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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욱] '맞춤형' 자유무역협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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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8-02-20 13:24 조회23,74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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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다시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인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지난해 12월28일의 첫 회동에서 두 사람이 공감한 바를 거듭 확인한 것이다. 다른 점도 많지만 닮은 점도 상당하다는 평가가 있는 두 사람이다. 닮았다는 점 중에서 많은 이들이 특히 우려하는 것은 예의 그 지나치게 뛰어난 ‘추진력’이다. 괜한 우려가 아닌 듯하다. 임시국회는 이제 일주일 남짓 남았을 뿐이다. 그런데 겨우 그 기간 동안 이 중대한 사안을 결정해 버리자니 기막힌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졸속 체결에 이어 졸속 비준으로 끝내자는 것이 아닌가.

 

현직과 차기 대통령이 합심하여 이렇듯 밀어붙이니 그동안 비교적 잠잠하던 ‘자유무역협정 만능론’이 다시금 각종 대중매체를 통해 적극 유포되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 경제를 위해서는 개방과 세계화의 흐름에 적극 동참할 필요가 있으며, 자유무역협정 확산은 그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외경제정책 기조라는 것이다. 물론 세계화가 대세이며 자유무역협정이 그 핵심 정책수단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여전히 남는 문제는 어떤 세계화를 위해 어떤 자유무역협정을 누구와 언제 어떻게 추진할 것이냐이다.

 

단언컨대, 우리 국민의 대다수는 사회양극화의 심화와 비정규직의 급증 등을 초래할 신자유주의 혹은 시장만능주의적 세계화에는 반대할 것이다. 따라서 자유무역협정일지라도 그것이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복무하는 내용의 것이라면 그 역시 거부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들은 이러한 맥락에서 과연 한-미 간의 협정이 우리 국민의 선호에 부합하는 것인지를 잘 따져보고 그 비준 여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대선을 치르고 총선을 준비하느라 아직 이 협정의 내용과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국회의원이 있다면 그들을 위해 이 말 한마디는 꼭 전하고 싶다. 자유무역협정은 다양하나, 미국이 주도하는 협정은 정확히 신자유주의적인 것이라고.

 

세계무역기구는 현재 전세계에 자유무역협정이 이백수십 건이 넘게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한-미 간의 경우와 같이 공산품은 물론 거의 모든 농산품 및 서비스 상품, 그리고 투자, 지적재산권, 환경, 노동, 분쟁 해결, 경쟁 정책 등이 한꺼번에 모두 포괄된 (실질적인 경제통합협정에 해당하는) 협정은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그 대상 및 영역의 범주가 일정한, 예컨대 특정 공산품, 농산품 혹은 서비스 상품에 한하는 ‘제한적’ 협정이다. 자유화의 이행 기간도 짧으면 1년에서부터 길면 28년까지 그 대상만큼이나 매우 다양하다. 철저한 시장개방, 민영화, 규제완화, 정부개입 축소 등을 요구하는 신자유주의 이념에 기초한 미국식 포괄 협정은 그 수많은 유형 중의 하나일 뿐이다. 신자유주의로 가겠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아니라면 우리가 이 특정 유형의 협정을 별 준비도 없이 지금 당장 받아들여야 할 이유는 없다.

 

유럽과 남미 그리고 가까이는 동남아 국가들 간의 자유무역 혹은 그와 유사한 경제협정들을 보라. 그들의 협정은 시장만능주의에 편향돼 있지 않다. 거기에는 연대와 공동체 지향의 정신이 살아 있다. 시장경제의 효율성 못지않게 공동체 사회의 형평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미국과는 다른 종류의 세계화를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사회통합형 세계화’이다. 우리도 이 꿈에 동참함이 옳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그 꿈에 적합한 우리만의 맞춤형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할 일이다.

 

최태욱/한림국제대학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한겨레. 2008.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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