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주] 수교 60주년을 맞은 북중관계 - 전통적 우의 관계의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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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2-25 19:02 조회21,05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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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일 후진타오와 김정일이 축전을 교환하며 올해를 “조중친선의 해”로 선포했다.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의례적인 측면도 있지만 최근 양국관계의 변화를 살펴보면 그 의미가 단순히 의례적인 것에 그치지는 않을 듯하다.
1992년 한중수교로 최악의 상태로 빠져들었던 북중관계는 200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방문을 계기로 점진적으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고위급 상호방문이 꾸준히 증가했고 양국교역도 빠르게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 사이의 불신이 깨끗이 해소된 것은 아니었다.
중국의 일부 연구자들은 핵문제와 관련한 북한의 태도에 대해 적지 않은 불만을 노골적으로 토로해왔다. 한 때 “조중우호조약”에 포함되어있는 자동적 군사개입조항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출되기도 했다. 북한은 중국이 북미수교와 같은 외교적 진전에 대한 보장이 없이 한중수교를 서두른 것을 일종의 배신으로 간주했고, 2006년에는 중국의 우려를 무시하고 핵실험을 감행하는 등 체제안전 문제와 관련해 북한은 중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행동을 반복했다.
2000년 이후 북중관계의 진전은 양국관계를 지칭하는 “전통적 우의관계”라는 표현에 녹아들어있는 동지적 관계의 복원으로 보기 어렵다. 이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는 실리적 이해를 주된 동력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지정학적 이해관계 역시 결코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동안 중국이 핵문제와 관련해 북한에 대해 더 강경한 태도를 보여야한다고 주장하거나 중국이 북한에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는데, 이들은 모두 북한과 중국이 서로 떼어내기 어려운 지정학적 이해관계로 얽혀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최근 양국변화에서 주목되는 것은 올해를 “조중친선의 해”로 선포하면서 양국이 실리적 협력을 넘어서 전통적 우호관계를 복원시키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월 6일 리우샤오밍(劉曉明) 주평양 중국대사는 “조중친선의 해” 활동계획을 비교적 자세히 소개했다. 여기서 그는 “양국 선배혁명가들의 직접적인 배양 하에서, 조중의 전통적 우의관계는 민족독립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의 봉화 속에서 시작되고 양국인민이 어깨를 나란히 한 투쟁 속에서 피로 맺어졌고, 양국의 사회주의 혁명과 건설 과정에서 강화되고 발전한 것이다”라며 전통적 우의 관계를 설명하고 “조중친선의 해” 활동의 목적은 이를 잘 계승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양국이 계획하고 있는 교류활동이 정치, 경제, 체육, 과학기술, 교육, 문화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60개 이상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 중 다음 두 가지가 주목할 만하다.
하나는 베이징과 평양, 중국의 지린성, 랴오닝과 북한의 평안북도, 양강도, 자강도, 함경북도, 그리고 양국의 기타 도시들 사이에 교류활동을 전개하고 우호관계를 수립한다는 것이다. 이는 양국교류를 고위급 사이의 정치적 교류 차원을 넘어 기층단위로 확대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하나는 문화교류를 활발하게 전개한다는 것인데, 북한에서 중국의 고전인 홍루몽을 개작한 가극 공연이 예정되어있다고 한다. 최근 중국에서 한류가 유행한 바 있지만 개혁개방 이전 중국에서는 북한의 ‘꽃 파는 처녀’가 널리 유행한 바 있기 때문에 이러한 문화교류가 중국인의 북한에 대한 이미지를 변화시키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이 과연 그 동안의 불신을 해소할 수 있겠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몇 가지 변화로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우선 최근 조중관계의 발전에 대한 중국측 인사의 발언에서 거의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사실 중 하나는 올림픽 성화봉송에 대한 평양의 열렬한 환영이다. 이는 바로 직전 서울에서 있었던 성화봉송을 둘러싼 불미스러운 사건과 비교되며 중국인의 북한에 대한 인식을 크게 변화시켰다. 왕자루이(王家瑞)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 부장이 2월 5일 주베이징 북한대사관에 방문해 중국이 필요할 때마다 북한이 보내준 도움과 지지를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다”라고 발언한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명박 정부의 출범 이후 한미동맹을 핵심적 외교정책으로 강조했는데, 이는 중국에게 한국의 새 정부가 그 동안 한중관계의 발전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이러한 불만은 작년 5월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한미동맹을 “냉전의 유산”이라고 간접적으로 비판하는 것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이러한 사건들은 중국으로 하여금 전략적이고 핵심적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더 신뢰할 만한 상대라고 인식하도록 만든 것으로 보인다. 북한으로서도 중국과의 협력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은 2008년과 2009년 신년사에서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2012년에 “강성대국의 문을 열” 것이라는 목표를 계속 강조해오고 있다, 단지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라면 핵과 같은 수단에 의존할 수 있지만 경제발전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이 새로운 목표의 달성은 미국과의 관계변화와 중국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가 올해 “조중친선의 해” 활동에 반영된다면 조중관계가 점차 전통적 우의관계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양국관계의 진전을 가로막는 요인이 없지는 않다. 북한이 남한, 그리고 미국에 대해 강경일변도의 태도를 보이고 정세를 악화시킨다면 “조중친선의 해” 활동의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금 낙관적으로 생각하면 북한과 중국 사이의 신뢰가 높아지고 두 나라 사이의 관계가 발전하는 것이 북한의 모험적 태도를 자제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북중관계의 발전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다만 남한이 이러한 변화를 남북관계의 발전과 동아시아 협력으로 이어나갈 수 있는 비전과 프로그램이 없을 경우 남북관계와 국제관계 사이의 불균형발전이 고착될 가능성에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2008년 북중교역이 2007년에 비해 41.2%가 증가해 1.1%만 증가한 남북교역을 크게 초과했는데(2007년 북중교역 19억 7천만 달러, 남북교역 18억 달러에서 2008년 북중교역 27억 8천만 달러, 남북교역 18억 2천만 달러), 이러한 변화가 불균형 발전을 알리는 신호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이남주(성공회대 중어중국학과)
(서남통신. 2009.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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