적인 추세다. 셋째, 어떤 견해가 옳은지 그른지는 궁극적으로 다수 민중이 민주적 의사소통 과정에서 결정하고, 역사를 통해 판명될 문제다.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요소가 아닌 한, 자유인의 의사표현에 대해 간섭할 수 없는 게 원칙이다. 설령 과격해 보이는 사상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오스카 와일드의 말도 못 들어 봤는가? “위험하지 않은 사상은 사상이라 불릴 자격이 없다.”

 

지난 수백 년간 인류가 공들여 쌓아올리고, 지난 수십 년 동안 민주화로 힘겹게 쟁취한 의사표현의 기본권을 오늘 한국 사회에서 일개 정권, 일부 검사들, 일부 언론들이 방자하게 흔들어대고 있다. 권력은 짧고 자유는 길다. 왜 이기지도 못할 싸움에 그토록 목을 매는가? 왜 스스로 역사의 조롱거리가 되지 못해 그토록 안달인가?

 

조효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한겨레. 2008.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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